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09 05:06 / 기사수정 2009.05.09 05:06
프로농구 팀별 결산⑦ - 안양 KT&G 카이츠(29승 25패 - 정규시즌 7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시즌 전 전망
개막 2개월여를 앞두고 터진 유도훈 감독의 사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지난 시즌 안양 KT&G를 4강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유도훈 감독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사령탑이 바뀌는 것은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공산이 컸다.
일단은 이상범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승격시키며 시즌을 준비했지만, 전문가들은 KT&G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사령탑 교체의 여파보다도 신장이 너무 작다는 것이 문제였다. KT&G가 선발한 외국인선수 캘빈 워너는 전체 10개 구단에서 센터를 맡게 될 선수 중 가장 작았다. 올 시즌 유난히도 높이 바람에 부는 가운데 가뜩이나 작은 KT&G의 키는 더욱 작게 느껴졌다.
▲스피드로 몰아친 돌풍
'농구는 신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KT&G가 바로 그랬다. 그들은 작지만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했다. 포인트가드 주희정부터 센터인 워너까지 5명의 선수가 모두 달리는 농구의 진수를 보이며 원주 동부, 울산 모비스와 함께 선두권에서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KT&G가 경기당 몰아치는 속공은 5개가 넘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도 마퀸 챈들러와 주희정의 개인기가 빛을 발했다. 수비 역시 빠른 발을 활용한 효율적인 로테이션으로 커버했다. '대세는 스피드 농구'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올 정도였다.
골밑 수비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워너가 부상으로 물러나며 큰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래도 KT&G는 중위권 아래로 처지지는 않았다. 두 외국인선수 외에도 주희정과 양희종이 수시로 리바운드에 가담하며 손실을 최소화했고, 그럭저럭 5할 승률은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었다.
▲계속되는 악재, 그리고 눈물
후반기를 맞이하며 워너는 돌아왔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았다. 워너가 제 컨디션을 찾는 데는 시간이 걸렸고 KT&G는 6강 진출을 결코 안심할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뒤에서 추격해오는 팀들의 상승세는 매서웠다.
게다가 악재는 연달아 이어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복귀한 워너는 후반기 프로농구를 휩쓴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어 짐을 싸야 했다. 공수에서 두루 큰 비중을 차지했던 양희종은 부상으로 시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KT&G는 다급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결국 운명의 시즌 마지막 날. KT&G는 전날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29승 25패로 시즌을 마친 상태에서 인천 전자랜드, 혹은 창원 LG의 패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승리를 거뒀고 3자 동률로 득실 공방에서 가장 밀린 KT&G는 눈물을 머금고 7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Comment: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랴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KT&G는 비교적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력을 탓하기엔 악재가 너무 많았다. 시즌 전부터 은희석의 부상과 워너, 양희종에 부상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지냈다. 이상범 감독대행은 “결국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이것이 KT&G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 시즌에는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팀의 기둥인 주희정은 SK로 이적했고, 양희종과 신제록은 상무에 입대했다. 구단에서는 새로 영입한 김태술 역시 공익근무요원으로 바로 입대시킬 방침. 전력 누수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지도력을 인정받으며 정식으로 승격된 이상범 감독이 또 어떤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Best Player - 주희정
말이 필요 없다. 주희정은 올 시즌 누가 뭐래도 MVP였다. 본연의 임무인 경기 운영은 물론이고 리바운드 가담, 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득점력 또한 빛났다. 평균 15.06득점에 8.33어시스트, 4.76리바운드. 국내선수 중 득점 2위에 리바운드 5위, 어시스트는 물론 2시즌 연속 1위였다.
이번 주희정의 MVP 수상으로 프로농구 최초로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팀에서 MVP가 배출되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올 시즌의 주희정은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한국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다.
[사진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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