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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비전] 드래프트 보이콧, 충분한 대화로 해결해야

기사입력 2009.02.04 00:11 / 기사수정 2009.02.04 00:11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국내선수 드래프트가 파국으로 치달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거문고홀에서 열린 2009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천 전자랜드에 지명된 박성진을 포함, 역대 최저 타이기록인 총 17명의 선수가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총 40명이 드래프트에 참가해 42.5%의 취업률 역시 역대 최저기록이었다.

취업난이 심화된 상황에서 어렵게 프로에 지명돼 새로운 출발을 맞이하게 된 선수들도 마음 편히 기쁨을 누리기는 어려웠다. 지난 2005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드래프트 도중 보이콧 사태가 펼쳐지며 파국을 맞이할 뻔했던 것. 다행히 사태는 어느 정도 수습되어 드래프트를 속개할 수 있었으나, 이와 같은 사태에 대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다시 일어난 드래프트 보이콧, 위기의 순간

드래프트 이전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오후 2시로 예정된 드래프트 개시 시간이 다가옴에도 대학 감독들과 선수들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예정 시각보다 15분가량이 흐른 후에야 선수들은 모습을 드러냈고, 술렁이는 가운데서도 순위 추첨과 선수 선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드래프트는 마무리될 듯 보였다.

그런데 1라운드 후반 울산 모비스가 8순위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일이 터졌다. 자리에 앉아 지명 순서를 기다리던 대학 감독과 선수들이 갑자기 줄지어 퇴장하기 시작한 것. 앞장섰던 최부영 경희대 감독은 뒤따라온 김동광 KBL 경기이사와 설전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최부영 감독은 “1라운드 10명의 선발을 보장해주기로 했는데 약속과는 다르다”는 주장을 펼쳤고, 김동광 이사는 “모비스가 8순위 지명권을 포기해도 (다음 순번인)대구 오리온스가 8순위 지명권을 그대로 행사하게 된다”며 “결과를 보고 나서도 불만이 있다면 얘기하자”는 입장이었다.

1라운드에서는 한 구단이 자신의 지명권을 포기하더라도 다음 순위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순번의 구단이 현재 순위로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즉, 모비스가 8순위 지명권을 포기하게 되면 그 다음 순위인 9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오리온스가 8순위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후의 순위도 하나씩 앞당겨지게 되는 방식이다.

결국, 김동광 이사의 요청으로 약 5분간의 밀담(?)을 주고받은 최부영 감독은 “대화를 해본 결과 일단 다시 믿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며 입장을 선회, 우여곡절 끝에 드래프트를 속개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드래프트 보이콧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4년 전인 지난 2005년 드래프트 당시에도 해외동포선수 김효범과 한상웅이 잇따라 상위 순번에 지명되며 대학 감독과 선수들이 드래프트 도중 단체로 퇴장, 파국 위기를 맞기도 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 “사전에 협의했더라면…”

최부영 감독은 드래프트 속개를 결정한 이후에도 “대학농구연맹에서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와 관련해 전부터 여러 차례 KBL에 합의를 타진했지만 한 번도 회신을 받은 적이 없다. 우리는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에 동의한 적이 없다. 대화가 되지 않다가 여기 와서 갑자기 협의하려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며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어 “아까 전육 총재님께서 KBL과 대학농구는 밀접한 관련이 있고 공생해나가는 관계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멋진 말씀이다. 그런데 위에서의 이런 취지가 실제 실무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는 아쉬움도 밝혔다.

이 날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의 행운을 거머쥔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은 이에 대해 “대학 측의 입장도 당연하다”는 이해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혼혈선수 드래프트가 오늘 열렸던 것도 아니고, 사전에 협의를 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표했다. “내일 2군 선수 드래프트도 있는데 이런 것도 나름대로 KBL에서는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인 것 같다”는 것이 최희암 감독의 의견.

대체로 프로구단 측은 대학 측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와 같은 파국 직전의 사태에 대해서는 크게 아쉬움을 표하는 모습이다. 결국, 양측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사전에 대화와 협의가 필요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는 셈.

절차상의 아쉬움, 충분한 대화로 해결해야

일부에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2군 제도의 활성화다. KBL 2군 제도는 지난해부터 도입되었으나, 단 4개 구단만이 참가하고 경기도 이뤄지지 않아 현재는 유명무실해진 상태. 지난 9월 갑작스레 2군을 꾸리게 되면서 선수 수급 역시 원활하게 되지 않은 것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팀당 8명의 선수만으로는 사실상 제대로 된 리그 운영 등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부상 대체선수 수급 용도로만 한정된 2군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바쁜 시즌 일정 등으로 세간의 관심 밖에 있었던 2군이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의 보이콧 파동과 4일 있을 2군 선수 드래프트를 앞두고 다시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이다.

아직까지 향후 2군 운영에 대한 가시적인 계획은 알려져 있지 않기에 갈 길은 멀다. 또 2군 활성화가 반드시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해결책을 제시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KBL과 대학농구연맹 양측 모두 선수 선발과 수급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파국 직전까지 갔던 드래프트 보이콧 사태는 위기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어렵게나마 수습에는 성공했고, 양측이 '상생 관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간의 원활한 협조가 아주 먼일만은 아닐 듯하다. 이번 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난 문제점을 기회로 삼아 충분한 대화와 협조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진 ⓒ한명석 기자]

※최영준의 코트 비전(Court-vision), 농구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날카롭고 깊이 있는 분석으로 코트를 바라보는 시야를 한 단계 올려드립니다.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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