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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 V리그] KEPCO45, 시즌 첫 승 감격 '돌아보기'

기사입력 2009.04.20 18:09 / 기사수정 2009.04.20 18:09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2008-09 NH 농협 프로배구’에서 가장 감격적인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삼성화재의 2연패? 감독이 세 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얻은 흥국생명의 V리그 챔피언 결정전 우승? 대한항공의 돌풍? 우리캐피탈의 시범경기 2승?

아닐 것이다.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한 V리그 전 경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가장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이번 2008-09 V리그는 순위 변동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했으며, 그만큼 매 경기 최선을 다 해야 ‘우승’에 근접할 수 있었다. 한때 선두를 달렸던 흥국생명이 시즌 3위에 머물렀음에도 불구,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어창선 감독 이하 모든 선수들이 ‘절대 물러나지 말자’는 각오를 단단히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뽑으라고 한다면 아마 ‘이 경기’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최하위 KEPCO45가 25연패 끝에 신협상무를 상대로 1승을 거둔, 바로 그 경기다. 아마 ‘2008-09 시즌’ 가장 감동적인 경기가 아닐까.

감독 교체시점에서 '첫 승' 감격

사실 KEPCO45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최강’ 삼성화재를 만난 KEPCO45는 1세트를 25-19로 따내는 등 종전과는 다른 팀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4세트 역시 시종일관 삼성화재를 압박하다 22-25로 아깝게 지는 등 신치용 감독 이하 삼성화재 선수들을 잔뜩 ‘긴장’시키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 때부터 ‘첫 승’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그런데 이 때, KEPCO45는 6라운드에 앞서 공정배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차승훈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하는 코칭스태프 인사를 단행했다. 이러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KEPCO45는 2월 21일, 홈경기에서 신협상무를 만났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KEPCO45의 단일 시즌 26연패는 당연한 듯 여겨졌다.

그러나 5라운드 삼성화재전부터 ‘정신적인 무장’을 새로이 한 KEPCO45 선수들의 모습은 예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비록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27-29로 1세트를 내주었지만, 2세트는 1세트보다 더한 ‘접전’으로 이어가며 31-29로 극적인 승리를 따냈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KEPCO45 쪽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듀스 끝에 치열했던 2세트를 가져 간 KEPCO45의 기세는 3세트에서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최귀동과 최석기가 앞장섰다. 최귀동은 팀이 3점 차로 아슬아슬한 리드 상황을 지키고 있는 세트 중반부터 블로킹 2개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고, 최석기 역시 경기 후반부에 재치 있는 블로킹 2개를 기록, 팀의 25-17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상 경기는 여기에서 끝이 났다. 이후 4세트를 맞이한 KEPCO45는 세트 내내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며 25-16으로 승리, 세트스코어 3-1로 감격적인 첫 승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KEPCO45의 승리는 공정배 감독 경질 직후 차승훈 감독체제하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야말로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한 셈이었다.



▲ 차승훈 감독대행은 공정배 감독 퇴임 이후에도 팀을 잘 이끌어 2008-09 시즌에도 4승을 거두었다.

차승훈 감독대행, '모든 것은 선수들의 공'

당시 차승훈 감독대행은 ‘자신 때문에 팀이 1승한 것’이 아니라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최삼환 신협상무 감독 역시 ‘우리가 매번 승리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이번 1패를 거울 삼아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말로 간단한 인터뷰를 마쳤다. 그때 차승훈 감독은 어떠한 이야기를 했는지 뒤돌아보도록 하자.

Q : 첫 승을 축하한다. 프로 첫 승의 소감을 말해달라.

차승훈 감독대행(이하 ‘차’로 표기) :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 편으로는 시원섭섭한 기분이다.

Q : 선수들 플레이가 다른 날보다는 남달랐는데,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 한 것이 있었나?

차 : 특별하게 없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라고 주문하고,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을 뿐이다. 다만, 서브와 서브리시브에 대한 강조를 많이 했다. 또한 오늘 경기에서 서브가 많이 먹혀 들어갔다. 어려운 시기에 노장들이 힘을 내어 준 결과다.

Q : 감독 대행에 대한 언질은 받았나??

차 : 전혀 못 받았다. 모든 것이 갑작스럽게 진행됐었다.

Q : 가장 힘든 시기에 감독대행을 맡았는데, 기분은?

차 : 너무 갑작스럽게 그런 일을 맡아서 너무 놀랐다. 책임감도 많이 생기고 부담이 많이 됐다.

Q : 고비였다고 생각하는 승부처가 있었다면?

차 : 2세트에서 리드 당하고 있을 때부터였다. 듀스 상황에서 우리가 분위기를 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트를 가져가다 보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을 수 있었다. 지난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처럼 큰 점수 차이로 이기고 있다가 리드당하는 경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오자 차분하게 2세트를 잡았다. 이것이 자신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Q : 오늘 같은 경우 수비 자체가 확 달라졌다. 이 부분에 특별히 주문한 것은?

차 : 열심히 해야겠다는 선수들의 의지와 연패를 끊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것이 승리 요인이었다.

Q : 6라운드 향방을 어떻게 보는가?

차 : 9게임 남았는데, 연패는 끊었으니 남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한 게임, 한 게임 준비를 잘 하겠다. 무엇보다도 선수들과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편 양성만 선수는 “연패만 하다가 1승해서 기분이 너무 좋다. 항상 지다보니, 이기는 것을 잊게 된다. 게임 전날 코치님 및 선수들과 ‘내일 꼭 이겨 보자’고 다짐했다. 오늘 못 이기면, 7라운드도 못 이길 것이다, 오늘 죽기 살기로 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1승에 대한 집착이 컸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병주 선수 역시 “내가 배구를 하면서 대구 동양이 가지고 있었던 프로 통산 최다 연패를 가져갈 수 있는데, 이를 끊고 싶었다. 이번이 아니면 못 깬다는 생각이 컸다.”는 말로 1승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KEPCO45는 첫 승의 순간을 팬들과 함께 했다.

첫 승의 순간, '팬들과 함께 코트 속으로'

인터뷰 이후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은 코트를 떠나지 않고 첫 승의 순간을 팬들과 함께 했다. 배구코트 안에서 팬들과 함께 ‘포토제닉’ 시간을 갖게 된 것. 이에 KEPCO45의 첫 승을 고대했던 배구 팬들은 선수들과 한데 뒤섞이며 마음껏 사진을 찍으며, 진심어린 축하인사를 건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팬 여러분들의 속을 썩여 죄송하다. 이번 승리를 계기로 2승에 도전하는 KEPCO45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KEPCO45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에게 ‘승리 수당’을 지급했다. 원래 ‘프로구단 상대로 1승을 거둘 경우’에만 승리 수당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첫 승의 의미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는 것이 차승훈 감독대행의 말이다.

첫 승 이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KEPCO45는 3승을 더 추가하며, 2007-08년도와 똑같은 4승을 거두며 ‘더 나은 내일’을 약속했다.

[ 글 | 엑스포츠뉴스 유진 기자 | 위클리엑츠 3호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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