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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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미래가 안 보인다

기사입력 2005.07.02 05:57 / 기사수정 2005.07.02 05:57

윤욱재 기자

지난 30일 동대문구장에서 펼쳐진 제5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

이날 경기는 안산공고와 포철공고의 대결로 펼쳐졌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안산공고 에이스 김광현이 다시 한번 등판했다. 김광현은 이미 3일 전(지난달 27일) 인천고와의 경기에서 155구를 던졌던 선수.

우려에도 불구하고 16강전 역시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포철공고와의 경기에서 134구를 던지며 2경기 연속 완투를 기록한 것. 팀은 그의 호투 덕분에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 그는 팀에 마땅한 투수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틀 뒤 8강전(2일)에서 또다시 등판해야 할 운명에 처한 것이다.
 
보통 프로에서도 선발투수는 100개 정도의 투구수와 4일 휴식이 보장되지만 고교야구 무대에선 그럴 여유가 없다. 한 경기만 져도 짐을 싸야하는 토너먼트제도 때문에 부실한 선수 관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물론 이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기왕이면 우승 트로피도 받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기는 방법은 프로에서부터 배워도 충분하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프로 무대를 위해서 기본기를 튼실히 다지는 때가 고교 시절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모든 경기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학교는 운동부의 성과를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으로만 판단한다. 경기 내용은 상관없다. 단지 이겼느냐 졌느냐의 여부만 알면 된다. 이 때문에 희생당한 참다운 지도자만 몇 명이며 꽃도 채 피우지 못한 꿈나무들이 몇 명인가.

여기에 모든 대회가 토너먼트제로 운영하다 보니 반드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감독의 입장으로선 제일 잘 던지는 에이스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 에이스 투수는 매 경기 경기마다 혼신의 투구를 던지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되지만 정작 자신은 만신창이가 되면서 미래를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감독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생계 등 여러 사정 때문에 반복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도 좋은 성적이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하면 대학이라도 들어가야 선수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문제는 대학에서 이들을 선발하는 기준이 전국대회 성적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대부분 전국대회에서 8강 이상의 실적이 있어야 자격이 주어진다. 참고로 야구의 본토인 미국에선 대학에서 직접 선수를 스카웃하거나 학교 자체에서 트라이아웃을 실시해 선수를 선발한다. 개인의 기량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물론 팀워크가 절대적인 야구에선 개인의 기량만큼 협동심도 중요한 게 사실이지만 그것을 팀 성적 하나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마땅한 해결책은 없을까?

지역 리그제 도입과 대학입학 기준 수정, 그리고 한 투수당 이닝 제한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이뤄내기 위해선 모든 야구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하고 학생들에 대한 사려 깊은 마음을 찾아볼 수 없는 지금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이 나라 야구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요즘 야구하는 친구들이 줄어드는 이때, 우리 한국야구는 미래를 바라보는 크고 넓은 눈을 떠야한다. 미래의 꿈나무들을 잘 키운다면, 올해 그 초석이 다져질 수 있다면 좀 더 의미 있는 한국야구 100주년으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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