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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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니, "가늘고 길게 선수 생활하고 싶어요"

기사입력 2009.05.29 08:52 / 기사수정 2009.05.29 08:52

조영준 기자



[조영준의 클로즈 업 V - KT&G 아리엘스 특집 3] 김사니, "가늘고 길게 선수생활 하고 싶어요"

[엑스포츠뉴스=대전 신탄진, 조영준 기자] 지난 10년 동안 한국여자배구를 논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선수가 있습니다. 10대 시절부터 국가대표에 발탁돼 한국여자배구를 이끌어온 김사니(28, KT&G 아리엘스)는 여전히 ‘최고 세터’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과소평가되고 오해도 많이 받는 선수였습니다.

국가대표 주전세터로 오래 뛴 김사니도 이제 프로 10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국내 여자배구 선수들 중, 20대 중반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은 매우 드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꾸준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사니는 아직도 현역 최고의 세터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김사니는 소속 팀과 국가대표 팀의 부진 때문에 팬들의 비판을 들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과 지도자,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김사니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배구를 사랑하고 있고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김사니를 대전 신탄진에 위치한 KT&G 아리엘스 훈련캠프에서 만나봤습니다.

KT&G 아리엘스는 2006~2007 시즌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2007~2008 시즌에 접어들면서 강팀으로 변모했습니다. 도로공사에서 활동 중이던 김사니가 영입하면서 팀의 전력이 업그레이드된 KT&G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실업과 프로시절, 김사니는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벌어진 2008 KOVO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사니는 지독한 ‘준우승’ 징크스를 떨치고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습니다.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꾸준하게 달려가고 싶다는 김사니는 자신이 걸어온 배구 인생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습니다.

Q :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규 시즌이 끝나고 난 뒤,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김사니(이하 '김'으로 표기) : 그냥 푹 쉬었죠. (웃음) 멀리 해외여행 같은 건 다녀오지 못했고 시즌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면서 휴가를 보냈어요. 비시즌동안 영어공부도 하고 싶었고 네일아트도 관심이 많았는데 아직은 배우고 싶은 생각에서만 머물고 있어요. (웃음)

Q : 지난 시즌, KT&G는 정규리그를 앞두고 KOVO 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동안 '준우승'과는 인연이 깊었지만 우승과는 영 인연이 없었는데 당시 심정은 어땠나요?

김 : 저도 이런 징크스가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제가 복이 없나 봐요. (웃음) 그동안 정상문턱에서 수없이 주저앉은 경험이 많았어요. 그리고 작년 KOVO 컵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리라고는 예상을 하지 못했어요.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기술 훈련보다는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었거든요. 그 상태에서 바로 코보컵에 참가했는데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오면서 결승까지 올라갔어요.

결승을 앞두고 이런 생각을 했었죠. '이번에도 우승을 못하면 나는 정말 우승 복이 없다'라고요. 이런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했지만 우승을 해서 너무 기뻤어요.

Q : KT&G는 2007~2008 시즌보다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해주던 박경낭(25, 현 현대건설) 선수의 공백 때문이었는데요. 서브리시브를 전담했던 선수가 떠난 공백을 가장 크게 느꼈을 선수는 다름 아닌 김사니 선수였을 것 같습니다



김 : 그렇죠. 저와 박경낭 선수는 같은 동료였지만 특히나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어요. 또한, 서로 힘들 때 많이 도와주는 사이였죠. 그래서인지 제가 박경낭 선수에게 개인적으로 많이 의지했었어요. 경낭이는 리더십이 있어서 후배 선수 조율을 상당히 잘했었어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떠난 뒤, 처음엔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이연주(20, 레프트) 선수와 한은지(22, 라이트) 선수가 잘해줬어요.

그리고 저희 팀은 화려한 선수는 없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직설적으로 말하면 잘난 채 하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죠. (웃음) 언제나 겸손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저희 팀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여자배구계의 '입담꾼'으로 불리고 계신데 정말 말을 조리 있게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웃음) 제가 예전에 KBSN의 김석류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김석류 아나운서는 한유미(28, 현대건설) 선수와 김사니 선수가 말씀도 잘하시고 친분도 두텁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코트에서 자주 만나다보니 김석류 아나운서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김 : 솔직히, 김석류 아나운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매우 친해지고 싶었던 분입니다. (웃음) 우선 인상자체가 너무 귀엽고 성격도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인터뷰를 할 때 편하게 대해주셔서 고마울 때가 많았어요. 이런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생겼죠. 지금은 가끔 연락도 하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어요.

Q : KT&G는 프로 차가 오래된 선수들도 있지만 젊은 신인선수들이 훨씬 많은데요. 어린 후배들과 새롭게 호흡을 맞춰나가는 부분에 대해서 어려움도 느낄 법한데 어떤가요?

김 : 우리 팀에서 저와 가장 호흡을 오랫동안 맞춰본 선수는 김세영(28, 센터) 선수입니다. 세영이와는 국가대표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은 동료이기 때문에 함께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많았죠. 하지만 젊은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보려면 시간이 필요했죠. 그런데 여기 있는 후배들은 모두 다 순한 편이에요. (웃음) 이러한 점 때문에 선배가 이끄는 대로 잘 따라오고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정신연령이 낮은 편이에요. (모두 큰 웃음) 그래서인지 저보다 한참 어린 후배들하고도 잘 어울리고 있죠. (웃음) 특히, 은영이(김은영, 센터, 19세) 같은 경우는 저하고 10살 차이가 나지만 실제로 놀다보면 한두 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것 같아요. (웃음)

Q : 그래도 팀에서 고참이시고 군기반장의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 : 훈련과 경기를 할 때는 집중을 다해 '제대로 하자'는 것이 철칙이죠. 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나이 어린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어요. 박삼용 감독님부터가 오픈 마인드이셔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관계가 매우 좋아요. 누가 나서서 군기를 잡는 방법보다는 서로를 격려하고 챙겨주는 것이 더욱 편한 것 같아요.

Q : 김사니 선수는 근 10여 년간 한국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세터의 위치에 있습니다. 이 위치에 있다 보면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겠지만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 : 그런 부담감은 지금도 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큰 대회에 많이 출전했었는데 큰 무대에서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익히니 저도 모르게 욕심이 많아졌어요. 그리고 제 특징 중 하나는 제 자신하고 약속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지금보다 더욱 좋은 선수가 되고 싶은 욕심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훈련량을 줄이지 않고 어린선수들과 똑같이 하고 있어요, '김사니는 이제 끝났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라는 각오는 항상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은퇴할 때까지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로 남고 싶습니다



Q : 세터 포지션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로 인해 오해도 많다는 것이 사실이죠. 팀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려면 세터의 토스워크와 경기운영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것도 모두 서브리시브가 우선적으로 따라줘야 가능하죠. 또한, 공격수들의 역량과 분포도에 따라서 세터의 활약이 크게 돋보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좋은 공격수들이 모든 포지션에 고루 위치하고 있다면 세터의 기량은 그만큼 돋보일 수 있죠. 김사니 선수는 세터로서 이런 점에 아쉬움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 : 저도 그 생각을 전혀 안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공격수들로 인해 제가 돋보일 수 있었던 점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공격수들에게 고마웠던 때가 훨씬 많았어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 팀의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공격수들을 믿고 좀 더 잘 올려주면 우승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올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 세터의 역할은 우선적으로 공격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입맛에 맞게 올려주는 것이 필요한데요. 김사니 선수의 경우는 공격수들의 특징을 살려주기 위해 어떤 점에 유념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시죠

김 : 공격수마다 개인적인 스타일도 다르고 점프 도약에서 선수들마다 차이가 있어요. 멀리 뛰는 공격수와 속공수의 특징은 다르죠. 또한, 빠른 선수가 있는 반면, 느린 선수도 존재해요. 공격수마다 서로 이렇게 특징이 틀리다보니 이들 선수들을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돼요. 그리고 각각의 선수가 좋은 공격을 하기 위한 토스를 올려주려고 애쓰고 있죠.

공격수들은 비슷한 경향도 있지만 모두 개성과 특징이 달라요. 이들 선수들의 특징을 모두 파악해가면서 입맛에 맞는 볼을 올려주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러나 저 같은 경우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됐어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시합을 하면 다양한 플레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또한, 대표 팀을 오랫동안 하면서 실로 많은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춰봤어요.

참으로 다양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해본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 선수는 이렇게 올려줘야 한다'라는 생각과 플레이는 제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됐어요.

Q : 김사니 선수는 한동안 국내 여자배구 세터를 대표해왔지만 한편에서는 강혜미(전 국가대표, 현대건설) 선수 이후엔 좋은 세터의 계보가 끊겨졌다는 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 : 그런 이야기는 들어봤어요. 물론, 이도희 코치(현 흥국생명 세터 코치)님과 강혜미 선배님은 대단하셨던 분들이셨죠. 하지만 저도 아직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많은 선수에요. (웃음) 나이는 이제 서른을 바라보고 있지만 선수생활은 오랫동안 해보고 싶은 게 저의 목표입니다. 아직 은퇴를 안했고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에 그런 평을 듣고 특별하게 섭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Q : 그러고 보니 이도희 코치님 같은 경우엔 장윤희를 비롯해 박수정, 홍지연 등의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했고 강혜미 선수는 장소연 선수와 구민정 선수와 함께 했잖아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터들은 자신의 기량이 뛰어난 점도 있었지만 세터를 살려주는 공격수들도 함께했는데 김사니 선수 곁에 항상 머물러 있었던 공격수는 누구였나요?

김 : 저는 김세영 선수가 있잖아요? (웃음) 세영이와는 국가대표와 소속팀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지만 앞으로 함께 만들어 나갈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Q :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는데요. 이 선수들은 매년 바뀌니까 새롭게 호흡을 맞춰나가는 점이 어려울 것 같은데요?

김 : 그렇죠. 스타일이 틀린 새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면 새롭게 호흡을 맞춰야하는 점이 어렵긴 해요. 그리고 세터의 경우엔 외국인 선수와의 친분이 상당히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먼저 다가가서 마음을 나누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인데 그동안 우리 팀을 거쳐 갔던 페르난다(브라질, 2007~2008 KT&G 외국인 선수)와 마리안(헝가리, 2008~2009 KT&G 외국인 선수)과는 모두 특별한 친분을 유지했어요.



특히, 페르난다같은 경우는 제가 그 친구를 무척 예뻐했었어요. (웃음) 나이도 어리고 성격도 좋아서 금세 우리 팀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죠. 경기가 없을 땐 함께 외출도 많이 했어요. 제가 정이 많은 편인데 페르난다는 너무 정이 깊게 들었죠. 그래서 막상 헤어질 때 많이 힘들었어요. 당시 페르난다와 저는 엄청 많이 울었거든요. (웃음) 함께 있을 때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통역원을 통해 페르난다의 지금도 안부를 확인하고 있어요.

Q : 최근, 김연경 선수가 일본리그로 진출을 했는데 김사니 선수도 외국 진출에 대한 생각은 있으신지 궁금군요

김 : 외국 진출에 대한 욕심은 솔직히 있었어요. 에이전트를 통해서 생각이 없냐는 문의도 들어왔었어요.

Q : 유럽 쪽인가요? 아니면 일본인가요?

김 : 유럽 쪽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우선적으로 국내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한, 현재 제가 터전을 잡고 있는 KT&G 팀이 너무 좋아서 이곳에 머무르려고 합니다. 아직 국내리그에서도 우승을 못해봤는데 감히 외국진출을 섣부르게 논할 수 있겠어요? (웃음) KT&G로 오면서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팀에 오랫동안 있으면 앞으로도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웃음)

Q : 지금까지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해오셨는데요. 김사니 선수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외국인 선수는 누구인가요?

김 : 이탈리아의 주전 세터인 로비앙코요. 경기 운영과 정교함이 매우 뛰어났어요. 또한 아직까지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죠. 이 선수와는 여러 번 마주쳤는데 아테네 올림픽 예선전과 올림픽 본선에서도 만났었어요.

Q : 이제 일본대표팀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최근 한국대표팀이 11연패를 당하고 있지만 우리가 조금만 잘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도 많았습니다. 일본여자배구의 인프라와 한국여자배구의 인프라를 보면 비교자체가 안되지만 이것을 떠나서 순수하게 경기력만 놓고 보면 '2%'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 네, 맞아요. 경기력만 따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경기도 있었고 최근의 경기는 모두 팽팽하게 흘러갔어요. 가장 아쉬운 점은 선수들이 충분하게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죠. 부상 선수가 없고 대표 선수들이 서로 충분히 맞춰볼 시간이 있었다면 일본을 이기는 일이 충분히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 혹시 일본의 주전 세터인 다케시다 요시에(31, JT 마베라스)가 얄밉게 느껴졌을 때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웃음)

김 :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그 선수가 잘하는 점은 인정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죠. 158cm밖에 되지 않는 신장으로 그 위치까지 온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Q : 한국여자배구의 특징은 '탄탄한 기본기와 조직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신화에 초점을 맞추면서부터 이러한 장점이 점점 사라져갔는데요. 남자배구에 비해 여자배구는 아직도 '조직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한 김사니 선수의 의견이 듣고 싶군요

김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와 조직력인데 선수들의 '키'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바뀌었죠. 경기가 잘 풀리려면 신장이 좋은 선수도 필요하지만 궂은일을 도맡아서 해줄 '살림꾼'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배구의 시작은 서브리시브잖아요? 리시브 자체가 안 되면 좋은 세트플레이가 안 나오고 큰 공격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배구만 반복하게 되요.

그리고 여자배구에서 아직도 조직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은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살림꾼이 많은 팀의 세터는 굉장히 편해요. (웃음) 안정된 리시브가 이어지면 세터는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만들 수 있어요. 서브리시브와 수비가 안 되면 단조로운 플레이에 의존하게 되죠.

Q : 김사니 선수가 그동안 치른 경기 중, 팬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는 대회는 뭐니 뭐니 해도 2004 아테네올림픽 일본전인데요. 그때는 예상을 뒤집고 한국이 3-0으로 통렬하게 승리했습니다. 올림픽에 극적으로 진출해서 일본까지 이긴 성과는 실로 대단했는데요. 지금 돌이켜볼 때, 아테네올림픽에서 일본을 완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 : 안방에서 시합을 하면 70%는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는데 일본은 그 말이 딱 맞아요. (웃음) 워낙 자국에서 국제시합을 많이 하는 이유도 있지만 일본은 안방을 떠나면 제 실력이 안 나올 만큼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웃음)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은 아테네올림픽에서 일본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을 굳게 믿고 있었죠. 그리고 기라성 같은 선배 언니들이 많아서 저는 그분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편하게 따라갔어요. 또한, 태릉에서 연습량도 굉장히 많았죠.

Q : KT&G에서 '한국여자배구의 명장'이셨던 김철용 감독님(전 국가대표 감독, 현, 페루대표팀 감독)의 '지옥훈련'을 소화한 선수는 김사니 선수와 김세영 선수가 있는습니다. 국가대표 시절, 김철용 감독님에게 받은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김 : 김철용 감독님 때문에 제가 이 정도의 선수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를 발굴해주셨고 신임해 주셨어요. 아테네올림픽 때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혜미 선배가 계셨지만 오히려 저에게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그 점이 제가 성장할 수 있는 큰 기폭제가 됐다고 봅니다. 김철용 감독님은 제가 단순한 기술만 전수해 주신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어요. 이런 점 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척 존경하고 있습니다.

Q : 이제 서른의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노장' 소리를 듣지만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주변에서 '노장'이라고 부를 때 솔직한 심정은 어떤가요?

김 : 저는 아직도 한참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지난 시즌 우리 팀의 외국인 선수였던 마리안도 30대였지만 외국 선수들 중, 서른이 넘은 선수들은 흔하게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노장'이라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분들은 아마 드물걸요? (웃음) 아직도 이루어야 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팀의 우승을 비롯해서 목표로 이루고 있는 일들을 조금씩 달성해나가고 싶어요.

Q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배구선수 김사니'가 이루고 싶은 꿈과 '인간 김사니'로서 이루고 싶은 꿈을 말씀해주시죠

김 : 휴가를 다녀와서 오랜만에 볼을 만지니까 느낌이 좋았어요. (웃음) 그리고 '역시 내가 해야 할 것은 배구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죠. 배구를 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배구를 하는 순간이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즐겁게 배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가늘고 길게' 배구를 하는 것이 저의 목표죠 (웃음) 그리고 인간으로서는 알면 알수록 '진국'이다. 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Q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



[사진 = 김사니, 박경낭, 페르난다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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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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