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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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놀러가다] K3리그 최대 라이벌전이 펼쳐진 효창운동장

기사입력 2009.06.07 23:16 / 기사수정 2009.06.07 23:16

박진현 기자

[박진현 기자의 축구장에 놀러가다] - K3리그 13R, 서울유나이티드 대 부천FC1995

효창운동장을 찾아 나서다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썩 가볍지 못하다. 잠을 설친 탓도 있고, 더군다나 날씨까지 후텁지근해 그늘을 찾아가며 한발씩 나아간다. 원래 취재계획은 없었으나 약간의 독촉이 피치로 향하게 하였다. 근래에 필자를 괴롭혔던 고민을 날려버리기에는 축구가 제격인 탓도 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효창운동장.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그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볼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홈팀인 서울유나이티드의 본래 홈경기장은 잠실 주경기장이다. 그러나 경기장 사용에 차질이 생겼고, 임대료가 더 싼 점을 감안해 지난 홈경기부터 효창운동장을 대신해서 사용 중이다. 바로 이 경기장에서 K3리그 최대 라이벌전이 서유와 부천, 부천과 서유의 경기가 펼쳐진다.




▲ 효창운동장 입구와 내부 전경

1호선을 거쳐 6호선을 타고 가는 전철 안이 마냥 시원하기만 하다. 그래도 효창공원 앞 역에 내려야 할 운명. 미리 인터넷에서 지도를 보고 왔지만 역에서 경기장까지 가는 오르막길이 생각보다 길다. 드디어 경기장임을 암시하는 높은 조명탑이 보이고, 효창운동장 입구까지 다다랐다. 1960년에 설립된 이 경기장은 그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듯이 아늑함을 선사한다.  

홈팀인 서유은 K3리그 17개 팀 중 13위로 최근 성적이 좋지 않다. 지난 5월 1일 고양과의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이후 네 경기째 승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부천은 최근 네 경기에서 2승 2무를 기록하며 리그 5위에 랭크되었다. 라이벌 구도를 유지하고 있는 양팀은 K3리그 팬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는 경기이기 때문에 경기시작 전부터 기대가 된다.

부천FC1995, 라이벌전에 어울리는 역전극을 연출하다

경기는 시작부터 매우 뜨겁다. ‘라이벌’이라는 단어는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까지 자극제가 되었다. 먼저, 주도권을 잡은 팀은 원정팀인 부천. 빠른 발을 활용한 측면 돌파와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으로 홈팀인 서유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한 번의 결정적인 기회가 승부의 추를 기울게 했다. 전반 15분 서유의 남윤수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김민영이 달려들어 골을 성공시켰다.



▲ 라이벌전이었던 이날 경기에는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선수가 많았다.

불의의 일격으로 선취골을 빼앗긴 부천은 공격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8분 만에 승부의 추를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재빠른 돌파를 보여주던 정현민이 엔드라인까지 드리블해 들어가 골문 앞으로 볼을 내줬고, 이승현이 이것을 받아 침착하게 득점을 성공시켰다. 수차례 공격을 주고받은 양팀은 전반전 남은 시간 동안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전반전을 마무리 지었다.

후반에도 부천의 공세는 계속 되었다. 서유의 측면은 부천의 공격에 계속해서 뚫렸고, 슈팅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했다. 서유는 부천의 위험지역까지 진출하지 못한 채 중거리 슈팅으로 맞섰지만 이마저도 허유승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그리고 서유 김민영이 최용인과의 2대1 패스에 이어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날린 회심의 슈팅 역시 막히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더운 날씨에 체력부담이 컸던 터라 승부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경기가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했다.



▲ 경기종료 후, 역전승을 거둔 부천 선수들이 서포터스와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후반 36분 드디어 이날의 승부를 가르는 결승골이 터졌다. 부천은 아크 서클 앞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고, 김태륭과 교체해 들어간 김대환이 왼발로 감아찼다. 이것을 서유의 지상훈 골키퍼가 막았지만 튕겨 올라간 볼이 다시 골라인을 넘어가며 골로 인정되었다. 정규시간이 모두 끝나고 추가시간이 4분이 주어졌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인연이 피어나는 스포츠 경기장

이날 효창운동장은 여느 K-리그 경기장 못지않게 흥이 난다. 이럴 때면 자연스레 심장박동수가 빨라져 필자도 모르게 탄식과 환호성을 지르기 마련이다. 이는 바로 양팀의 서포터스 덕분. 서유와 부천 서포터스의 응원전은 일반관중의 귀를 즐겁게 한다. 경기장 내부가 다소 조용하기 때문에 육성으로 주고받는 양팀 서포터스들의 ‘십 원짜리’ 이야기들도 생생하게 들려온다.





▲ 경기 내내 열띤 응원전을 펼친 서울유나이티드와 부천FC1995의 서포터스.

하지만, 90분 내내 이어진 응원전의 승부는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몫이다. 당연히 이날 미소를 지은 쪽은 승리를 거둔 부천의 서포터스이다.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뒤 선수들은 골대 뒤편에 있는 서포터스에게 다가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한다. 이후 먼저 경기장을 당당하게 빠져나가는 부천 서포터스와 질투 섞인 서유 서포터스간의 말싸움이 계속되었지만 단지 신경전일 뿐 걱정했던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 또한 K3리그만의 소소한 풍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K3리그 경기장에서도 외국인 관중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주 경기장을 찾다 보면 경기 이외에도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수원 삼성의 챔피언 티셔츠를 커플티로 맞춰 입고 온 커플도 있고, 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으로 중단된 K-리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고 FC 서울의 머플러를 두르고 온 어린이, 부천의 외국인 서포터스도 있다. 이날 역시 평소 친분이 있던 분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처음 만나는 분과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부천의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외국인에게 다가가 자신 있게(?) 짧은 영어로 사진을 요청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잠실야구장에서 두산과 롯데의 프로야구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3루 쪽 스탠드에서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안부를 묻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나 K3리그와 같은 경우에는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들이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더더욱 화기애애하다. 스포츠는 멋진 경기뿐만 아니라 이런 소박한 이야깃거리가 있어서 우리 생활에 있어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 최대 라이벌전이 펼쳐진 효창운동장 현장 속으로 

[정재훈 기자의 후기] 효창운동장에서 K3를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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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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