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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WBC FOCUS] 더 이상 한국야구를 얕잡아 보지 마라

기사입력 2009.03.18 17:30 / 기사수정 2009.03.18 17:3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상대의 허를 찌르는 주루 플레이와 철저한 팀 배팅, 그리고 어지간한 유인구에는 속지 않는 선구안은 한국야구대표팀의 전매특허가 됐습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한국 야구는 과소평가될 이유가 없습니다. 강팀이 갖추어야 할 요소로 고루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시간으로 18일 오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WBC 2차전에서 한국대표팀은 또다시 승자로 우뚝 섰습니다. 1회 말, 다르빗슈 유(23, 니혼햄 파이터스)와 조지마 겐지(33, 시애틀 매리너스) 배터리를 흔들어 놓은 점이 승리의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다르빗슈를 상대로 이종욱(29, 두산 베어스) 대신 이용규(25, KIA)를 1번 타자로 기용했습니다. 이러한 선수 기용은 절묘하게 성공했으며 선취점 득점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이용규는 다르빗슈가 초반에 제구력이 불안한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절묘하게 밀어친 타구는 좌전안타로 이어졌고 기습적인 도루를 시도해 무사 2루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정근우(27, SK 와이번스)의 내야 안타와 일본 내야수인 이와무라와 가타오케의 실책이 나오면서 선취점을 올렸습니다. 여기에 이진영(29, LG 트윈스)의 2타점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일찌감치 석 점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죠.

일본팀이 7개의 안타로 고작 1득점을 하는 사이, 한국대표팀은 4개의 안타로 4득점을 올렸습니다. 홈런이 한방도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대표팀은 7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경제적인 야구를 펼쳤습니다. 일본 야구는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와 팀 배팅, 그리고 선구안 등에서 모두 한국팀에게 패배했습니다. '기본'과 '스몰볼'을 추구한다는 일본야구는 고유의 색깔을 상실하고 있었습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29, 보스턴 레드삭스), 이와쿠마 히사시(28, 라쿠텐 골든이글스), 그리고 18일 한국전의 선발투수인 다르빗슈 유(23, 니혼햄 파이터스) 등의 최고의 투수진을 갖춘 일본은 최고의 투수진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어율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미진한 주루 플레이와 흔들리는 수비력, 여기에 타선의 응집력까지 무너지면서 한국팀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투수들의 쾌투에 밀리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본 타자들은 도쿄돔에서 벌어진 WBC 1라운드 첫 번째 경기에서 한국팀의 마운드를 침몰시키며 14-2의 콜드게임승을 거뒀습니다. 한국팀의 에이스인 김광현을 분석하는데 온 힘을 쏟은 일본팀은 김광현을 무너트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나머지 투수들의 호투에는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일본 타자들은 한국 투수들을 상대로 1라운드 1, 2위 순위전과 2라운드 경기를 합해 고작 1득점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한국 투수들의 구위에 철저하게 밀린 원인도 있었지만 주루 플레이와 선구안에서 한국에 완패했습니다. 18일에 있었던 경기에서 한국팀은 7개의 볼넷을 골랐습니다. 특히, 8회 말에 나온 밀어내기는 승부를 결정짓는 천금 같은 1점이었죠.

이범호(28, 한화 이글스)는 상대 투수인 이와타 미노루(26, 한신 타이거즈)를 상대로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볼넷을 골랐습니다. 만루의 상황에서 이와타는 떨어지는 유인구를 지속적으로 던졌지만 이범호의 배트는 쉽게 나가지 않았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철저하게 유인구로 승부한 일본 투수들의 전략은 한국 타자들의 선구안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과 제2회 WBC 대회를 통해 한국 야구는 일본야구보다 훨씬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1회 말, 다르빗슈의 공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용규를 활용한 기민한 주루 플레이와 적재적소에 걸친 용병술이 없었다면 3점의 득점을 쉽게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국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WBC 1라운드에서 일본을 격파하는 등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외신들은 아직도 일본야구에 비해 한국야구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경향이 큽니다. SI(스포츠일러스트레이드)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국이 1라운드에서 선전을 펼쳤지만 4강 진출은 어렵다고 평가했지요. 그리고 마운드의 높이와 정교한 야구는 일본이 한 수 위라고 평가했습니다.

야구의 인프라와 선수층을 보면 당연히 일본의 야구가 우수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떠나서 이번 WBC를 통해 드러난 경기력만을 놓고 본다면 일본에 언급한 장점을 갖춘 팀은 공교롭게도 한국팀이었습니다.

투수들의 위력적인 구위와 환상적인 교체 타이밍, 그리고 주루 플레이와 선구안을 이용한 '스몰볼'과 한방으로 해결하는 '빅볼'을 모두 구사하는 팀은 바로 한국이었습니다. 한국팀은 일본과의 대결을 비롯한 모든 경기력을 통해 가장 탄탄한 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숫자로만 팀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잣대는 시정되어야 합니다. 한국 야구의 우수성은 WBC 1라운드와 2라운드를 통해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사진 = 이범호, 김현수 (C) 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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