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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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김해숙 '허스토리'로 얻은 것,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

기사입력 2018.07.02 17:15 / 기사수정 2018.07.02 22:21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해숙이 묵직한 존재감으로 관객들을 마주하고 있다.

6월 27일 개봉한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

김해숙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자신의 상처를 공개하며 일본에 당당히 맞서는 할머니 배정길 역을 맡아 열연했다.

'허스토리'라는 작품에 담긴 의미, 민규동 감독과의 작업이 김해숙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김해숙은 "민규동 감독님은 제가 정말 좋아하고, 또 꼭 작업해보고 싶은 분이었거든요.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그런데 '위안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만드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어떡하지' 그 생각만 드는 거예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도망가면 안 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었어요"라고 떠올렸다.


"진짜 너무 무서웠어요.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죠. 관부재판이라는 것을 사실 몰랐는데, 그 분들이 아픈 과거 이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현재에서부터 시작이 돼 가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용기 있는 분들의 법정드라마라는 느낌이 들었고,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확 들더라고요. 결심이 서던 순간이었죠."

김해숙은 '허스토리'를 촬영하며 극심한 우울감을 겪었던 사연도 털어놓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재판 장면 촬영을 앞두고는 "전날부터 앓았어요"라며 힘들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차례차례 한분씩 재판 장면을 찍으면서, 저도 제 재판 장면을 찍기 전까지는 방청석에 같이 앉아있어야 하는데, 몸으로 감정이 느껴지잖아요. 못 견디겠더라고요. 3일째부터는 정말 아팠던 것 같아요. 나흘째 제 재판 날이 됐을 때는 약을 계속 먹었는데도 너무 아파서, 보통 때 같으면 촬영할 상황조차도 되지 않았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신이 그 때의 그 분들 마음과 같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상태가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몸은 아픈데 마음은 기쁜 것이에요. 저 뿐만 아니라 정말 모든 분들이 열심히 하셨었죠. 다들 자신의 재판 장면을 찍는 날에는 탈진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촬영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뭉클한 감정에 잠긴 김해숙은 "저희 영화는 모든 분들이 다, 그 분들의 아픔에 대해 어떻게 하면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한 마음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 뜨거운 열정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멋진 재판 신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정말 다 감사드리고 싶죠"라고 말을 이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부끄럽다"며 연신 겸손함으로 답을 대신하던 김해숙은, '진심'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영화 완성본을 보기가 두렵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렵고 두려웠어요. 계속 무언가 부족한 것 같고, 부담감도 있었고요. 어떤 분들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죠. '진짜 배우라면 연기로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캐릭터에) 깊이 빠지냐'고요. 하지만 '허스토리'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연기를 어떻게 한다'는 것보다도, 무조건 진심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다가갔던 것이었죠."

'허스토리'의 개봉 전, 김해숙은 부산 무대인사에서 실존 인물인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과의 깜짝 만남을 갖기도 했다. 인터뷰를 했을 당시에는 김 이사장을 직접 만나기 전이었지만, 이후 김희애, 민규동 감독과 함께 무대인사 현장에서 김 이사장을 만나며 놀란 마음에 눈물을 쏟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존재감을 자랑하며 자신의 몫을 200% 다해왔던 김해숙은 '허스토리'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자신의 연기 인생 속에서 더욱 값진 시간으로 남길 수 있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 분들 편에 서서 배우가 아닌 한 인간으로 그 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찍으면 찍을수록 진짜 내가 이렇게 고통스럽고 힘든데 그분들은 어땠을까, 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죠. 영화 한 편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어요. 세상을 좀 더 넓게, 또 겸손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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