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2.11 12:30 / 기사수정 2008.12.11 12:30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2004 시즌이 되자 보스턴은 약속대로 김병현에게 5선발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전미 언론은 두 갈래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베이스볼 프리스첵터스 프리미엄’은 당시 김병현을 아메리칸리그 투수 가운데 랭킹 10위로 지목하면서 기라성같은 스타들을 제쳤는데, 당시 그의 나이가 25세라는 점과 통산 방어율 3.24가 높게 평가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CBS 스포츠라인은 어떤 돌출 행동을 할지 모르는 선수, 즉 최고의 성적을 내거나 최악의 성적을 낼지도 모르는 선수 부문에서 9위로 올려놓았고, ‘스캇 밀러’기자는 손가락 욕 파문에도 불구하고 5선발이 된 점은 높이 샀지만 최선을 다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미 애리조나는 그의 행동에 진절머리를 낸 바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은 후자가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당시 김병현은 “선수생활하면서 한 차례로 아픈 적이 없었는데 어깨나 등 족이 안좋아 걱정스럽다. 그동안 어릴 때부터 선수들이 아프다고 하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아플 수도 있고 통증이 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로 인하여 ‘한방치료’를 받기 위해 국내에 드나들었던 사실은 꽤나 잘 알려졌다. 이때 당시 전미 야구팬들이 한때나마 ‘한약’과 ‘침술’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결국 김병현은 17이닝 투구에 그치며, 당시 팀 동료들의 월드시리즈 우승 축하 세레머니를 지켜보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콜로라도 시절 : 풀타임 선발의 꿈을 이루다
이후 김병현은 콜로라도로 적을 옮기며 새 출발을 준비한다. 이적 첫해,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4.87의 나쁘지 않은 방어율을 기록했던 김병현은 그 이듬해 김인식 감독의 부름을 받아 제 1회 WBC에 참가하게 된다.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았던 김병현은 준결승 일본전을 제외하고는 한 점도 주지 않은 무결점 피칭을 했다. 이로 인하여 2006 시즌,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은 김병현은 8승 12패를 기록하며 부상 이후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콜로라도 - 플로리다를 거쳐 다시 애리조나로 돌아가 10승의 꿈을 이루었지만, 그는 더 이상 과거의 BK가 아니었다. 6.08의 방어율을 비롯하여 한때 3점대 초반이었던 통산 방어율이 4점대 중반(4.42)까지 치솟아 오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쿠어스 필드에서 있었음을 감안한 피츠버그와 계약에 성공하지만, 스프링캠프 이후 1년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칼 메이스의 저주가 여전히 그의 어두운 면을 비추었던 셈이다.
자신의 신념을 철석같이 지키는 자연인 김병현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김병현은 이후에도 자신을 선발로 써 줄 팀을 찾았다. 물론 불펜투수로 마이너리그 계약을 내건 팀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선발투수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혹자는 그의 그런 욕심이 스스로의 대성을 가로막았다고는 하나 그것도 ‘김병현’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본다.
따라서 그와 비슷한 유형의 전직 야구선수로 이상훈을 뽑는 이들이 많다. 이상훈의 경우 정점에 서 있다가 SK로 트레이드 된 이후로 난타를 당하자 잔여 연봉마저 포기한 채 은퇴를 선언했고, 김병현 역시 자신을 받아주는 팀이 없자 1년간 야구를 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저는 공인이라는 말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그냥 자연인 김병현이길 원합니다.”
허구연 해설위원과의 대화에서처럼 그는 격식, 주변의 시선, 지나친 관심 표명 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2003년 겨울에 있었던 사진기자와의 사건을 아직까지 완전하게 수긍하지 않고 있으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어머니를 향해 거침없이 ‘아줌마’라고 이야기하여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든 ‘뉴스메이커’다.
김병현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애리조나 시절, 투수코치였던 밥 웰치가 난타를 당하는 김병현에게 조언을 하고자 타임을 부르고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김병현은 무조건 고개만 끄덕이며 ‘오케이’만 했다고 한다. 그러자 다시 난타를 당하자 허구연 해설위원이 김병현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 대답이 걸작이었다.
“감독이나 투수코치가 올라와 무어라고 이야기하면 불편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일단 오케이라고만 얘기하고 제가 던지고 싶은 대로 던딥니다.”
WBC 출전은 그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렇게 신념이 강한 ‘뉴스메이커’ 김병현이 지난 1년간 아무 소식이 없다가 김인식 WBC 국가대표팀 감독에 의해 실로 오랜만에 그 이름이 드러났다. 그리고 1차적으로 자신을 불러 준 김 감독에게 감사인사를 표하며, 불러만 주면 언제든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보이고 있다.
과연 김병현의 투구가 다시 세계를 향해 얼마만큼의 위력이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기자의 짧은 생각으로 보았을 때 예전처럼 위력적인 구위를 볼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노련한 피칭을 보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원하는 팀들이 나타나 주기를 내심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병현. 그는 그런 선수다. 자신이 팀을 찾아 해메이지 않고, 팀이 자신을 원하도록 만드는 움직인다. 이미 그는 빅리그 재진출이라는 커다란 사명을 제시했다. 일본이나 국내야구에서 손짓을 한들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김병현이라면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어깨가 망가졌다고 판단되는 김병현을, 그것도 선발로 원하게 될 팀이 어디일지 몹시 궁금하다. 만약에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계약 체결에 적극적인 구단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면 최대한 ‘컴백 플레이어 상’을 노리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 본다.
그리고 이번 WBC는 그러한 시범무대가 될 것이다.
[사진=ⓒMBC TV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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