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17:31
스포츠

늦게 피운 꽃이 더 아름답다

기사입력 2005.06.06 06:10 / 기사수정 2005.06.06 06:10

윤욱재 기자
누구에게나 시련은 존재한다. 

단,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게 문제일 뿐.

야구도 마찬가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좌절이 엮인 벤치 워머의 설움이란 우리 인생의 시련을 대변해준다. 그러나 그 아픔을 가슴에 묻어두고 주전 자리를 향해 다시 뛰기 시작할 때, 비로소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팬들은 그런 선수들을 볼 때마다 좀 더 특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올시즌은 특별하다. 만년 백업멤버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 좋지만 가장 필요한 것(타격 혹은 제구력)이 안된다는 이유만으로 주전이란 고지를 밟지 못하고 경기 후반에야 전광판에 이름을 올리던 그들이었지만 이젠 경기 시작과 동시에 멋진 프로필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하나의 고질병으로 여겨졌던 타격 컴플렉스를 이겨낸 김재걸(삼성), 방출의 시련을 노력으로 극복한 김인철(한화), 항상 형의 그늘에 가려져야 했던 정수성(현대), 주어진 임무를 두려워하지 않고 우뚝 선 이재우(두산), 황두성(현대), 그리고 이정민(롯데)까지 모든 이름을 다섯 손가락으로 세도 모자랄 정도다.

이젠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만큼 비중이 높아진 이들의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자 팬들도 대형스타보다 땀과 노력으로 작은 기적을 이뤄낸 선수들에게 더 큰 성원과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실 이들에겐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이제 어느 정도 노출이 된 만큼 타팀에서도 충분히 자신들을 연구하고 견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심리적 요인과 무더운 날씨를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자칫 페이스를 잃을 수 있어 각별히 신경 써야할 것이다. 이 시기를 극복한다면 앞으로 꾸준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이야기의 '발단'이다. 이들이 이뤄낸 한편의 휴먼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병역비리 파동으로 선수층이 얇아진 탓에 기회의 폭이 넓어진 점이다. 이 때문에 모든 팀들은 무한경쟁모드에 돌입했고 선수들은 하나같이 '나도 주전이 될 수 있다'는 야심을 품을 수 있었다. 이에 감독과 코치들은 기존 자원들로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별한 신경을 썼으며 이 결실이 지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시즌을 마무리하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다.

모든 이야기에 발단과 결말이 존재하듯, 이들이 만들기 시작한 감동스토리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갔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만년 후보들. '포기'라는 단어를 수없이 반복하면서도 끝내 야구를 버리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늦게 피운 꽃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사진 / 각 구단 홈페이지



윤욱재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