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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독 더비, WBC 한일전의 재림?

기사입력 2009.04.04 03:25 / 기사수정 2009.04.04 03:25

강승룡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승룡] 지난 3월에 열린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이하 WBC)은 패한 팀에게도 부활의 기회를 주는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는 경기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는 강팀들이 조기에 탈락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함과 동시에 야구 강국인 미국과 일본에 최대한 유리한 일정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조별 예선에서는 1,2위 결정전까지 치르게 하다 보니, 만났던 팀을 다시 만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하여 이번 WBC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의 라이벌전은 결승전까지 무려 다섯 번이나 치러지는 기이한 경우까지 생겼다.

그런데 축구에서도 이런 라이벌전이 연속으로 반복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물론 WBC와 같은 더블 엘리미네이션에 의한 것이 아닌, 리그와 각종 대회의 일정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경우이다.

바로 분데스리가에서 북독일을 대표하는 라이벌인 브레멘과 함부르크의 북독 더비가 4월 하순에서 5월 초순 사이에 최대 네 번까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리그의 팀이 특정 시기에 연속으로 만나는 경우가 이번 시즌의 북독 더비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와 리버풀만 봐도 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을 필두로 다섯 시즌을 연속해서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나고 있고,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리버풀과 아스날의 경기가 리그 경기 일정과 맞물리면서 일주일 사이에 세 번 연속으로 열린 적도 있었다.

챔피언스리그는 8강전부터, UEFA컵은 16강전부터 같은 리그 팀과의 대진할 수 있기 때문에, 리그 후반기에 같은 리그 팀들끼리 연속으로 붙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브레멘과 함부르크는 리그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함부르크는 승점 48점으로 4위를 기록중이며, 선두인 헤르타 베를린과 승점이 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리그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반면, 브레멘은 승점 32점으로 10위에 그치고 있어 사실상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꿈은 접은 상태이다.

특이한 점은, 골득실에서 브레멘은 46점을 득점하고 35점을 실점하였고, 함부르크는 39점을 득점하고 36점을 실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레멘이 함부르크보다 공격력이 강하고 실점도 적게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승점에선 무려 16점이나 뒤지고 있는데, 이는 브레멘이 대승도 많지만 1점차 석패도 많아 승점을 제대로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그에서의 상반된 모습과는 달리, UEFA컵과 독일 포칼 컵에서는 나란히 8강과 4강에 진출하여 우승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UEFA컵에서는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모습까지 빼닮아 있다.

브레멘은 32강전에서 AC밀란을 맞이하여 1차전 홈 경기에서 밀란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디에구의 동점골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고, 2차전 산 시로 원정에서는 전반에 두 골을 내주며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피사로의 두 골로 무승부를 거두면서 원정다득점으로 16강에 진출하여 생테티엔을 누르고 8강에 진출하였다.

함부르크가 16강에서 갈라타사라이를 물리치고 8강에 진출한 모습도 브레멘의 경우와 상당히 흡사한데, 1차전 홈 경기에서 상대팀에 선제골을 내준 뒤 얀센의 동점골로 1-1로 비겼고, 2차전 이스탄불 원정에서 두 골을 먼저 실점했음에도 불구하고 게레로의 두 골로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어 8강 티켓의 주인공을 바꾸었다. 다만, 올리치가 종료 직전에 역전골을 넣어 8강 진출의 쐐기만 박았다는 점만 차이가 날 뿐이다.

이번 UEFA컵 8강전에서 브레멘은 세리에A의 우디네세를 상대하고, 함부르크는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한다. 8강전에서 브레멘과 함부르크가 승리할 경우 준결승전에서 브레멘과 함부르크의 북독 더비가 성사가 가능한데, 준결승전은 1차전이 4월 30일, 2차전이 5월 7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 경우, 북독 더비는 4월 22일 함부르크 홈에서 포칼컵 준결승전으로 먼저 치러지고, 1주일 뒤 브레멘 홈에서 UEFA컵 준결승 1차전이 열리게 된다. 다시 1주일이 지나 5월 7일에 함부르크 홈에서 UEFA컵 준결승전 2차전이 치러진 뒤, 3일 뒤 5월 10일에 브레멘 홈에서 리그 경기를 벌이게 된다. 평일에 있는 포칼컵과 UEFA컵 경기를 통해 1주일 간격으로 세 경기를 치른 뒤 바로 이어지는 주말의 리그 경기까지 네 번의 라이벌전이 연속으로 열리는 일정이다.

브레멘과 함부르크의 북독 더비의 역대 전적은 1963년 분데스리가 출범 이래로 34승32무30패로 브레멘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 라이벌전에서 보여주는 양 팀의 경기 내용은 상당히 치열한 편이다. 만약 북독 더비가 위와 같은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경기 결과에 따라 브레멘의 우세로 치우쳐질 수도 있고, 함부르크가 뒤엎는 상황도 가능하게 된다.

UEFA컵 8강전에서 브레멘이 상대하는 우디네세와 함부르크가 상대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전력이 결코 만만치 않지만, 브레멘과 함부르크 또한 풍부한 대외컵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 팀들을 꺾고 준결승전에서 우승을 향한 양보할 수 없는 라이벌전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준결승에서 두 북독 라이벌이 만난다면, 승자가 누가 되더라도 01/02시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준우승 이래로 7년 만에 분데스리가에서 UEFA컵 결승 진출 팀이 생긴다는 의미도 가지게 된다.

WBC에서 일어난 다섯 번의 한일 라이벌전. 이런 연속적인 라이벌전이 북독 더비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지 양 팀의 행보가 주목된다.



강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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