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3월 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에 출연하는 배우 김소현은 한 아들의 엄마로서 명성황후에 감정 이입한 모습이었다. 좋아하는 장면을 이야기하다 눈시울을 붉리기도 했다. 그는 “처음으로 내면을 얘기하는 신이 있다. 연기해야 하는데 빠져들 때가 많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왕비로 태어나지 않고 평범한 여자로 태어나 남편과 아이와 평범한 삶을 살면 좋았을까 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엄마와 같이 자고 싶다는 아이를 돌려보내고 뒷모습을 보며 노래하는 신이죠. 역사적으로 실제 있었던 인물인 동시에 한 여자이자 사람이잖아요. 제가 대신 그 얘기를 하는 거고요. 실제 인물과 내가 만나는 지점이어서 공감이 가고 100번, 200번을 해도 항상 울컥해요.”
김소현은 2011년 8살 연하 뮤지컬 배우 손준호와 결혼해 아들 주안 군을 두고 있다. ‘주안이 엄마’로서 명성황후의 내면에 공감했다고 한다.
“실제 인물을 연기할 때 진짜 가슴으로 느끼는 게 힘든데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불과 얼마 전에 살았던 실제 인물을 얘기하다 보니 와 닿았어요.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해 그 사람의 심경이 느껴지더라고요.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는데 이 여자의 내면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게 너무 슬퍼요. 명성황후를 연기하고 사랑하고 빠져있기 때문에 그 목소리를 한 명이라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연기해야 하는데 빠져들 때가 많아요. 하하. 모성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더 그래요.”
남편 손준호 역시 ‘명성황후’에 함께 한다. 고종 역으로 새롭게 합류해 부부 호흡을 맞춘다.
“20주년 공연에도 남편에게 제안이 왔는데 둘 다 부담스러워했어요. 공연으로 만난 부부이지만 같이 안 하기로 얘기했죠. 섭외가 같이 오면 피하거나 같은 공연을 하더라도 상대역으로 만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팬텀’부터 같이 하게 됐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어색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게 봐주고 신선하게 생각해주는 걸 알게 됐어요. 뮤지컬에 전혀 관심 없는 분들도 부부가 하니 봐야겠다고 해요. 그렇게 많은 이들이 뮤지컬에 입문한다고 생각하니 좋더라고요.
함께 배워가는 장면도 많고 부부이기 때문에 명성황후와 고종의 마음이 더 느껴져요. ‘이 부분이 좋다’, ‘너도 해봐’ 이런 얘기를 듣는 게 옛날에는 자존심 상하고 싫었는데 이제는 그런 경지를 넘어 서로의 장점이 됐어요.”
김소현 손준호 부부의 아들 손주안 군은 SBS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해 귀여움을 발산했다. 연예인 부모를 따라 연예인의 길에 들어서는 2세가 많지만, 주안 군을 뮤지컬 배우로 시킬 생각은 없단다.
“절대 뮤지컬 배우로 키울 생각이 없어요. 힘든 걸 속속히 알아서 시킬 수 없죠. 손준호 씨는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밀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엄청 싸우지 않을까. 하하. 10%의 화려함 뒤에 힘든 90%를 감수해야 하는데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제가 어떻게 시킬 수 있겠어요. 똑같이 힘들어도 차라리 제가 모르는 다른 직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직업이 힘들겠지만 이 일은 항상 누가 선택해줘야 하고 내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걸 겪어야 해요. 매번 오디션을 보고 준비하고 긴장하고 개인적인 시간도 없고요. 무대에 서는 게 좋아서 하고 있지만 그 뒤를 생각하면 힘들죠 ”
손준호와는 정반대의 성격이라고 이야기했다. 긍정적인 손준호 덕분에 도움을 받는단다.
“준호 씨는 무대를 즐겨요. 걱정 근심이 없는 스타일이에요. (웃음) 내가 걱정하면 ‘잘하면 되지’, 컨디션이 안 좋아도 ‘걱정마. 소리는 나게 돼 있어’ 하는 스타일이에요. 긍정이 넘쳐서 오히려 좋아요. 전 전형적인 여배우 스타일이고 준호 씨는 배우의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내 앞에서만 센 척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같이 공연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한결 편해요. 고종이 굉장히 어려운 배역인데 '작품에 있는 고종을 열심히 연기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고종을 연기할 때 스스로를 드러내려고 하면 공연이 깨질 텐데 그렇게 얘기해주니 명성황후를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든든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저는 처음 할 때 가사와 대사를 어렵게 외웠는데 이번에는 주고 받으면서 연습하니 준호씨는 너무 쉽게 외우더라고요. 뭔가 억울해요. (웃음) 치열하게 연습하고 있어요. 이제는 옆에 있던 주안이도 ‘주상께서’라고 말하는 경지까지 왔죠. 하하.”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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