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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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진단] 아마야구, 무엇이 문제인가? (3)

기사입력 2009.03.31 17:04 / 기사수정 2009.03.31 17:04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2부에서 계속) 결국 야구‘만’ 할 줄 아는 선수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방법은 동창을 만들어주고, 사회성을 키워주어야 하는 데에 있다. 이는 곧 야구‘도’ 잘 하는 선수로 발전시킬 수 있는 셈이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을 향하여 모자를 벗고 깔끔하게 인사하는 전통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전제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학부형들의 각성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고사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선 지도자들을 ‘선생님’으로 모셔야 한다. 문제는 일부 학부형들이 지도자 알기를 ‘스승’이 아닌 ‘고용인’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이는 곧 자신의 아들을 기용여부에 대한 문제로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아들이 진정으로 야구‘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마땅히 지도자들을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많은 학교가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곧 선수들을 야구만 하는 기계로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엇 때문일까?

1. 야구장이 없어? 그럼 우리는?
2. 한 학부형의 통곡 : 우리 아이가 야구하는 기계가 됐어요
제 3편 : 성적 지상주의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이유
4. 공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

선수 50%가 고등학교 3학년때 야구 중단

한때 ‘논스톱 4'라는 시트콤에서 고시생으로 열연했던 엔디가 늘 입버릇처럼 하던 대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50만을 육박하는 이 때에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고교나 대학 할 것 없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사회 진출이라는 과제는 일생이 달려 있는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고교야구를 기준으로 몇 명의 선수가 프로 입단, 혹은 대학 입학을 할 수 있는지 추측해 보자. 제 63회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고등학교 야구부 숫자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전국에 약 50여 고교팀이 있다는 것을 가정할 수 있다. 그 50개 고등학교 중에서 3학년이 4명씩 된다 해도 한 해 평균 200여명의 학생들이 프로무대나 대학무대를 수놓기 위해 고교를 졸업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몇 명의 고등학생들이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을까.

드래프트나 우선지명을 통하여 프로에 입단할 수 있는 고교야구 선수 숫자는 제한이 되어 있다. 그러나 고교야구 선수들만 프로에 지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4학년 학생들도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때문에 경쟁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대학생 숫자는 배제해 보자. 고교 출신으로만 100% 아마추어 드래프트/프로 우선지명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이 중 선택받을 수 있는 숫자는 최대 60여명에 불과하다. 즉, 고등학교 3학년 야구선수들 중 30%만이 프로에 입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프로입단의 방법이 드래프트나 우선지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고 선수로 계약금 없이 2군무대를 밟거나 상무, 경찰청 등에 입대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야구선수로서의 수명을 이어 간다 해도 200명 중 70~80명 정도가 프로무대(2군무대 포함)에 뛰어들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 진학은 어떠한가? 전국에 야구부가 있는 대학을 약 20개로 한정했을 경우 체육 특기생 자격으로 50~60명(학교당 3~4명) 정도만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이를 합치면 산술적으로 200명 중 140명이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성립하는데, 이는 대학야구선수가 프로무대에 입단하는 것을 고려해 보았을 때 ‘꿈의 숫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고교야구 현장에서는 약 50% 정도가 야구선수 생활을 연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절반 정도의 고등학교 3학년 선수들이 야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야구 포기 이후 갈 곳이 없어져... 선수/감독 '조급증'도 문제

대책없이 야구를 포기할 경우 ‘야구’만 줄기차게 해 온 어린 선수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그래서 학생들이 더욱 야구에 메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요,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조급함이 몰려오는 것이다. 이는 곧 성적 지상주의로 이어져 ‘어떻게 해서든 내 가치를 끌어 올리겠다’는 어린 선수들의 오기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3학년 선수들에게 더욱 잘 나타난다. 지금 여기에서 물러나면, 내가 갈 곳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은 선수들만이 아니다. 지도자들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자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보따리를 쌀 수 있는 것이 고교야구 감독/코치 자리다.

많은 학교에서 지도자들을 ‘교사’로 인정하는 추세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들은 ‘정규직’이 아니다. 정년이 보장되어있지 않은 ‘계약직’ 교직원일 뿐이다. 따라서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학교 당국은 감독이나 코치를 해임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고, 더 나은 지도자를 마음껏 불러 올 수 있다. 이는 선수들의 조급증과는 다른, 지도자들의 ‘성적 조급증’으로 이어져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나타난다.

결국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조급증, 그리고 이를 느긋하게 바라볼 줄 모르는 학교 당국의 무자비한 ‘지도자 갈아태우기’ 등이 성적 지상주의로 나타나는 것이다. 즉,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그라운드에서 젊음을 불태우는 선수들 모두 ‘성적 지상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4부에서 계속-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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