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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놈!놈!놈!] 피렌체에서의 새로운 삶, 질라르디노

기사입력 2009.01.08 10:30 / 기사수정 2009.01.08 10:30

권기훈 기자

[유럽축구 놈놈놈] 13화 - '갱생'한 선수편

피렌체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알베르토 질라르디노

[엑스포츠뉴스=권기훈 기자] 알베르토 질라르디노는 한 때, 비에리와 인자기, 델 피에로가 이끌던 트로이카 시대를 이을 세대의 최고 유망한 공격수 재목으로 평가되고 있던 선수이다. 모두의 기대를 모았고, U-21, 올림픽대표, 국가대표까지,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질라르디노가 태어난 82년 7월 5일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파울로 로시가 브라질을 상대로 전무후무하게 헤트트릭을 기록하면서 이탈리아를 우승시킨 날이기에, 질라르디노는 제2의 파울로 로시라고 불리며 최고의 기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밀란으로 이적한 이후, 자신의 본 모습을 잃어버리고, 저조한 득점력으로 평가 절하를 받으면서 최악의 세 시즌을 보내야만 했다. 최고의 무대였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도 인자기에게 밀려서 후보로 있어야만 했고, 월드컵 결승에서도 루카 토니에게 밀려서 벤치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결국, 주급을 깎아가면서도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될 선택을 하였고,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 피오렌티나로 이적하면서 세리에A 득점 선두를 당당하게 달리고 있는 질라르디노. 그가 이번 편의 주인공이다.

어린시절, 17세에 세리에A로

1982년, 이탈리아의 피아몬테주 비엘라에서 태어난 질라르디노는 지역 클럽인 코싸테세에서 자신의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코싸테세에서 축구를 배우던 질라르디노는 곧, 피아첸자의 유스 스카우터에게 발굴되었고, 훨씬 큰 클럽인 피아첸자에서 정식적으로 축구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피아첸자의 유스팀에서 축구를 배우던 질라르디노는, 99-00시즌, 단 17세의 나이로 세리에A에 데뷔한다. 당시, 새로 부임한 감독인 루이지 시모니는 질라르디노를 보자마자, 엄청난 피지컬과 뛰어난 멘탈의 소유자라고 평가하면서 큰 재목이 될 것을 직감하였다고 한다.

당시, 99-00시즌 17경기에 출전하여서 3골을 득점하는 모습을 보였던 질라르디노였지만, 피아첸자는 리그 18위, 최하위로 세리에B로 강등되고 만다.

당시, 질라르디노를 눈독들이던 헬라스 베로나는 피아첸자에서 공동 소유의 조건으로 바로 질라르디노를 영입하였고, 00-01시즌, 01-02시즌 두 시즌동안 질라르디노와 함께 세리에A에서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베로나도 01-02시즌을 마지막으로 세리에B로 강등되고 만다.

당시 질라르디노는 두 시즌동안 39경기에 출전하여서 5골을 기록하였다.

파르마로, 엄청난 신성의 등장

피아첸자에 이어, 헬라스 베로나까지 세리에B로 강등되자, 이번에 질라르디노를 노린 팀은 파로 세븐 시스터즈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빅클럽’ 파르마였다.

당시, 99-00시즌까지 베로나의 감독이었던 체사레 프란델리는 02-03시즌, 파르마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가장 먼저 영입한 선수가 바로 질라르디노였다.

질라르디노는 파르마로 이적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맘껏 얻기 시작하였다. 02-03시즌은 비록, 아드리아누와 무투라는 세리에A 최고의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고 있어서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24경기에 출전하면서 4골을 기록하면서 잠재력이 있다는 것 하나는 확실히 증명하였다.

03-04시즌, 이 시즌은 질라르디노에게 있어서 절대로 잊지 못할 시즌이 될 것이다. 이 시즌에 질라르디노는 자신의 포텐셜을 맘껏 폭발시키면서 34경기에서 23골을 터뜨리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이 결과로, 파르마는 리그 5위로 UEFA컵에 진출할 수 있었고, 질라르디노는 24골을 기록한 셰브첸코에 이어 득점 2위를 기록하였다.

04-05시즌 또한, 질라르디노에게는 최고의 시즌이었다. 이번엔 38경기, 리그 전 경기에 나서서 또 한 번 23골을 터트리면서, 기복 없는 모습을 과시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24골을 기록한 리보르노의 루카렐리에게 밀리면서 또 한 번 리그 득점 2위에 만족해야만 하였다.

23세의 나이로 리그 득점 2위를 연속해서 기록한 질라르디노는, 순식간에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고, 곧, 국가대표에도 뽑혀서 2004년 8월 30일에 팔레르모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국가대표로 데뷔전도 가지게 되었다.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던 질라르디노였지만, 곧 시련은 찾아왔다. 파르마는 재정적인 문제를 보이기 시작하였고, 이는, 팀의 핵심 선수들을 팔아서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질라르디노는 결국, 2005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밀란, 인테르, 유벤투스, 첼시, 레알 마드리드 등의 관심을 얻은 끝에, 340억 원의 이적료로 밀란에 입단하였다.

밀란으로, 하지만 시련의 시작

05-06시즌, 밀란으로 이적한 질라르디노였지만, 밀란의 공격진은 인자기, 비에리, 셰브첸코까지,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질라르디노는 당당히 준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34경기에 출전하였고, 경기당 0.5골의 득점력을 보이면서 17골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이전까지 보이던 20골을 넘는 득점력에 비해 주춤하였고, 이로써 조금씩 우려의 목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06-07시즌, 밀란과 질라르디노 모두에게 위기가 닥쳤다. 셰브첸코를 첼시로 이적시키면서 밀란은 올리베라를 영입하였지만, 역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설상가상으로 질라르디노와 인자기 투톱은 동선이 겹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파괴력이 현저히 약해졌다.

결국, 시즌 초, 밀란은 리그 하위권을 맴돌았고, 결국 1월이 지나서 어린 공격수인 파투가 제 몫을 찾을 때까지 고생하는 모습이었다.

마찬가지로 질라르디노도 점차, 이탈리아 최고의 공격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비해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열심히는 뛰지만 효력이 없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경기에 임하게 되었다. 결국, 30경기에 출전해서 12골을 기록하였고, 예전에 비해 득점력은 절반으로 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질라르디노에게 최악의 시즌은 이것이 아니었다. 07-08시즌, 질라르디노는 30경기에 출전하면서 단 7골을 기록하면서, 밀란에서의 자신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사실, 밀란의 전술과 질라르디노의 모습은 잘 매치가 되지 않았다. 밀란이 4-3-1-2 전술을 사용할때는, 1의 자리에 놓이게 되는 카카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게 높아진다. 이것은 06-07 챔피언스 리그에서 밀란이 우승할 때, 카카가 득점왕을 차지하던 모습에서 드러난다.

결국, 카카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난다는 것은, 2명의 공격수가 상대 수비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역할을 해 주어야 되고, 수비수를 등지면서, 득점에 비해서 카카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질라르디노가 파르마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일 당시는, 4-3-2-1 전술로 모두 질라르디노에게 집중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을 때이다. 파르마에서는 심플리치오, 마르키온니, 브레시아노, 모르페오 등 모든 미드필더들은 공격 당시에 질라르디노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에 집중하였고, 결국 이것은 질라르디노의 뛰어난 득점력에 불을 댕겨주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결국, 밀란에서는 카카에게 집중되는 전술에 더 이상 맞지 않았던 것이고, 이는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었다.

스승님 프란델리, 그리고 피오렌티나

07-08시즌이 끝난 이후, 질라르디노의 스승인 프란델리가 있는 피오렌티나는 공개적으로 질라르디노를 노리기 시작하였다.

파투가 돌아오고, 다시 보리엘로를 리턴 시킬 예정이었던 밀란으로썬, 득점력이 떨어진 질라르디노는 더 이상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었고, 반대로, 피오렌티나는 루카 토니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시키고, 젊은 공격수인 파찌니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세계적인 공격수 영입이 시급하였기에, 조건이 맞아떨어진 두 팀은 결국 이적에 합의하였다.

프란델리 감독은 누구보다도 질라르디노를 잘 알고 있었다. 그에 따라, 질라르디노를 영입하자마자 피오렌티나의 전술을 질라르디노에게 집중되는 전술로 변형시켰다.

이전 시즌까지 4-4-2 전술로 무투를 처진 스트라이커로 두던 전술을 사용하였지만, 이제부터는 무투를 왼쪽 윙포워드로 두고, 질라르디노를 중앙 원톱으로 두는 4-3-3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적중하였다.

질라르디노가 이끄는 피오렌티나는 리그 4위를 달리고 있고, 질라르디노는 자신의 득점력을 부활시켜서 15경기 12골이라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팔레르모 전에서는 핸들링 논란을 일으켜서 2경기 징계를 받긴 하였지만, 그 외 경기에서는 모두 출전하면서 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전술 휘하에서 고생하던 질라르디노는, 자신에게 맞는 전술의 팀으로 이적하면서, 이번 시즌 최고의 갱생을 하게 되었다. 이는, 축구에서 전술이 얼마나 큰 위치를 차지하는지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어느 한 선수가 대성하기 위해서는 팀 선택에 있어서 정말 큰 고심을 해야 된다는 것 또한 보여주었다.

피오렌티나에서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질라르디노. 과연 그가 이번 시즌 2번의 득점 2위 징크스를 깨고 리그 득점왕 등극에 성공할지, 지켜볼수록 재미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툰=ⓒ킹코스타]



권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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