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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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더비…안달루시아 더비

기사입력 2009.02.07 13:50 / 기사수정 2009.02.07 13:50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전 세계, 각 국의 리그마다 자랑하는 더비(Derby) 경기가 한둘쯤은 있다. 그 중에서 스페인이 자랑하는 더비를 꼽으라면 십중팔구 '엘 클라시코'일 것이다.

그러나 엘 클라시코가 다소 특수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더비 특유의 색깔만을 강조할 경우 대다수의 스페인 국민은 '안달루시아 더비'를 첫손에 꼽을 것이다.

안달루시아 더비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세비야를 연고로 하는 두 팀인 세비야와 레알 베티스간의 대결을 나타내는 것으로 '세비야 더비'라고도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더비로 꼽히고 있는 두 팀의 대결이지만 두 팀 사이에는 셀틱과 레인저스간의 올드펌처럼 종교적인 문제도, 보카와 리베르간의 수페르 클라시코처럼 극단적인 빈부격차의 문제도 자리 잡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두 팀의 대결이 가장 폭력적이며 항상 기마경찰들이 출동하고 경기 후 삼엄한 경비가 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달루시아 더비의 배경은 노조와 반노조의 싸움이었다. 어떠한 면에서 보자면 종교적인 문제, 역사적 배경보다도 위와 같이 신분 체계와 돈에 관련된 문제야말로 사람들이 쉽게 대립하기 쉬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두 팀이 맞붙을 경우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곤 했다.

창단 당시 세비야는 노조를 대표했고, 베티스는 지주들을 대표했다. 두 팀은 1915년 2월 8일 처음 맞붙어 세비야의 4-3 승리를 시작으로 90년 넘는 기간 동안 그 어떤 더비보다 열정적이고 치열한 경기를 펼쳐왔다.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더비라는 평가답게 두 팀의 팬들은 경기 후 경기장 밖에서 물리적인 충돌을 자주 벌이는 동시에 경기장 안에서도 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게끔 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후안데 라모스 감독의 실신 사건을 들 수 있다. 지난 2007년 3월 베티스 홈구장인 마누엘 루이스 델 로페라에서 펼쳐졌던 코파 델 레이 8강전에서 당시 세비야 감독이었던 후안데 라모스가 베티스 관중이 던진 플라스틱병에 맞는 사건이 벌어졌다.

후반 12분, 프레데릭 카누테의 선제골에 흥분한 베티스 팬이 얼음과 물로 가득한 플라스틱병을 투척했고, 왼쪽 머리에 맞은 라모스가 그 자리에서 실신하는 사건이 벌어져 그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특히 세비야의 감독 이전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베티스의 감독을 역임했던 라모스 감독은 2005년 세비야의 감독직을 맡은 후 “세비야가 베티스보다 발전된 클럽”이라는 말로 베티스 팬들을 자극했던 것까지 보태지며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진 않아야 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었다. 5년 전인 2002년 3월에도 베티스 팬들이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세비야 원정 응원석으로 배정된 좌석에 불을 지르는 등의 공격으로 벌금과 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 당시의 충격은 더욱 컸었다.

물론 세비야 역시 2002-03 시즌 프라츠 가격사건으로 최악의 행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2002년 3월 베티스 원정에서 공격을 당했던 세비야 팬들은 02-03 시즌 첫 더비 경기였던 2002년 10월 티켓을 구입하던 베티스 팬들을 집단 구타한 것을 시작으로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난입, 베티스의 골키퍼였던 안토니오 프라츠를 가격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이 사건으로 세비야는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고 이 사건 이후 두 팀의 더비 경기 시 500명 이상의 경찰이 투입되는 계기를 마련케 했다.

물론 두 팀의 대결이 항상 폭력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2007년 세비야의 안토니오 푸에르타가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베티스 구단주가 "푸에르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애도의 날을 선포한다"고 밝히며 그 해 대결에서 베티스 팬들도 조의를 표하는 등 평화적인 경기를 펼쳤다. 안달루시아 더비가 그저 팬들의 난동과 폭력만 있었다면 세계가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팀의 대결은 세비야 지역 특유의 힘을 느낄 수 있고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두 팀의 대결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중요할 때 한방을 터트려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더비의 관심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으로 2000년 초반 베티스의 호아킨 산체스와 세비야의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의 맞대결이 그랬고, 두 팀을 대표하는 브라질리언이었던 베티스의 히카르도 올리베이라와 세비야의 훌리오 밥티스타의 맞대결 역시 안달루시아 더비를 빛내주는 주연들이었다. 두 팀의 상대 전적은 1915년 첫 맞대결 이후 지금까지 80번 맞붙어 37승 17무 26패로 세비야가 우세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06년 4월 이후 펼쳐졌던 7번 경기에서 세비야가 베티스에게 무패를 달리며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세비야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모든 더비 경기가 그렇든 전력 외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하기에 두 팀의 대결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고, 열정적이며 가장 폭력적인 더비다운 치열한 경기가 펼쳐질 것이다.



조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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