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03 20:09 / 기사수정 2009.03.03 20:09
뒤늦게 시작된 레알 마드리드의 10연승,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부진으로 라 리가는 시즌 중 후반, 더욱 흥미를 더 해가고 있다. 이렇게 라 리가에 다시 한 번 혼돈이 몰아치는 가운데,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골키퍼를 가리는 '사모라 상'을 어떤 선수가 받게 될지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모라 상'은 과거 스페인의 전설적인 골키퍼 사모라를 기리기 위해 스페인 언론 '마르카'에서 만든 상이다. '사모라 상'은 골키퍼의 경기 수 대비 실점률을 비교하여 최소 실점률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진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로 좁혀진 리가 우승타이틀 경쟁에 비해 사모라 상은 더욱 후보가 경쟁 중이다. 더욱이 다들 쟁쟁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어떤 선수가 이 상을 수상하게 될지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다.
25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어떤 선수들이 '사모라 상'의 유력한 후보로 올라 있는지 한 번 알아보자.
1위 - 안드레스 팔롭 (세비야, 24경기 22실점) : 경기당 0.916실점
△ 강점 : 세비야의 두터운 수비진. 36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뛰어난 반응력
▼ 약점 : 혼전상황에 유난히 약한 수비진. 비교적 떨어지는 팔롭의 상황 판단력.
'사모라 상' 순위 테이블의 꼭대기는 세비야 3위 수성의 1등 공신, 부주장 팔롭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시즌 개막전 여름 이적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오른쪽 풀백 다니 아우베스가 빠졌지만, 두셰르와 로마릭이 가세했기에 세비야는 지난 시즌에 비해 공격력이 감소한 대신 더욱 두터운 수비진을 갖추게 되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 세비야의 수비진은 '두터움'은 갖추게 되었지만 혼전상황에서의 볼 처리가 완벽지 못하다는 약점을 노출시켰다. 그렇기에 혼전상황에선 73년생인 팔롭의 슈퍼세이브만이 빛을 발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시즌이 진행될 수록 실점 빈도가 잦아지는 추세다. 혼전상황에서 팔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다시 말하면 수비진들이 팔롭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팔롭이 사모라상을 수상하게 되는 비결이 될 것이다.
2위 - 빅토르 발데스 (바르셀로나, 25경기 24실점) : 경기당 0.96실점
△ 강점 : 어지간하면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팀. 대비 가능한 상황의 1:1 방어 능력
▼ 약점 : 문제점을 노출하는 수비진.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떨어짐. 어이없는 전방 패스.
전반기에 압도적인 1위를 달리던 빅토르 발데스였지만 지난 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원정에서의 4실점 허용하면서 현재 2위에 올라있다.
시즌 중반까지 절대적인 실점차로 사모라상이 유력했지만, 최근의 잦은 실점은 팬들의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시즌 중반까진 바르셀로나식 '점유율 축구'에 상대팀들은 아무 힘도 못 써보고 당했지만, 시즌이 지나면서 여러 팀이 바르셀로나를 공략하는 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특히나 발데스는 위급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으로 인해 굉장히 고전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수비의 핵인 푸욜이 수비에 실패하거나, 프리킥 상황에서 공이 자신이 예상 못 한 방향으로 올 때의 그 약점은 더욱 부각된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주니뉴의 프리킥에 반응한 것과, 지난 AT마드리드전 실점 상황을 본다면 그 약점이 더욱 부각된다.
만약, 발데스가 긴급한 상황에서의 정확한 판단 능력을 기르고, 한심스러울 정도의 볼 처리 능력을 개선한다면 - 가끔 나오는 어이없는 전방 패스는 발데스의 고질적 문제이다 - 사모라 트로피는 물론, 스페인 국가대표 유니폼 역시 꿈은 아닐 것이다.
3위 -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25경기 28실점) : 경기당 1.12실점
△ 강점 : 세계 최고 반응력. 최근 안정화 되는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 약점 : 작은 키로 인한 공중볼 처리의 불안정함.
후안데 라모스 감독 부임 이후 리그 10연승을 거두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카시야스가 3위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시즌 역대 최소실점으로 유유히 사모라 상을 받아간 카시야스. 그러나 이번 시즌 유로 2008 이후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였고, 슈스터 감독의 실패로 전반기 6위까지 떨어지며 사모라상에도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라모스 감독의 부임 이후 수비진의 안정화되기 시작하였고 엘 클라시코 이후의 정신무장으로 경기당 실점률이 대폭 하락, 어느새 사모라 상 2연패를 노리게 되었다. 리그에선 바르셀로나의 발데스를, 사모라상에선 세비야의 팔롭을, 챔피언스리그에선 리버풀의 레이나를 넘어야 하는 카시야스. 리그 우승, 유로 우승을 이루며 세계최고 골키퍼 자리에 오른 그의 앞에 선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겠다.
4위 - 토뇨 (라싱 산탄데르, 24경기 28실점) : 경기당 1.1664실점
△ 강점 : 팀의 수비 위주 전술. 뛰어난 볼에 대한 반응도.
▼ 약점 : 수비 위주 전술로 인한 너무 잦은 공격 허용. 신뢰가 어려운 수비진.
축구는 먹힌 만큼 넣으면 이기는 스포츠지만, 골키퍼 자신은 먹히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라싱 산탄데르의 골 문을 지키는 토뇨의 4위 자리는 수긍이 간다 할 수 있다(라싱 산탄데르는 25라운드 현재 라리가 12위).
라싱은 수비위주의 전술과 토뇨의 슈퍼세이브로 29실점이라는 적은 실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반대로 득점은 겨우 26득점에 그칠 정도로 심각한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UEFA컵에서의 실패로 인해 자금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라싱은 이번 시즌은 중하위권을 유지하며 강등만은 피하자는 목표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안정된 시즌을 보내려는 라싱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토뇨의 사모라상 수상 역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라싱의 수비진이 그리 신뢰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유망주 가라이는 잦은 부상으로 인해 올 시즌 많은 출전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수비 위주 전술로 인해서 잦은 슈팅을 허용한다는 점이 불안 요소로 작용하겠다.
5위 다니엘 아란수비아 (데포르티보) 24경기 29실점 = 1.2
△ 강점 : 노련한 경기 운영. 팀의 상승세와 동반한 눈부신 활약.
▼ 약점 : 아쉬운 위치선정 능력. 역습시 수비진 부재로 인한 부담.
길었던 빌바오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코루냐로 이적한 아란수비아가 8위인 팀의 순위에 큰 도움을 보이며 5위에 자리 잡고 있다.
데포르티보 역시 29실점이라는 양호한 실점률을 보이고 있으나, 득점이 겨우 30득점에 그친 상태다. 이는 시스코가 뉴캐슬로 떠난 이후 팀을 책임질 완벽한 스트라이커를 찾지 못한 것이 이유다.
데포르티보는 라싱, 발렌시아와 함께 UEFA컵에 출전하였으나 알보리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하며 탈락했는데, 데포르티보는 라싱 산탄데르와는 다르게 다음 시즌도 UEFA컵을 노리는 입장이기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발렌시아, 말라가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다. 그렇기에 패배가 없이 공격 위주로 팀을 운영한 데포르티보로 인해 아란수비아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사모라 순위의 상위권에 있을지는 미지수.
여담으로 지난 시즌 빌바오에서 아란수비아를 밀어내고 주전 키퍼로 활동했던 아르만도는 정작 이번 시즌엔 이라소스에게 밀려 벤치를 지키고 있는 신세다.
아란수비아의 뒤를 이어 디에고 로페즈(1.36), 리에스고(1.36), 이라소스(1.54)등 쟁쟁한 골키퍼들이 사모라 순위를 잇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모라 상' 후보로 거론된 모든 골키퍼들이 전부 스페인 국적이란 것이다. 잉글랜드 리그지만 정작 잉글랜드 출신 골키퍼를 찾아보기 힘든 프리미어리그를 생각해본다면, 스페인 골키퍼들은 훨씬 자국 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득점왕도 그렇지만, '사모라 상' 또한 골키퍼 혼자의 힘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모라 상'이 골키퍼 혼자만의 역량만을 비교해보는 것이었다면, 경기에서의 세이브 빈도를 통해 그 우월을 가렸을 것이다. 하지만, 사모라상은 경기당 실점률을 비교하는 것이고, 이것은 골키퍼뿐만이 아니라 동료의 수비력 역시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앞으로 리그종료까지 13경기가 남은 가운데 치열해지는 사모라 경쟁. 다시금 2파전으로 좁혀진 리그 우승자 경쟁과 더불어 라 리가를 보는 팬들에게 새로운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그림=현재 사모라 상 후보 1위 안드레스 팔롭 ⓒ엑스포츠뉴스 카투니스트 킹코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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