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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실패로 끝난 두 남자의 복수

기사입력 2009.03.11 22:38 / 기사수정 2009.03.11 22:38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리버풀이 상대한 팀은 프리미어리그 최하위 웨스트 브롬위치도 아니고 챔피언쉽팀과의 칼링컵 경기도 아닌 통산 9차례로 최다우승에 빛나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이었다.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가 끝난 뒤 전광판은 4-0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난달 26일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0-1로 패하고 말았다. 홈경기에서 패한 레알 마드리드는 8강 진출에 매우 불리한 입장이었지만 승부를 뒤바꿀 수 있는 90분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 초반부터 마스체라노와 알론소 그리고 제라드에게 중원을 완벽히 장악당했고 선취골을 너무 일찍 그리고 너무 쉽게 내주며 완벽하게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카시야스의 눈부신 선방이 없었다면 스포르팅 리스본보다 더한 참패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비록 토레스의 첫 골과 페널티킥을 내준 과정에서 심판의 판정이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며 설사 그 오심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였다.

지긋지긋한 아홉수

2001-2002시즌 레버쿠젠과의 결승전 우승을 결정짓는 지단의 아름다운 하프발리슛이 마지막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 이후 호나우두와 데이빗 베컴, 마이클 오웬등 슈퍼스타들을 영입하며 최초의 10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갈라티코 정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7년이 지난 지금도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트로피는 9개에서 멈췄다.

더 큰 문제는 2002-2003시즌 4강, 2003-2004시즌에는 8강에 머무르며 퇴보하더니 2004-2005시즌 이후에는 번번이 16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현재까지 5시즌 연속으로 16강에서 탈락하는 좌절을 맛보고 있다.

또한, 챔피언스리그가 16강전부터 홈&어웨이 녹아웃 제도로 탈바꿈한 후부터 시작된 부진이라서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기에도 어려운 점이 있으며 스페인의 FA컵이라고 할 수 있는 코파 델레이에서도 2004년 준우승 이후 결승전에도 진출하지 못한 점 역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런 점을 통해 보았을 때 레알 마드리드가 보여주는 토너먼트에서의 장기적인 부진이 쉽게 개선될지 의문이 든다.

복수에 실패한 두 남자

2차전을 앞두고 가장 승부욕에 불탔던 사람은 후안 데 라모스 감독과 아르연 로벤이었다.

명문 도약을 꿈꾸던 토튼햄은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난 몇 년간 아낌없는 투자를 했고 그 일환으로 2007년 10월 마틴 욜 감독을 내치며 명장 후안 데 라모스를 감독으로 영입했다. 세비야에서의 성공적이었던 경험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찾아나선 라모스가 토트넘을 이끌고 빅4의 아성을 깨며 근래의 최고성적인 5위를 탈출해 명문으로 발돋움시킬 것으로 주목받았다.

첫 시즌 칼링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 라모스는 야심 차게 이번 시즌을 시작했지만 '가장 중요한 리그에서의 끝없는 추락으로 결국 경질되었고, 그때까지의 성적은 기대했던 챔피언스리그존이 아닌 강등존이었다.

짧았던 런던에서의 생활은 좋지 않은 추억들뿐이었지만 스페인의 수도에서는 그의 명예를 차츰 회복해 나갔다. 부임 후 첫 경기였던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는 패했지만 라모스식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그 이후 11경기에서는 10연승을 포함, 11경기에서 11승1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잉글랜드에서 떨어진 명예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건 안 좋았던 잉글랜드팀을 상대로 복수하는 것만 남아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리버풀과의 16강전은 필연으로 다가왔으나 결국 다시 한번 잉글랜드 징크스에 울게 되었다.

라모스가 간접적인 악연이라면 로벤은 리버풀과의 직접적인 악연이 있다. 첼시 시절 리그는 물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승승장구했으나 유독 챔피언스리그에서만은 리버풀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리그에서는 리버풀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첼시와 로벤이었기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으로 향해가는 고비 때마다 만나 고춧가루를 뿌린 리버풀이 더욱 얄미웠을 것이고 첼시를 떠나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 몸담고 있지만 첼시 시절의 기억만으로도 리버풀전의 승리가 절실했을 것이다.

더욱이 올 시즌에는 오랜만에 부상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역할을 톡톡히 하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어 동병상련인 라모스의 기대를 한껏 받았다. 하지만, 리버풀의 협력수비로 인해 부진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결국 0-4 대패를 막아내지 못했다.

1981년 현재 챔피언스리그로 명칭이 바뀐 유로피언컵 결승전(1-0 리버풀 승)이후 약 30년 만에 만나 명승부를 기대했던 수많은 팬들은 다른 의미에서의 명승부를 지켜보았고 결국 리버풀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승리가, 레알 마드리드팬들에게는 잊고 싶은 치욕의 패배가 되고 말았다.

[사진ⓒ4-0 대승 소식을 전하는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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