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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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수원 잔류? 최악의 선택

기사입력 2005.06.29 09:17 / 기사수정 2005.06.29 09:17

윤욱재 기자
마치 억지로 결혼한 한 부부가 어색한 동거를 하는 것 같다.

현대와 수원. 처음엔 2년 동안만 같이 살아보자며 계약 결혼을 했지만 이젠 백년해로를 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현대가 신붓감으로 탐냈던 서울을 놓쳤기 때문이다.

어차피 현대와 수원의 만남은 영원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었기에 이들의 결혼식에는 하객(팬)도 없었고 설사 이들이 정식 결혼을 맺는다 하더라도 축하해줄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현대와 수원이 어쩔 수 없는 운명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5년 전, 현대는 SK가 창단을 선언하자 SK에게 인천을 내주고 서울로 옮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인천팬들의 반발이 심했는데도 불구하고 꿈쩍 한번 하지 않았던 현대는 완벽한 상태로 서울에 입성하기까지 수원에서 잠시 머무르겠다며 수원을 임시 연고지로 정했다. 준비 기간은 2~3년으로 예상하고 그때까지만 수원을 홈으로 쓰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상 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처럼 현대의 서울 상륙 작전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 탄탄한 재정구조로 프로야구판을 주도하던 현대가 모그룹의 위기와 함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장 확보와 입성금 지급 등 '돈'과 관련된 사안들이 난항을 겪음에 따라 모든 계획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5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고 아직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현대가 수원에 남으리란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어 또 한 번 파장이 예상된다.

사실 현대가 수원에 남겠다는 것은 최악의 경우에만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 현대가 수원에 머무른 지 6년 째 되는 올해까지 3회 우승을 차지했는데도 불구하고 관중 수는 최하위 수준이었다. 떠날 사람 붙잡지 않는다고 수원의 야구팬들도 자신들의 본거지인 수원을 임시 정류장으로 취급하는 현대에 애정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수원에는 삼성의 많은 계열사가 위치 해있고 수원 삼성이란 명문 클럽팀과 함께 축구 도시로 발전한 만큼 현재 실정을 따져보면 수원 시민들을 야구장으로 모셔오기엔 상당한 악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도 이 같은 현실을 잘 알고 있어 현대의 많은 계열사가 위치한 울산과 같은 제3 도시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서울의 목동 구장 사용을 타진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서 '수원 잔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최대 현안이 관중 동원임을 감안할 때 현대의 수원 잔류는 크나큰 악재임이 틀림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현대의 새로운 연고지를 찾아야 하지만 딱히 해결 방법이 없어 수원 잔류를 받아들이려는 야구계의 분위기가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 현대는 인천을 버린 댓가로 문학구장을 놓쳤고 서울이란 거대한 프랜차이즈도 놓쳤다. 불편한 동거를 계속할지도 모르는 현대와 수원의 향후가 불안해 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한편 현대는 현재 홈경기(34경기 기준) 평균 관중 2,873명으로 8개구단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사진 / 현대유니콘스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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