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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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비전 - 프로농구 팀별 결산③] 전주 KCC 이지스

기사입력 2009.05.07 03:48 / 기사수정 2009.05.07 03:48

최영준 기자

프로농구 팀별 결산③ - 전주 KCC 이지스(31승 23패 - 정규시즌 3위, 챔피언결정전 우승)

▲시즌 전 전망

'괴물 센터' 하승진의 국내 무대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더구나 그 소속팀이 이미 서장훈이 버티고 있는 전주 KCC라는 점은 더욱 그러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허재 감독은 나란히 2m대의 외국인선수를 2명 선발하며 '2m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까지 조성했다.

KCC는 원주 동부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이들 두 팀의 챔피언결정전 대결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너무 높이에만 치중한 나머지 느려진 스피드와 비교적 취약한 가드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어쨌든 농구는 신장이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기에 이런 전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일단 시작은 불안했다. 야심 차게 선발한 외국인선수 브라이언 하퍼는 얼마 가지 못해 기량 미달로 짐을 쌌다. 새로 영입한 칼 미첼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외국인선수 문제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은 그리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서장훈과 하승진의 공존으로 인해 생긴 출전 시간 배분은 KCC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로 다가왔다. 결국 출전시간 문제로 허재 감독과의 끊임없는 불화설에 시달리던 서장훈은 인천 전자랜드의 강병현과 트레이드되기 이르렀다. 프로농구를 뒤흔든 대형 트레이드였다.

하지만 팀은 이미 헤어나오기 힘들만큼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었다. 충격의 8연패. 팀을 떠난 서장훈의 뒤를 이어 믿었던 하승진마저 부상을 입고 오랜 기간 결장이 예고됐다. 순위는 이미 9위까지 떨어졌다. 더 이상 부진이 지속되면 KCC는 회생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기적적인 반전, 감격의 우승

희망이 없을 것 같았던 상황이었지만 반전은 일어났다. 서장훈, 하승진이 한꺼번에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선수 기용에 다소 숨통이 트인 KCC는 성공적인 팀 컬러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전까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던 추승균과 트레이드로 영입한 강병현은 새로운 스피드 농구의 선봉장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한 KCC는 어느덧 3위까지 뛰어올랐다. 부상에서 복귀한 하승진도 성공적으로 팀 플레이에 녹아들며 자리를 굳혔다. 선두권을 위협하기에는 다소 힘이 달렸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난했다. 초반 극도의 부진을 감안하면 정규시즌 3위는 꽤나 훌륭한 성적표였다.

플레이오프는 험난했다. 트레이드 상대였던 전자랜드와는 6강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겨우 승리를 따냈고, 4강에서도 동부를 만나 1승 2패에 몰렸다가 반전을 만들어냈다.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던 챔프전에서도 서울 삼성을 만나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결과는 감격의 우승. 경기를 치를수록 기량이 쑥쑥 오른 하승진과 에이스로 되살아난 추승균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Comment: 우승과 미래를 동시에 봤다

3라운드에서 KCC가 9위까지 추락했을 때만 해도 '이제 틀렸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서장훈-하승진의 조합은 상상만으로도 위력적이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그 대가가 너무나도 컸다. 당시 KCC는 높이의 우위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작고 빠른 팀에 의외로 당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서장훈 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KCC가 여기까지 오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이나마 높이에서 스피드로의 성공적인 전환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줬고, 팀의 미래인 하승진과 강병현, 신명호,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허재 감독 역시도 시련 속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Best Player - 하승진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시즌 초반 기대만큼은 못 미치는 모습으로 약간의 실망감마저 안겨줬던 하승진은 서장훈이 팀에서 떠난 이후 자신의 자리를 찾으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는 자신이 한 축이 되어 한국 농구의 '전설'인 서장훈, 김주성을 연달아 꺾는 기쁨까지도 누릴 수 있었다.

시즌 10.36득점, 8.22리바운드는 언뜻 보기에 엄청난 기록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엄청난 신체 조건과 성장 가능성이라는 더욱 큰 무기가 있었다. 험난한 올 시즌의 일정은 하승진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생애 단 한 번의 기회만이 주어지는 신인상 역시 그의 몫이었다.

[연재] 최영준 코트 비전 -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팀별 결산

① 울산 모비스 피버스 

② 원주 동부 프로미

③ 전주 KCC 이지스

[사진 ⓒ엑스포츠뉴스DB]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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