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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계보 잇는 추신수, '내가 포스트 이승엽'

기사입력 2009.03.24 22:38 / 기사수정 2009.03.24 22:38

박종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종규 기자]
추신수의 홈런은 이승엽의 빈자리를 메우기에 충분했다.

한국이 24일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일본에 3-5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아쉬운 패배로 끝났지만, 그 과정 속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그 중 추신수의 동점 홈런은 이날의 명승부를 더 빛나게 했다.

이번 대회 내내 부진했던 추신수의 2경기 연속홈런은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여러 차례 보여준 감동의 홈런들을 재연해낸 듯하다.

이미 많은 야구팬이 알고 있겠지만, 이승엽은 큰 무대에서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기질을 발휘해왔다.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부진으로 일관하다가 꼭 필요한 한방으로 우뚝 선 이승엽.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한국시리즈, 2006년 WBC,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은 아직까지도 전율이 느껴지는 장면들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승엽의 빈자리가 크게만 보였다. 국제대회 경험이 비교적 적은 선수들로 구성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라운드부터 김태균이 떠오르더니, 4강전부터는 추신수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2라운드까지 10타수 1안타로 부진하던 추신수. 클리블랜드 구단과의 줄다리기 끝에 힘겹게 대표팀에 합류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급기야 이대호에게 지명타자 자리를 내주고 벤치에 앉아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답답할 노릇이었다.

난적 베네수엘라를 만난 4강전. 우익수 겸 6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추신수는 김인식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드디어 한방을 터뜨렸다. 볼 끝이 예리하게 휘는 카를로스 실바의 빠른 공을 걷어올려 다저스타디움의 가운데 담장을 넘긴 것이다. 2-0에서 5-0으로 달아나는 동시에 베네수엘라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홈런이었다. 자신의 가치를 직접 증명하는 순간.

결승전에서도 추신수는 홈런을 터뜨렸다. 이전까지 상대 선발 이와쿠마에게 눌려있던 한국에 희망을 주는 동점포였다. 첫 타석에서 낮게 떨어지는 공에 세 번이나 헛스윙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 그 공을 완벽하게 받아쳐 이틀 전 홈런을 재연해낸 것.

이 장면은 이승엽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지난 2006년 WBC에서 이승엽은 일본전 역전홈런에 이어 다음 경기인 2라운드 멕시코전에서도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준결승전(일본전 역전홈런)에 이어 결승전(쿠바전 선제홈런)에서도 한방을 터뜨린 바 있다. 부진의 터널을 탈출하는 홈런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기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제 이승엽이 태극마크를 달게 될지는 미지수다. 추신수와 김태균 등 젊은 타자들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더욱 경험을 쌓아 이승엽을 잇는 '국민 해결사'로 등극할지 지켜보자.


★ 아름다운 추억만 남겨준 2009 WBC, 한국 대표팀 수고 많으셨습니다 ★

☞ [WBC 무엇을 남겼나] 이제 돔구장을 논의할 때 

☞ 제2회 WBC 결승전에서 패자는 없었다

☞ 아름다운 추억만 남겨준 2009 WBC

[사진=좋은 활약을 펼친 추신수를 주목하고 있는 WBC]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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