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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리듬체조 일루션] '난도의 여왕'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 상

기사입력 2009.04.28 18:10 / 기사수정 2009.04.28 18: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0일, 포르투갈 포르티마오 아레나 스포츠 홀에서 벌어진 2009 FIG(국제체조연맹) 월드컵 시리즈 1차대회에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EVGENIA KANAEVA : 영어명으로는 ‘유제니아’ 카나예바로 불림 19, 러시아)가 우승을 차지했다. 카나예바는 이미 세계 정상에 오른 경력이 있다. 지난해에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카나예바는 현존하는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카나예바가 이번 월드컵 시리즈에서 우승을 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새롭게 규정된 신 채점제 시스템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올해에 접어들면서 리듬체조의 채점 규정이 새롭게 개편됐다. 지난해에는 난도(리듬체조의 기술)와 예술 점수를 합산한 평균 점수와 실시(기술의 실수를 점검하는 점수)점수로 나뉘어 점수가 매겨졌다. 난도와 예술점수의 평점과 실시 점수의 평점을 합산해 총점을 계산한 것.

그러나 난도 점수에 치우쳐 예술적인 멋이 사라져 간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FIG를 비롯한 세계 리듬체조의 인사들은 예술을 강조하던 80년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났다. 이러한 의견이 대세를 이루면서 예술성을 강조한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졌다. 우선, 난도와 예술 점수를 분리해 각각 10점을 매기기로 결정했다. 난도와 예술성의 비중을 대등하게 만든 점이 새로운 규정의 특징. 여기에 나머지 실시 점수 10점을 합해 총점 30점으로 치러지는 방식이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채점 방식이다.

새로운 채점제에서 진행된 이번 월드컵시리즈에서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는 이번 대회에서도 자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했다. 적지 않은 리듬체조 팬들과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선수들 중, 카나예바보다 안나 베소노바(25, 우크라이나)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이들이 있다. 이유는 베소노바는 보는 이들에게 여운을 주는 연기를 펼치기 때문.

그러나 난도로 평가할 때, 현역 선수들 중, 카나예바를 따라갈 선수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심판인 김지영 위원은 "올림픽에 이어 이번 월드컵시리즈에서 우승한 카나예바는 현재 리듬체조에 있어 독보적인 선수다. 리듬체조 선수가 갖춰야 할 유연성과 수구를 다루는 기술, 여기에 점점 늘어나는 표현력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선수가 바로 카나예프"라고 평가했다.

타고난 천재, 시간이 지날수록 무결점 선수로 성장하다

1990년 4월 2일, 러시아 옴스크에서 태어난 카나예바는 어릴 적부터 철저하게 ‘리듬체조 선수’로 성장했다. 러시아가 리듬체조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원인은 선수를 성장시키는 체계적인 시스템 때문이었다. 리듬체조의 과정은 발레를 익힌 뒤, 수구를 다루는 기초과정을 익히게 된다. 그리고 유연성을 강조한 기술을 습득해 하나의 연기로 완성해 나간다.

리듬체조에서 이루어지는 발레는 정통발레와는 다르다. 발끝으로서는 일반 발레에 비해 리듬체조 발레는 까치발을 세우듯이 고정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움직임과 동작도 수구를 다루는 리듬체조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리듬체조 형' 발레를 가르치는 전문 강사가 러시아에는 따로 존재한다.

그리고 러시아에는 수구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 코치도 있다. 이렇듯, 전문화된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들은 '탄탄한 기본기'를 익히게 된다. 또한, 선수들의 바탕이 된 기본기는 실수를 줄이는 안정감으로 승화된다. 피겨 스케이팅과 같은 경우, 안정된 스케이팅 기술이 탄탄한 기본기로 이어지듯, 리듬 체조는 발레와 수구 다루는 기본기가 매우 중요하다.

변변한 전용 체육관이 한 곳도 없는 국내에 비해 러시아는 리듬체조 전용 체육관이 수두룩하다. 리듬체조 경기장의 특징은 천장이 높아야 하고(수구를 던질 때 천장에 닿지 않을 만큼 높은 것이 리듬체조 전용 체육관의 특징) 냉난방이 갖춰져야 한다. 추위는 리듬체조 선수들의 부상을 부르는 위협적인 적이다. 국내 리듬체조 기대주인 신수지(18, 세종대)와 손연재(15, 광장중)는 러시아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따뜻한 체육관이 가장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카나예바는 이러한 환경에서 배출된 최고의 선수다. 국제심판인 김지영 위원은 “종목마다 중요한 요소가 다른데 줄은 점프가 중요하고 볼은 유연성이 중요하다. 또한, 곤봉은 전체적인 밸런스와 피봇(한발로 돌기), 그리고 후프는 앞에서 언급한 모든 요소를 필요로 한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이러한 요소 중, 몇 가지가 부족해 좌절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카나예바는 모든 종목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를 고루 갖췄다. 특정 종목에서 약점을 보이지 않는 점이 카나예바의 최대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리듬체조 선수로서 갖춰야 할 체격 조건도 카나예바는 훌륭하다. 길고 가는 팔과 다리를 가진 카나예바는 유연성도 타고났다. 리듬체조 선수들은 초기에 입문할 때, 눈물이 나올 정도로 고통이 수반되는 유연성 훈련을 받는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잡아당기는 유연성 훈련은 리듬체조 선수들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통로와도 같다. 물론, 노력으로 유연성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김 위원은 “리듬체조는 재능의 비중이 큰 종목이다. 재능과 노력의 비중을 100%로 놓고 보면 재능이 70%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모두 타고난 유연성으로 수준 높은 난도를 보여주는데 카나예바는 그녀만이 지닌 유연한 몸놀림으로 고난도의 기술을 순식간에 해낸다”라고 밝혔다.

카나예바가 대표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고난도 기술은 'Kavaeva' Pivot'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알리나 카바예바(2004년 은퇴 이후, 2007년 통합러시아당 국회의원 당선)가 처음으로 시도해 '카바예바의 피봇'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상체를 뒤로 젖혀 아래까지 내린 뒤, 한쪽 다리를 위로 꼿꼿이 세우고 한쪽 발로 회전하는 기술인 ‘카바예바의 피봇’은 카바예바가 두 바퀴까지 회전했고 카나예바는 한 바퀴 회전하고 있다.

또한, 상체를 뒤로 굽히고 한쪽 다리를 애티튜드(발레에서 몸을 한 다리로 지탱하고 다른 한 다리는 무릎을 굽혀 90도 각도로 뒤로 올리는 동작)한 상태에서 회전하고 수구를 다르면서 다른 동작으로 넘어가는 난도도 카바예바가 먼저 시도했다. ‘유연성의 최강자’인 카바예바는 다른 선수들이 근접할 수 없는 수준의 난도를 구사했었다. 그리고 오직 금단의 영역이었던 카바예바의 난도를 점령한 선수가 바로 카나예바였다.

위에서 언급한 고난도의 기술은 다른 리듬체조 선수들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구사하는 대표적인 현역 선수는 바로 카나예바이다.

- 하편에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표현력의 여제' 안나 베소노바를 누르고 '리듬체조 퀸'에 등극한 사연과 인간적인 면모로 비춰본 카나예바의 이야기가 계속 진행됩니다.

[사진 =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C) FIG 공식 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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