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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쌍용'의 이적에 대한 생각의 단상

기사입력 2009.06.13 14:20 / 기사수정 2009.06.13 14:20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불과 2년 전만 해도 잠재력 많은 유망주일 뿐이었던 기성용과 이청용은 이제 어느덧 한국 축구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빅 네임'이 되었다. K-리그에서 출발한 ‘쌍용’의 맹활약은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으로까지 그 무대를 확장해 왔고, 월드컵을 1년 앞둔 현재 두 선수는 대한민국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FC서울 팬들에게 더욱 각별한 존재다. 어쩌면 서울팬들은 이들에게 서울의 역대 최고 인기선수였던 박주영보다도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팀이 2005년 서울이란 이름을 가진 이래로 클럽이 나은 진정한 의미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울에서 유소년 선수 시절을 거쳤고, 서울을 통해 데뷔했으며, 서울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의 가장 큰 축으로 자리 잡은 두 선수의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서울 팬들이 이들에게 가지는 애정은 그 어떤 이들보다도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서울팬들은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쌍용’과 서서히 작별을 준비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최근 한 미국방송사의 축구캐스터는 기성용의 FC포르투나 함부르크 같은 유럽 명문클럽으로의 이적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고, 이청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볼튼에서 스카우터를 직접 한국에 파견할 정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이들의 이적이 아직은 ‘설’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박주영이 프랑스로 떠날 때처럼 서울 팬들은 가까운 미래에 이들이 더 이상 검붉은 색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현대 축구에서 선수가 팀을 옮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 축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글로벌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은 세계적으로도 중위권 수준인 K-리그의 뛰어난 선수가 유럽의 선진프로리그로 이적하는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일지도 모른다. 물론 서울팬들로선 평생 애지중지 키운 딸을 어디서 불쑥 나타난 사내 녀석(?)에게 뺏기는 아버지의 심정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다만, 기성용과 이청용의 이적이 선수가 떠나면서도 K-리그와 클럽에 무언가 보탬이 될 수 있는 선례까지 남겼으면 하는 것이 이들을 향해 갖는 기대이다. ‘쌍용’은 K-리그가 자랑하는 스타 플레이어이고, 그 잠재력과 스타성에서도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K-리그 최고 반열에 올라 있는 선수였던 이천수와 박주영은 불과 350만 유로와 200만 유로에 유럽을 향했다. 이동국, 김두현 등은 더 낮은 이적료로 이적했다. 물론 그들에게 ‘아시아 선수’라는 불확실성의 측면이 있었지만, K-리그 외국인선수들이 J리그나 기타 해외리그로 이적 시 받는 이적료가 이와 비슷한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엄연히 국가대표급 선수들인 K-리그 선수들에 대한 가치가 너무 저평가되어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이제 겨우 21살, 20살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프로를 경험해 자기관리에 철저하며 해외진출을 대비해 외국어 공부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다. 기량 면에서도 매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은 유망주에 불과하지만 몇 년 후엔 박지성, 이영표에 버금가는 선수로 클 가능성도 크다.

나아가 기성용과 이청용이 기존에 해외에 진출했던 여타 K-리거와 다른 점은 현행 드래프트 제도가 없던 시절, 10대 중반부터 입단해 학원 축구가 아닌 프로 구단의 유소년 육성이란 목표에 맞춰 길러진 재목이란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의 가치에 걸맞은 합당한 이적료를 받는 것은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K-리그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지금껏 K-리그 클럽들은 한국 축구 발전의 대승적 차원이라는 명분 아래 선수의 해외진출을 어렵지 않게 하기 위해 이적료를 낮추거나 아예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더 이상의 그런 방식은 K-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기성용과 이청용 같은 선수들이 그 가치에 걸맞은 합당한 이적료를 받고 해외에 진출한다면 이는 향후 K-리그와 각 클럽에 선수 육성 노력에 대한 커다란 동기와 의지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K-리그가 어떤 방식의 구단 및 리그 운용 자세를 가져야 할 지에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이는 현재 K-리그의 약점 중 하나인 유소년 시스템과 드래프트 제도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나아가 K-리거로서의 자부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쌍용’ 스스로도 유럽리그 진출에 있어 너무 저자세로 나갈 필요도 없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말로만 듣던 유명 팀이나 유명리그에서 이적 제안을 받으면 설레는 마음에 조급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들에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란, 그 어느 무대보다도 자신의 가치를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청용 에이전트 측이 “무리한 해외 진출을 위해 헐값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선수를 키워 준 구단도 알아보는 방법을 찾고 있다.”라는 반응은 긍정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청용과 기성용은 현재 서울의 선수로서 치르고 있는 2009 K-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이란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서울은 그럴 가능성이 큰 클럽이며, 우승이란 값진 경험을 갖는 것은 이들이 해외리그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뛸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FC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경우엔 오는 11월에 FC바르셀로나와 FIFA세계클럽월드컵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때까지 아낌없는 지원과 성원을 아끼지 않은 클럽과 홈팬들에 대한 마지막 보답이 될 것이다. (서울은 2005년 이후 정규리그와 FA컵에서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앞에서 밝혔듯이 이청용과 기성용은 K-리그가 발굴하고 키워낸 최고의 선수들이다. 그런 이들이 K-리그를 존중하는 자세와 K-리거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주고, 또한 합당한 대우를 받고 해외리그를 향하는 것은 향후 K-리그의 위상을 넘어 K-리그 시스템 자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청용과 기성용의 이적이 단순한 '이적'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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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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