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29 16:52 / 기사수정 2009.04.29 16:52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별들의 전쟁' 2008/09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와 첼시의 격돌이 성사되자 수많은 축구팬은 과거를 회상하며 그들의 명승부를 기대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휘 아래 올 시즌 최고의 선수로 거론되고 있는 '초메시인' 메시와 라리가 득점 선두 에투, '킹헨리'의 시절로 돌아온 앙리, '패스 마스터' 사비 등 유럽 최고의 화력을 뽐내고 있는 바르셀로나와 히딩크 감독의 부임 이후 마법 같은 지도력으로 갱생한 '드록신'드록바와 '말루다 할수 없는' 말루다, '조율의' 램파드 등 챔피언스리그 우승후보로 점쳐지는 첼시의 대결은 정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급 '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최고의 맞대결이었다.
더구나 두 팀은 과거에 몇 차례의 맞대결을 통해 수많은 명승부를 펼쳐왔고 그 경기들을 기억하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축구팬이 다음날 회사와 학교를 뒤로 제쳐놓고 새벽잠을 설쳐가며 '꿈의 대결'을 기대했다.
그러나 밤잠을 설쳐가며 텔레비전을 켠 축구팬들의 대다수는 자신들이 기대하던 경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챘다. 경기는 90분 내내 바르셀로나의 화력을 온몸을 던져 막아내는 첼시선수들의 투지뿐이었고 바르셀로나는 첼시의 투지에 밀려 그들의 공격력을 뽐내지 못했다. 과거 호나우지뉴의 '엉덩이 실룩실룩' 슛이나 로벤과 더프가 보여주었던 다이내믹한 첼시의 모습처럼 멋진 축구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결국, 히딩크 감독의 의중대로 첼시는 '원정팀의 무덤'인 캄프 누에서 소기의 성과인 무승부를 거둬 적어도 지금까지는 지난 시즌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승리 공식을 재현하고 있다.
첼시의 주장 존 테리는 "바르샤는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득점 기회들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상대가 스루패스를 즐기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압박을 가하면서 패스를 차단하려 했다. 0-0은 환상적인 결과이고 홈에서 다시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라며 첼시의 결과에 만족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인터뷰에서 "축구를 보여주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던 팀과의 경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 나선 선수들 모두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첼시 원정에서 진정한 공격 축구를 팬들에게 선사하겠다."라며 첼시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과르디올라의 발언대로 첼시가 축구를 보여주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공격축구만 팬들을 위한 것인가? 아름다운 축구를 감상하는 것은 팬들의 권리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축구의 정의는 무엇일까?
우아한 원터치 패스,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 강력한 중거리슛 등 공격적인 모습이 분명히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강력한 압박과 면도날 같은 태클, 섬세한 수비조직 역시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멋진 모습이다. 바르셀로나가 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첼시는 후자의 모습으로 또 다른 축구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모두 완벽하면 스코어는 0-0이다."라는 플라티니의 명언이 있다. 비록 팬들이 원하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은 없었지만 다른 측면에서 축구의 재미를 보여주었다. 바르셀로나의 공격이 날카롭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첼시의 수비가 뛰어났고 첼시가 키핑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의 압박이 좋았다. 바르셀로나가 완벽에 가까운 공격력을 보여주었다면 첼시가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보여줬다는 뜻이다.
빅경기답게 경기가 끝난 후 양팀의 감독과 선수들, 심지어 팬들마저도 흑백논리를 펼치며 서로 자신의 축구가 옳다고 주장을 하지만 축구의 아름다움을 하나로만 단정 짓기에는 수많은 감동을 주었던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사진= 첼시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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