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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피겨의 전설' 비트와의 공통점

기사입력 2009.02.12 08:48 / 기사수정 2009.02.12 08:4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시간으로 9일 새벽, 4대륙 대회 갈라쇼를 끝으로 2008~2009 ISU(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피겨스케이팅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김연아(19, 고려대 진학예정)의 열풍은 아직도 쉽게 꺼지지 않고 있죠. 실전 경기에서 성공률이 낮은 '트리플 룹' 점프 대신 '더블 악셀'로 대체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연아가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세헤라자데'에서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를 모두 뛴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성공률이 높은 점프로 대체한 점은 고무적인 선택입니다.

4대륙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를 차지한 아사다 마오(19, 일본)는 트리플 악셀과 트리플 룹, 그리고 트리플 플립 등 세 가지 트리플 점프를 구사했습니다. 트리플 토룹은 더블로 처리됐으니 무효로 처리해야겠지요. 김연아는 트리플 룹을 제외하더라도 점프의 종류를 놓고 본다면 현존하는 여자 피겨 선수들 중, 가장 다양한 점프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가 얼마나 어려운 점프인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제대로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킨 선수는 김연아 밖에 없었죠. 연속 점프가 이루어지려면 첫 번째 점프의 비거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김연아는 압도적인 높이와 비거리를 지닌 트리플 플립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느 상황에서도 성공시킬 수 있는 트리플 토룹도 지니고 있습니다.

트리플 악셀보다 훨씬 값어치가 높은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이번 대회에서도 입증시켰습니다. 그리고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 +더블 룹 등으로 이루어진 점프의 조합은 김연아 점프의 다양성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김연아에 대한 찬사는 해외언론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4대륙 대회를 생중계한 캐나다의 CBC 방송은 의미심장한 극찬을 남겼습니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의 전설인 카타리나 비트(katarina Witt)를 떠올리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 멘트는 세계적인 안무 코치이자 CBC 방송국의 피겨 해설가인 트레이시 윌슨이 김연아의 4대륙 경기를 중계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올드 피겨 팬들에게 카타리나 비트의 존재는 '피겨의 첫사랑'과 같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의 황금기였던 80년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스케이터인 카타리나 비트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전설적인 선수입니다.



1965년, 독일 베를린(옛 동독)에서 태어난 비트는 12세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으면서 피겨에 입문했습니다. 동독의 스포츠 영재 프로그램으로 스케이트를 시작한 비트는 198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대회를 계기로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알린 비트는 1984년 구 유고슬라비아연방 사라예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합니다. 당시 피겨선수로서는 장신인 166cm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겸비한 비트는 '만인의 연인'으로 군림하게 됩니다.

비트가 이룩한 업적 중 하나는 '기교의 피겨'를 '예술의 피겨'로 승화시켰다는 점입니다. 비트는 어릴 적부터 발레와 표정연기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타고난 자신의 '끼'를 완벽한 표현력으로 완성하기 위해서였죠. 80년대 피겨의 향수에 젖어있는 올드 팬들은 점프의 난이도는 떨어지지만 보고나면 좀처럼 잊을 수 없는 그윽한 연기력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점프의 난이도에 치중하는 현재에 비해 피겨의 황금기인 80년대는 주옥같은 연기를 펼친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비트의 연기는 독보적이었죠. 비트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표정연기와 손동작, 여기에 완성도 높은 트리플 살코와 토룹을 구사해 세계무대를 석권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1986년 세계선수권은 비트 일생의 최대 라이벌인 '흑진주' 데비 토마스(미국)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당시 미국 내셔널 챔피언인 토마스는 먼저 연기를 마친 비트가 보는 가운데 트리플 토룹 + 더블 토룹, 트리플 살코, 더블 악셀 등의 점프를 모두 깨끗하게 성공시키며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비트와 토마스의 맞대결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이 때, 비트가 공개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비제의 '카르맨'은 일부 피겨 전문가들로부터 역대 여자 싱글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율적이고 신들린 연기를 펼친 비트는 1984년 사라예보 때보다 한층 다양한 점프를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청중들을 사로잡는 뛰어난 연기력을 펼쳐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합니다. 두 번의 올림픽 금메달이 비트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입니다.

비트는 은퇴 이후에도 각종 아이스쇼를 통해 관객들을 매료시켰습니다. 또한,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에 서른의 나이로 참가했습니다. 이 대회의 참가에 대해 비트는 '통일된 조국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비록 이 대회에서는 7위에 그쳤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그녀의 업적은 피겨스케이팅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와 비교된 것은 더할 수 없는 극찬입니다. 피겨스케이팅을 마음으로 느끼려면 기술에만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빙판 위에서 스케이팅 기술과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부분도 매우 중요합니다.

김연아와 함께 수많은 국제대회를 함께한 김풍렬 대한빙상연맹 부회장은 "외국인들이 연아에게 보내는 환호는 현장에 가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특히, 2007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연아가 '록산느의 탱고'를 선보였을 때, 세계 각국의 피겨 관계자들은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을 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연기를 펼치고 난 이후, 보는 이들의 가슴에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 비트와 김연아의 공통점입니다.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스케이터는 피겨 팬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사진 = 카타리나 비트 (C) 카타리나 비트 공식 홈페이지 제공, 2008 AOI 갈라쇼에서의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전현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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