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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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요 리그의 재정문제

기사입력 2005.04.20 02:21 / 기사수정 2005.04.20 02:21

이철규 기자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의 재기

80년대 들어 '뻥축구'라는 오명과 함께 침체기를 맞이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유럽연합(EU) 가맹국 중에서 가장 높은 4%대의 경제성장과 파운드화의 강세를 통한 환차익, 돋보이는 마케팅능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수익원 창출과 중계기술의 개선으로 리그의 발전을 꾀했다.
 
이는 여타 리그들이 부채 규모에 대해 이야기할 때 03/04시즌 1억 2,600만 유로의 흑자를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04/05시즌 현재 UEFA 리그 랭킹 1위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신시장 개척에 유리한 언어와 방송의 편의성은 더 밝은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통일 이후 마이너스 성장에 가까운 1%대의 성장률의 경제와 더불어 침체기를 맞이한 분데스리가 역시 재기에 성공했다고 봐도 충분하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분데스리가의 중계권을 쥐고 있던 키르히 미디어가 파산하는 악재에도 1,2부 리그의 관중 수는 도리어 연평균 36,500명으로 증가하면서 1,2부 총 36개 클럽이 02/03시즌에는 전 시즌 대비 평균 3%의 수익증가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02/03시즌 결산 결과 1, 2부 클럽들이 13억 5,000만 유로의 수입을 거두었고 부채 규모가 5억 9,900만 유로로 낮아졌다. 이는 관중 증가 뿐 아니라 기업들이 독일이 유럽국가 중 드물게 내수 시장의 비중이 적은 것과 동유럽 경제권의 발달을 예상하고, 시장창출을 위한 후원 계약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것이 빼놓을 수 없다.
 
다른 리그들이 중계권의 비중이 높고 정부의 보조금 또한 적지 않은 것에 비해 분데스리가의 재정 개선은 모범 사례로 꼽힐 만하다. 세리에 A와 프리메라리가의 부채가 약 20억 유로이며 분데스리가의 회계기준이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분데스리가는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재기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재기의 요인은 무엇인가?

양 리그 모두 국민의 폭넓은 축구 사랑이 관중동원으로 연결된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 밖에 구단의 합리적인 운영으로 거품을 없앴고 지역 경쟁심 유발을 통해 축구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으킨 점, 저렴한 입장권으로 이러한 관심을 관중동원으로 연결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프리미어리그가 최저 입장권이 20유로인데 비해 분데스리가는 최저 입장권 9유로부터 1등석 25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은 재기에 성공한 두 리그가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관중유인의 성공은 구장 신축 및 관련 시설의 확충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은행권에서 끌어올 수 있게 했다.
 
 
프리메라리가와 세리에 A의 상황

프리메라리가와 세리에 A는 전쟁을 방불케하는 축구 열기와 EU 설립 후 서유럽 지원의 최대수혜국가 중 하나가 되자 20억 유로의 부채를 안은 거품 성장을 했다. 향후 EU의 지원이 새로 가입한 동유럽 국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양 리그는 이제 내실을 기할 때다. 15년 전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의 절치부심을 배워야 한다.
 
프리메라리가 구단의 운영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2억 5000만 유로의 부채를 지고 있는 FC 바르셀로나는 가장 손쉬운 재정 확보 수단인 후원계약을 시민구단의 원칙을 위해 포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채 비율을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리그 1위의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 브라질 대표 미드필더 히바우두의 경우에서처럼 기량이 우수한 선수를 적절한 시기에 이적시키지 못했던 경영 기술의 부족은 숙명의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중소클럽의 한계를 딛고 강호로 성장한 발렌시아 CF는 중소클럽 성장의 모범사례이기는 하지만 현재 바르셀로나에 이어 리그 2위에 해당하는 1억 2500만 유로의 부채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RC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와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들도 회계감사에 맞춰 은행에서 대출받아 빚을 갚았다가 감사가 끝나면 되돌려 주는 식의 관행으로는 리그 재정을 개선할 수 없다.
 
세리에 A는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AC 밀란, S.S. 라치오, AS 로마가 리그 부채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피오렌티나와 파르마 같은 명문 구단이 모기업의 부패와 파산, 천문학적인 부채로 강등되며 제기되었던 구조적 문제는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TV 중계권료의 비중이 높은 것도 세리에 A의 특징인데 이는 구단 수익모델을 보다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고, 더 높은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잉글랜드의 문제점과 대책

프리미어리그의 발전에 비해 2부 리그 이하 하부리그는 1부 리그를 경험한 울버햄턴 같은 몇 팀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법정관리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잉글랜드의 문제점이다.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하부리그의 실력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잉글랜드 축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하부리그의 재정 개선을 위해 이번 시즌부터 2부 이하를 풋볼 리그(The Football League)라는 이름으로 묶어 코카콜라의 후원을 유치하고 TV 중계권을 맺었다. (2부리그 - 코카콜라 풋볼 리그 챔피언십, 3부리그 - 코카콜라 풋볼 리그 1, 4부리그 코카콜라 풋볼 리그 2)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의 발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 격차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이며 프리미어리그에도 과거 과도한 투자로 몰락한 리즈 유나이티드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되는 에버튼 FC와 맨체스터 시티 같은 잠재적인 위험 구단이 존재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강점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축구 열기와 하부리그의 재정도는 잉글랜드에 비해 오히려 우위에 있다고 여겨진다. 80년대 명문의 역사를 뒤로하고 몇 년째 3부 리그에서 머물고 있는 나폴리의 홈경기에 6만의 관중이 운집하는 곳이 바로 이탈리아다. 이는 2부 리그에서 올라온 세리에 A의 US 시타 디 팔레르모나 소규모에 속하는 프리메라리가의 비야레알 CF가 수준급의 선수 영입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근간이 되고 있다.
 
 
타산지석의 교훈

상업화가 가속되고 있는 유럽 축구는 더는 축구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다. 유럽을 대표하는 리그답게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프리메라리가와 세리에 A는 프리미어리그나 레알 마드리드가 지닌 마케팅 능력과 구단의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선수 영입/판매 전략의 노하우를 습득해야 한다.
 
미국과 아시아 같은 새로운 시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어리그의 약진에는 방송과 온라인 매체가 새로운 시장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음을 알아야 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방송사와 구단들도 시장친화적인 중계 기술과 접근방법의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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