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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WBC] 이제는 박찬호와 이승엽을 놔주어야 한다

기사입력 2008.12.29 14:00 / 기사수정 2008.12.29 14:00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을 바라보는 한·미·일 삼국의 태도가 자못 볼 만하다.

미국의 경우 한국이나 대만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참가하고 싶은 선수만 참가하라'는 고자세를 취하고 있다. 누가 오든지 간에 최강의 전력을 꾸릴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흥미롭다. 하라 감독은 매일 타순을 바꾸겠다는 말장난으로 연막 작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고, 특히 이승엽의 WBC 출전에 대해 '전향적인 척' 하면서도 행여라도 참가하지 않을까 고심하는 모습이다. 어지간히 그에게 당한 한 방이 두렵긴 두려운 모양이다. 의외인 것은 보수적인 색체를 물씬 풍기는 일본야구 원로들의 행방이 잠잠하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그들은 '제펜시리즈 우승팀' 감독을 내정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어지러운 가운데에 침착했던 김인식 감독

우리나라는 어떨까. 도박파문, KBO 총재 선임 파문 등으로 잠잠할 날이 없었던 우리나라는 금번 WBC 선수선발에 대해서도 각계에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논란에 중심이 되는 대상은 '투-타' 해외파의 대표이자 맏형인 박찬호와 이승엽이다. 어지간히 야구를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또야?"라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왜 그러한 소리를 하는가? 박찬호와 이승엽은 대표팀이 구성될 때마다 꾸준하게 이름이 거론되었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두 선수가 한국프로야구 국가대표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컸다는 이야기다. 개인의 역량을 떠나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무게감이 실린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두 선수를 누구보다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인식 감독이다. 그러나 본래 김 감독은 WBC에 대해 '참가하고 싶지 않은 친구를 데려다 써서 뭘해?'라고 말할 만큼 누구보다도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큼 박찬호와 이승엽에게 만큼 예외다.

다소 의외일 수도 있다. 두 선수가 아니더라도 북경 올림픽 멤버와 일본 프로야구 멤버를 조합시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WBC는 올림픽과 다르다. 미국이 메이저리거들을 쓸어모으는 유일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경험이 중요하다"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2006년 WBC와 2008올림픽에서 많은 '깜짝 스타'들이 등장하였다고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대활약을 펼쳤던 것은 다름 아닌 박찬호와 이승엽, 두 선수였다. 그 누구보다도 큰 경기에 강한 두 선수의 존재는 선수로서 활약을 넘어서 투-타의 맏형 노릇을 한다는'단결력'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더구나 ‘남들이 다 안 한다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스스로 총대 메고 수행한다는 점에 있어서 김 감독이 원하는 최강의 전력을 구축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일본 역시 올림픽에 비해 가볍게 볼 수 없는 요인이 있다. 마쓰자까를 포함하여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포진되었다는 데에 있다. 제아무리 우리나라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전제된다 해도 실력을 앞세운 일본야구의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간과해서는 안 될 WBC의 목적

그러나 모두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WBC의 목적이다. 메이저리그가 밝히는 WBC의 공식적인 목적은 야구를 전 세계에 알리고, 또 야구의 세계화를 이끈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근본적인 목적은 다른 데에 있다. 미국 본토의 야구실력을 과시하고, 자신들 외에는 적수가 없음을 전 세계적으로 공표하는 데에 있는 셈이다.

또한, 그러한 야구놀음에 강제로 참가해야 할 의무도 없다. 왜냐하면 '세계 야구위원회'와 같은 세계적인 기구가 아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WBC는 메이저리그에서 주최하는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그럼에도, WBC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가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야구를 전 세계적인 스포츠로 이끌자는 대전제에는 한, 미, 일을 포함하여 중국, 대만, 네덜린드, 이탈리아 등도 모두 동의하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야구의 질적 수준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기준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한국야구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상업적인 목적의 WBC라 해도 우리나라가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완벽한 전력'을 갖춘 후 WBC에 참가한다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한다면 그들처럼'이라는 영화도 있는 것처럼, 이제는 두 선수를 놔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올림픽에서도 애를 먹었던 이승엽에게 다시 한 번 그러한 중압감을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아닐까?

박찬호 또한 마찬가지다.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2008년 재기에 성공했던 박찬호가 이번에는 필라델피아라는 새로운 구단을 찾았다. 젊은 투수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완벽한 부활을 원하는 박찬호에게 2009 시즌은 그 누구보다도 중요하다. 스프링 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눈에 띄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만큼 WBC 참가는 그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그에게 조건 없는 희생을 바라는 것부터가 큰 욕심이 아닐까?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두 선수를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포스트 이승엽, 포스트 박찬호'를 찾지 못하고 계속 이 둘에 의지한다면, 한국야구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와 같은 ‘대망신’을 당할 수 있다. '겁없는 신예'들의 선전을 기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유의 리더쉽을 발휘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인식 감독은 '자발적이지 않은 선수'를 절대 중용하지 않는다. 이는 이미 1회 대회에서 박재홍, 박한이의 대체 선수로 이진영, 박용택을 뽑은 것에서부터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박찬호, 이승엽이 끝까지 참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참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덤덤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 감독은 또한 특유의 리더쉽으로 의외의 선수가 대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김현수, 추신수, 이대호, 최정 등이 금번 WBC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어차피 WBC 로스터가 제한되어 있다면, 과감하게 이런 선수들을 믿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WBC는 '즐기기 위한 대회'다. 일본처럼 승부에 연연하여 원수갚음을 운운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C) = WBC 공식 홈페이지]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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