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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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루키 유병수의 '재발견'

기사입력 2009.05.07 10:18 / 기사수정 2009.05.07 10:18

김지혜 기자

재발견 [再發見]
[명사]어떤 사실이나 가치를 다시 새롭게 발견하여 인정함.
 

인천의 '한 남자' 유병수

요즘 K-리그에서 잘나가는 신인 유병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르며, 인천의 ‘호날두’, 인천의 ‘박지성'등 다양한 수식어와 함께 불리우고 있다. 

경기장에서 이 악물고 뛰는 모습만 보다가, 두 손을 모으고 의자에 앉아있는 그를 보니 새롭게 붙여주고 싶은 애칭이 하나 생겼는데.. 바로 ‘한 남자’를 부른, 가수 ‘김종국’. “한 남자가 있어~골 너무 잘 넣는..” 다부진 몸, 까무잡잡한 피부, 특히나 남성미 넘치는 '얼굴 선'이 영락없는 김종국 이었다. 무뚝뚝하게 생긴 얼굴에서 나오는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던 그, 경기장에서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유병수를 함께 만나보자.


오늘 인터뷰에 나온 그의 헤어스타일은, 경기장에서 봤던 '웨이브'보다 한층 차분해 보였다. 헤어스타일이 멋지다 칭찬 했더니 “사실 머리는 완전 곱슬이고요, 파마해 본 적은 한번도 없어요. 원래는 더 빠글빠글한데, 오늘 미용실을 다녀와서 덜 빠글거리는 거예요.”하며, 쑥스러운 듯 손으로 귀 앞쪽 머리를 아래로 쓰윽 쓸어내린다.

인터뷰 할 때에는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 그런데 카메라만 가져다 대면 얼굴이 돌덩이처럼 굳어진다."사진 찍을 때 웃으면 이상하게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잘 못 웃겠어요." 아직은 카메라가 어색하기만 한 유병수.

검소하고 순박한 청년

그가 자리에 앉자 “올 때 뭐 타고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전철타고 왔어요.”라고 대답한다. 

운전면허가 없냐고 묻자 “면허 있어요, 이래 뵈도 대구에서 4일 만에 면허 딴 사람이에요” 하며 너스레를 떤다. 첫 월급은 어떻게 썼냐고 물었다. “제 월급은 부모님께서 관리해 주시구요, 첫 월급 받고 가족, 친지들에게 옷 한 벌 쭉 돌렸어요.” 자신에게 준 선물은 없냐고 물어봤다. “뭐 없는데. 나중에 돈 더 많이 벌면요.”라고 대답한다. “그럼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사고 싶은 게 뭐예요? 자동차?” 라고 물어보자 “아직 차는 필요 없어요. 전철타고 다니는 것도 편한데. 그냥.. 노트북 하나 살까 생각중이예요. 아버지께서 저에게 요즘 기사 좀 자주 읽으라고, 인터넷 좀 하라고 하시거든요.”

대화를 시작하자 그의 입에서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고향은 대구고요,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대구에 쭉 살아서 사투리를 써요,” 입단하기 전에는 인천에 거의 와본 적이 없다는 그. “지나가는 길에 한두 번 들려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요. 지금은 인천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인천사람 다 된 것 같네요.”

신인 같지 않은 신인, 당당함이 매력적인 유병수

프로에 올라와 경기장에 처음 들어가면 얼어버리는 신인선수와 달리, 첫 데뷔전 때 결승골을 만들어 내더니, 이후 경기에서도 3개의 골을 더 뽑아냈다. 그라운드를 겁 없이 뛰어다니는 유병수. 그런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냐고 물었다. “다들 많이들 물어 보시는데요. 자신감이 갑자기 어디서 ‘나오는게’ 아니고요,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있는 거예요. 주장 중용이 형이 그러시거든요 '너는 하던 대로 해라. 너 뒤에서 수비는 우리가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쭉쭉 나가라'고요. 제가 지금 골을 넣고 경기에 나가서 좋은 모습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다 저희 팀 선수들 덕분이에요. 뒤에서 밀어주고 옆에서 받쳐주고요.” 

이번시즌 목표가 7골, 유병수는 벌써4골은 넣었다. 목표 골은 변함없는지 물었다. “네. 더 높이지 않을 거예요. 지금은 골도 잘 들어가고 경기도 잘 풀리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뛰면 뛸수록 상대팀은 저에 대해 더 알게 되거든요. 앞으로의 경기가 어쩌면 더 어려워 질 수 있어요. 어쨌든 목표는 7골. 행운의 숫자!”

신인선수로 국가대표 감독의 눈에도 들고 있는 유병수. 프로에 입단하기 전 홍익대 재학 중에도 골 냄새 맡는 골잡이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는 축구 말고는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좋아 하는 것도 없는 ‘재미없는’사람이다. 즐겨보는 티비 드라마도 없고, 요즘 나오는 영화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연애경험은 있으세요?” 라고 물었다. “고등학교3학년 때 여자친구를 사귀어봤는데요,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라고 대답한다. 이상형에 대해 묻자“축구선수 이상형은 거의 비슷할꺼예요. 운동하는데 옆에서 도움주고, 항상 응원해주는 사람이요.”

유니폼입은 모습만 보다가, 청바지에 후드티 차림인 그는 무척 새로웠다. 생각보다 몸이 슬림한 것 같다고 말했더니, 허벅지가 두꺼워서 바지를 제대로 입지 못한다고 "허벅지에 맞춰서 2인치 정도 바지를 크게 사야되거든요, 그래서 맨날 허리가 남아요" (여기에서 확인 들어갔은데, 줄자로 재어보니 정확하게 허벅지 둘레가 26.5인치 나왔다) 축구로 다져진 단단한 허벅지를 자랑하는 그에게 요즘 대세인 스키니한 팬츠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유명세? 아직은요 

길 가다가,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냐고 묻자, 아직은 한 번도 알아 본적은 없다고 한다. 다만 집에 내려가면, 동생 친구들이 자신을 보러 우르르 몰려 와있다고. 마침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유병수 선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종이와 펜을 내밀며 싸인을 요구하는데.. 느린 속도로 꼼꼼히 싸인을 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입에 잔뜩 힘을 주고 팬과 기념사진도 찍는다. “유병수선수 알아보는 사람 있는데요? 좋으시겠어요” 하자 작은 목소리로 “에이 뭐가요, 아니에요.” 라며 머리에 손을 또 가져다 댄다.

헤어지기 전 유병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알았어요! 사갈께요” 무슨 전화냐 묻자, 같은 방을 쓰는 형이 간식을 사오라고 해서, 간식거리 사러가야겠다고 한다. (아직은 팀 내 막내급으로 볼 정리등,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한다고) 마침 출출한 터라 ‘떡볶이와 순대를 같이 먹고, 포장도 해가면 되겠다’ 했더니 흔쾌히 'OK' 한다. 그렇게 같이 길거리에서 분식을 먹고, 포장된 간식거리를 한쪽 손에 받아들고 나왔다. 한쪽 손에 달랑거리는 봉지를 들고 인사를 하며 되돌아가는 그의 뒷 모습이. 지금 막 포장된 떡볶이 만큼이나 따끈하게 기억되었다.

팬들과 자주 마주하는 일이 없는 운동선수들은,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모습으로 이미지가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축구선수는 이를 악물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많기 때문에, 강하고 저돌적인 이미지로 기억되기 싶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그런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순박하고 따뜻한 선수들이 많은데, 오늘 만나 본 유병수도 그러했다. 신인의 풋풋함과 넘치는 열정, 그만의 후덕한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다. 경기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오늘 이 모습이 팬들에게 재미와 인간미로 다가갔길 바라며,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었던 '유병수의 재발견'을 마친다.

[글] 김지혜 기자 (인천 UTD 기자단)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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