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08 02:32 / 기사수정 2009.05.08 02:32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프로농구 팀별 결산④ - 서울 삼성 썬더스(30승 24패 - 정규시즌 4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시즌 전 전망
지난 시즌 준우승에 빛나는 '가드 왕국' 서울 삼성의 올 시즌 전망은 그다지 좋지만은 못했다. 그간 알짜배기 활약을 펼치던 이원수는 상무에 입대했고, 주포 이규섭은 시즌 전부터 부상을 입으며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출장할 수 없게 됐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선수 데이먼 썬튼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6강에는 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탈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더러 있을 정도였다. 테렌스 레더가 건재하긴 했지만 지난 시즌보다 더 높아진 상대의 골밑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한 살씩을 더 먹은 이상민, 강혁, 이규섭 등의 체력적인 부담도 다소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
▲총체적 난국
삼성의 시즌 초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전과 같은 원활한 볼 흐름과 활발한 외곽 지원 등 삼성이 기존에 가졌던 강점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시즌 전 일찌감치 교체한 외국인선수 에반 브락은 늘 '식물용병'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을 정도로 답답했다.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레 레더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져 갔다. 지난 시즌에 이어 어김없이 좋은 활약을 보인 레더는 가공할 득점포와 골밑 지배력을 보이며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삼성 썬더스가 아니라 삼성 레더스'라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겨우 반타작 승률을 이어가던 삼성에게 돌연 찾아온 8연패는 재앙과도 같았다. 레더가 아무리 빼어난 활약을 보인다고 해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선수의 손발도 좀처럼 맞지 않았고 기량 미달의 브락으로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너무 많은 턴오버도 문제였다.
▲파죽의 9연승에서 플레이오프 돌풍까지
아쉬운 기량으로 속을 썩이던 브락을 퇴출시키고 애런 헤인즈를 영입한 것은 삼성이 올 시즌 행한 가장 성공적인 일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헤인즈 영입 이후 9연승을 달린 삼성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안되던 팀 플레이는 살아났고,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중위권을 지켰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삼성은 재계 라이벌인 창원 LG를 만나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다음 상대는 정규시즌 우승팀인 울산 모비스.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의외로 결과는 3승 1패, 삼성의 승리였다. 그 어느 팀보다도 풍부한 경험을 지닌 삼성은 진정 플레이오프의 최강자라 할 만했다.
전주 KCC를 상대한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삼성은 선전했다. 1차전 승리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한 삼성은 5차전 헤인즈의 극적인 버저비터로 승리를 따낸 후 6차전까지 잡아내며 승부를 마지막 7차전까지 몰고 갔다. 비록 아쉽게 KCC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삼성의 저력은 분명 놀라웠다.
▲Comment: 플레이오프의 또 다른 승자
삼성의 정규시즌은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8연패 거의 직후에 9연승을 달성했고, 이후에도 기세가 여러 차례 오르락내리락했다.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달랐다. 경험의 힘을 바탕으로 쉽지 않은 상대를 차례차례 제압했고, 우승이 무난해 보였던 KCC를 마지막까지 위협하는 저력도 보였다.
정규시즌 4위로는 사상 최초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최다 관중 신기록을 연이틀 갈아치운데다 극적인 버저비터 승리까지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준우승에 그치면서 마지막 화룡점정을 하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지만, 그들은 진정 플레이오프의 또 다른 승자라고 불릴 만했다.
▲Best Player - 테렌스 레더
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올 시즌 삼성은 분명 레더의 팀이었고, 레더 없이는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 상대팀으로부터 인성 문제와 과도한 팔꿈치 사용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실력으로는 틀림없이 최고의 선수였다.
평균 27.48득점, 11.33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한 레더는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테런스 섀넌에게 밀려 놓쳤던 외국인선수상도 올 시즌에는 당연히 레더의 몫이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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