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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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삼국지] 푸름과 붉음, 극명한 대비의 열기 속에서

기사입력 2008.11.28 16:48 / 기사수정 2008.11.28 16:48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유난히 고려대와 연세대는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입니다. 일반적인 이미지도 그렇지만, 다섯 가지 스포츠 종목으로 이어지는 정기전에서의 양팀의 라이벌 의식은 극에 달하죠.

'고연전'이냐 '연고전'이냐를 놓고도 항상 아옹다옹하고, 묘하게도 양 팀을 상징하는 색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붉은색과 파란색입니다.

그것이 정기전이 아니라, 다른 대회일지라 하더라도 고대는 연대와 붙으면 연대는 고대와 붙으면 정기전 때만큼이나 뜨거워집니다. 그 들은 '비정기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지난 17일부터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에서도 그들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11일간의 열전의 마지막날 첫 경기로 열린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기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각 팀 벤치 위로 응원단이 자리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응원단과 고려대학교 응원단은 각자의 현수막을 걸고 학교의 엠블럼이 찍힌 단상을 설치하고 앰프의 볼륨을 높였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응원가들이 목동 빙상장에 울려 퍼지고, 함성 소리 또한 커졌습니다. 항상 중후한 학부형의 단발마 같은 탄성은 젊음이 가득한 응원 소리에 묻힐 정도였죠.

이런 응원에 양 팀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욱 힘을 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거친 몸싸움도, 잦은 슈팅도 그 들에겐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너무 치열하게 진행되다 보면 오히려 골이 쉽게 터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진행되는 공격을 막고, 막아낸 공격을 다시 자신들의 공격으로 돌리죠. 그런 상황이 1P 중반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팽팽한 경기 속에서 조금씩 분위기를 이끈 것은 고대였습니다. 주포인 4학년 조민호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상우와 주현우가 연대 골문을 괴롭혔습니다. 고대의 슈팅이 연대의 골문으로 향할 때마다 연대의 골리 박성제는 자유자재로 막아냈습니다. 쉴새없는 고대의 파상공세도 대단했지만, 연대의 방어 또한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역시, '라이벌'다운 모습이더군요.

그러다 몇 차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위치선점을 위해 자리다툼을 벌일 때도 이 날 따라 유난히 서로 밀쳐댔습니다. 1: 1로 1P를 마치고, 2P 중반 터진 연세대 정재훈의 골로 전세가 연대로 넘어가자, 그 치열함은 더욱더 뜨거워졌습니다.

고대의 한호택은 몸싸움 도중 심하게 펜스에 심하게 부딪히며 거의 기다시피 하며 벤치로 돌아가기도 했죠. 계속해서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고대의 만회골도 연대의 골도 터지지 않은 채 2P도 마감되었습니다.

빙판 정리를 위해 잠보니가 빙판에 물을 뿌릴 때에도 양 팀 응원단의 응원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차디찬 빙상장이지만, 열기만큼은 빙판 안도 밖도 뜨겁게 타올랐죠.

마지막 20분에서 연대는 7분 32초에 터진 김현민의 골로 3:1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기세가 연대로 기울었죠. 통렬한 세 번째 골을 허용한 고대의 골리 김유진은 한참을 허망한 표정으로 서있기도 했습니다.

자신감이 잔뜩 붙은 연대는 계속해서 고대를 압박했습니다. 골이 터진 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오현호의 골로 4:1로 앞서나갔습니다. 연대의 승리가 거의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죠.

그러나 고려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1분에 터진 윤상혁의 골은 추격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두 골과 한 골의 차이는 큽니다. 4:2에서 4:3으로 만들고자 고대는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4:3이 되기까지 고대의 노력은 눈물겨웠습니다. 골리 김유진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공격수를 투입하기도 했고, 연대 골문 앞에 엉킨 양팀의 파랗고 빨간 유니폼의 물결로 흡사 두 색을 섞은 보라색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4:3이 되기는 했지만 그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3P 19:35초, 남은 시간은 25초뿐이었죠. 결국, 4:3보다 더욱 원했을 4:4는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고 파란 유니폼의 두 팔은 치켜 올려졌지만, 붉은 유니폼은 고개가 숙여졌죠. 그 후에도 자신을 응원해 준 응원단 앞에 서서 연세대는 어깨동무를 하고 크게 '사랑한다, 연세'를 외치며 즐거워했지만, 고대는 고개를 숙인 채 패배를 곱씹어야 했습니다.

이 날 결승골을 넣은 연대의 오현호는 이 경기를 끝으로 스틱을 놓고 펜을 잡게 됩니다. 그동안 즐겼던 아이스하키만큼이나 공부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기 때문인데요. 그런 그는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잊을 수 없는 기억 하나를 마음에 새길 수 있었죠.

경기 후 만난 오현호는 "개인적으로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인데 팀이 승리하는 데 공헌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아이스하키 인생에 있어 큰 추억이 될 것 같다."라며 기쁨과 시원섭섭한 마음을 동시에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 들이 떠난 빙판은 다시금 차가움이 가득했습니다. 언제 뜨거웠느냐는 듯 말입니다. 이 해맑은 푸름과 뜨거운 붉음은 이 날 보여줬던 승리를 향한 끝없는 열정의 라이벌 제전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곳이 어느 곳이든 간에 말이죠.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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