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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단신 공격수의 희망, 주예나

기사입력 2009.04.20 00:02 / 기사수정 2009.04.20 00:0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8일과 19일, 전라남도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 한일 탑 매치에서 흥국생명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흥국생명은 19일에 벌어진 토레이와 경기에서 1-3으로 패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 선전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토레이와의 2차전은 적지 않은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높이에서는 일본에 앞서고 있지만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에서 밀린다는 점이 한국 여자배구의 치부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어온 마지막 멤버들인 구민정, 장소연, 강혜미(이상 전 현대건설) 그리고 최광희(전 KT&G) 등이 은퇴를 한 뒤, 한국 여자배구의 특징인 끈끈한 조직력과 수비는 차츰 사라져갔습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많은 유망주에게 '기본기'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올 시즌, 프로선수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주예나(19, 흥국생명)는 공수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중앙여고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로 활약한 주예나는 주전 레프트 공격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올 시즌, 흥국생명에 입단한 주예나는 주로 백업 수비수로 활약했습니다. 고교 시절에는 주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신장이 175cm로 단신에 속하는 주예나는 볼을 때릴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못했습니다.

지난 16일, 2008~2009 프로배구 시상식장에서 주예나를 만났었습니다. 이번 시즌, 신인인 본인에게 기회가 많이 왔느냐는 질문에 주예나는 "기회는 많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펼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아쉬운 플레이에 대해 주예나는 "서브리시브를 받고 앞으로 나와서 공격하는 플레이가 가장 아쉽다. 다음 시즌에는 이 부분을 보완해 공수에서 안정된 역할을 하는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육상을 했었던 주예나는 신장은 작지만 순발력과 높이가 뛰어납니다. 러닝점프가 290cm에 이르는 주예나는 착실한 기본기에 공격력까지 갖춘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재능을 십분 발휘하기엔 여러모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주예나는 프로선수들이 구사하는 강한 서브에 애를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높이는 물론 강도도 차원이 다른 외국인 선수가 구사하는 서브는 위협적이었습니다.

올 시즌, 백업 수비수로서 경험을 다진 주예나는 보다 풍부한 경험을 통해 기본기를 더욱 탄탄하게 익히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프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빠른 공격을 장착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지요. 또한, 주예나와 같은 단신 공격수가 국제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관념도 버려야 될 사항입니다.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지능 플레이'의 달인인 다카하시 미유키(31, NEC)는 한국팀은 물론, 여자배구의 강호들에게도 가장 위협적인 일본선수였습니다. 뛰어난 수비 능력은 물론, 170cm의 단신을 극복하는 두뇌 플레이를 펼쳐 상대방을 흔들었기 때문이죠.

세계화에 맞춰 한국 여자배구는 장신 화를 추구했지만 결론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이야말로 한국팀이 갖출 수 있는 최상의 무기라는 것은 아직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간과할 때, 주예나 같은 유망주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비록 175cm의 단신이지만 기본기가 좋고 수비와 공격 모두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공격의 세기와 상대 코트를 읽고 움직이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갖춰진다면 주예나는 충분히 태극 마크를 달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한일 탑 매치에서 하시미츠 제약의 주전 레프트 자리는 공격 타점이 일본여자배구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오야마 슈카대신 168cm의 효도 시즈카가 꿰차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귀화한 높이뛰기 선수 출신인 슈카는 3m가 훨씬 넘는 공격타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위 공격은 물론, 후위공격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슈카지만 서브리시브와 수비가 안 된다는 점 때문에 백업 멤버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170cm가 안 되는 단신인 효도는 높이는 낮지만 안정된 리시브와 탄탄한 수비를 갖춘 선수입니다. 자신이 가진 약점인 높이를 빠른 공격으로 대체한 효도는 GS 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을 보면 장신의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스피드를 갖춘 선수가 더욱 필요합니다. 신장은 작지만 기본기와 스피드에서 장점을 가지는 선수의 중요성이 이번 한일 탑매치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주예나를 비롯한 좋은 기본기를 가진 단신의 선수들을 절대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사진 = 주예나 (C) 엑스포츠뉴스DB 김혜미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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