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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카(Publica), 블록체인으로 구현한 출판 산업의 혁신

기사입력 2018.06.22 14:15 / 기사수정 2018.06.22 18:04

백종모 기자

출판 산업이 저자 주도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 최근 세계적 추세다. 전자책의 대중화와 독립 출판이 맞물린 결과로, 스매쉬워즈(Smash words)의 부상이 이 현상을 대변한다. 그런데 스매쉬워즈 조차 구세대 취급할 만큼, 혁신적인 출판 플랫폼이 등장했다. 세계 최초의 'BOOK ICO(가상화폐 출판 펀딩)'를 도입한 스타트업 퍼블리카(Publica)다. 강연 중에는 "우리는 스매쉬워즈와는 다르다"는 말이 수차례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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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8서울국제도서전'에서 퍼블리카의 죠셉 마크(Josef Marc) CEO가 '출판 사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새로운 방식의 도서 펀딩'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 내용 및 퍼블리카의 기술적 이론에 대해 정리했다.

2017년에 라트비아에서 설립된 퍼블리카는 블록체인(장부를 분산 저장해 보안성을 높이는 기술)으로  책의 출판 및 구매 방식에서 혁신을 시도한 전자책 플랫폼이다. 퍼블리카는 책의 '토큰(가상화폐를 집합한 1개의 단위)' 매매 개념과 선행 판매 방식을 최초로 실현했다.



퍼블리카는 블록체인을 통해 구매한 책의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다 읽은 전자책을 타인에게 판매·양도할 수 있다. 구매자는 특정 책에 대한 토근 1개를 구매함으로써, 해당 책에 걸린 블록체인 암호를 해제할 수 있다. 즉 '1개의 토큰'이 '책 1권'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토큰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으며, 양도할 경우 책을 읽을 권리를 다른 사람이 취득하고, 자신은 잃게 된다. 종이책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존의 전자책 플랫폼에서는 책을 다 읽더라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다.

판매자는 책의 가격 및 판매 부수를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 판매 부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토큰(해당 책 1권의 권리)는 변동할 수 있다. '1000 카피(copy)로' 설정해 책을 발행했다면, 그 책은 세상에 단 1000권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인기 있는 책의 경우 여러 권을 구매해두면,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마치 주식을 발행하고 매매하는 느낌으로 책을 통한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퍼블리카는 추후 토큰 거래소를 개설해, 이 개념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퍼블리카의 가장 큰 특징은 블록체인으로 구현한 책의 크라우드 펀딩(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자본조달 방식)이다. 이 개념을 퍼블리카는 'BOOK ICO(북 아이씨오)'라 부른다.  ICO(Initial Coin Offering)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선행 투자를 받는 기술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업체는 일반적으로 주식 대신 ICO를 통해 기업의 투자 자금을 유치한다. '코인 창업'이라고 불리는 개념이다. 크라우드 펀딩 관련 시장에서도 ICO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퍼블리카는 세계 최초로 이 개념을 책에도 도입했다.

퍼블리카는 여행 책 베스트셀러 작가 메트 케프니스(Matthew Kepnes)를 통해 'BOOK ICO'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메트 케프니스는 '하루 50달러로 세계 여행하기'라는 책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됐으며, 인기 여행 블로그 'nomadic matt'를 운영한다. 

메트 케프니스는 자신이 집필 중인 책 '유럽'을 '토큰 1000개(발매 부수 1천권), 하드캡(Hard cap·투자 목표 금액) 1만 달러, 종료일 2018년 6월 20일'로 설정해 퍼블리카의 BOOK ICO에 등록했다. 즉 메트 케프니스가 '유럽'이라는 책을 집필할 계획에 대해, 20일까지 1권당 10달러씩 선행 투자를 받겠다는 것이다. 메트 케프니스는 책을 다 쓰지 않은 상태에서 BOOK ICO를 진행했다. 구매자는 이 책의 가격이 오를 것 같다고 생각하면, 투자 개념으로 여러 권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당 BOOK ICO 건은 현재 목표 금액을 100% 달성한 상태다. 

BOOK ICO가 기존 크라우드 펀딩과 차별되는 점은 투자금을 안전하게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계약이 이행되어야 대가를 지급하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개념을 완벽히 구현한다. 그 때문에 BOOK ICO에서는 모금자의 출간이 무산될 경우, 구매자는 구매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퍼블리카는 메트 케프니스 외에도, 유명인들을 끌어들여 플랫폼을 홍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책을 쓴 적이 없는 유튜버에게 퍼블리카에 책을 써서 올리는 시도도 했다. 그의 시청자들에게 퍼블리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 것이다. 퍼블리카에는 누구나 등록만 하면 완성된 책을 올리거나, 혹은 집필 중인 책을 BOOK ICO로 판매할 수 있다. 

죠셉 CEO는 강연에서 "우리는 아마존은 물론 스매쉬워즈와도 굉장히 다른 서비스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매쉬 워즈나 아마존은, 사람들이 회사를 믿고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퍼블리카는 중앙 집중화되지 않았으며, 스마트 콘트랙트(자동화 된 프로그램 계약)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퍼블리카는 완벽한 탈 중앙화 추구 이념을 강조하기 위해, 책의 평점 및 리뷰를 남기는 기능도 과감히 삭제했다. '플랫폼은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 나쁜 책을 구분하기보다, 공평한 무대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죠셉 CEO는 "우리는 기존 출판사나 아마존 처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정해 이끌려 하지 않는다. 단지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뿐이다. 출판사나 저자들은 이곳에서 (출판을) 결정할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도와줄 뿐"이라고 설명했다.

퍼블리카는 블록체인 기술로 출판 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까?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관심이 모인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 /기사제공=스마트경제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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