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잠시 겨울 휴식기에 들어간 이탈리아 세리에A는 독주체제를 유지 중인 인터밀란을 비롯해 유벤투스, AC밀란 등 이른 바 빅 클럽들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낯익은 이름이 그 뒤를 잇고 있으니, 바로 ‘비올라’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피오렌티나가 초반 부진을 딛고 4위로 2008년을 마감했다.
올 시즌 피오렌티나는 눈에 띄는 연승행진을 거듭한 적도, 그렇다고 심각한 연패의 늪에 빠진 적도 없다. 다만 들쑥날쑥한 경기력이 시즌 초반 피오렌티나를 중위권에서 헤매게 했을 뿐이다. 유벤투스, 인터밀란 등과는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중하위권에 있는 AS로마, 시에나에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지만 12골로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알베르토 질라르디노와 피오렌티나 공격의 중심 아드리안 무투를 축으로 한 공격진과 리그에서 3번째로 적은 실점(14골)을 기록 중인 수비력은 세리에A 정상급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밖에 2005년 부임한 이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의 지도력도 피오렌티나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8년 만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대가 독일과 프랑스 챔피언인 바이에른 뮌헨과 올림피크 리옹이었다고는 하나, 리그에서 인터밀란, 유벤투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점을 감안한다면 너무도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더욱이 피오렌티나와 함께 조별예선의 다크호스로 지목을 받았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여유 있게 16강에 진출했다는 점은 피오렌티나의 부진을 부각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 일단 유럽무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공격진의 침묵에 있다. 질라르디노는 리그에서 보여준 파괴력을 재현하지 못했고 기대를 모았던 무투도 팀의 메시아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비록 챔피언스리그 도전은 실패로 끝이 났지만, 피오렌티나는 조 3위를 차지하며 UEFA컵을 통해 계속 유럽 무대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상대가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이긴 하지만 단판 승부인 만큼 피오렌티나가 충분히 승부를 걸어 볼 만한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이 또한 챔피언스리그에서 침묵을 지킨 공격수들이 제 역할을 해냈을 때 얘기다.
분명 피오렌티나의 12월은 매우 훌륭했다. 홈에서 토리노에 패하며 코파 이탈리아 컵에서 탈락했지만, 5경기에서 4승 1패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가올 1월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강등권에 위치해 있는 레체와의 경기는 이변이 없는 한 피오렌티나의 승리가 예상된다.
그러나 다음 경기부터가 죽음의 레이스다. 피오렌티나는 18일 산 시로 원정을 떠나 AC밀란과 대결을 펼친 뒤 25일에는 유벤투스 원정 경기를 치른다. 그 다음엔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나폴리를 홈으로 불러 들여 힘겨운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어쩌면 피오렌티나의 올 시즌 향방이 이 3경기를 통해 결정 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이는 곧 위기이자 기회일 수도 있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경우 지난 시즌 이상의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상대들이 결코 만만치 않다. 유벤투스는 ‘브라질 특급’ 아마우리와 회춘한 델 피에로를 앞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AC밀란 또한 단기 임대한 ‘데이비드 베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월 1-2 패배를 안겼던 나폴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다. 이래저래 피오렌티나에게는 우울한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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