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번스와 유니폼

◆ 전인천군(全仁川軍) 야구단 사진

SK 와이번스가 한국야구 100주년을 맞아 한국야구의 도입지인 인천의 야구 100주년을 기념하는 일환으로 6월 7일부터 12일까지 과거 인천야구 역사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올드 유니폼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1947년 제2회 도시대항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인천군' 유니폼을 재현하여 선수단이 착용하는 것으로, 과거 전국 야구계를 호령한 인천야구의 기상을 야구도입 100주년을 맞아 다시금 불러 일으키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번 소식을 계기로 그 동안 유니폼과 유난히 연(?)이 많았던 와이번스와 유니폼에 대해 한번 알아보고자 한다.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있듯이 야구선수들도 유니폼에 따라 선수들이 달라보인다. 유니폼이 잘 디자인된 경우에는  그 선수가 더욱 돋보이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는 옷 하나가 선수의 모습을 망쳐놓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대표적 경우가 2002년도 와이번스 유니폼이 아닐까 싶다. SK의 프로팀 CI통합과정에서 와이번스의 유니폼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 전까지는 가슴에 'Wyverns'가 쓰여있었지만 2002년도부터 2년간 사용한 와이번스의 유니폼에는 'SK'라는 글자가 대문작만하게 박혀있었다. 이 때문에 와이번스는 자기팀 팬들에게는 '유니폼을 바꾸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고, 타팀팬들에게는 주유소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 결국 2003시즌이 끝난 후 와이번스는 팬들과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유니폼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때의 일 때문에 유니폼이 바뀐 현재까지도 와이번스의 별칭은 주유소로 굳어졌다.

◆ 삼미 유니폼 데이 행사


하지만 와이번스가 유니폼때문에 욕만 먹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8월, 두산과의 경기에서 와이번스는 일명 '삼미 유니폼데이' 행사를 가지며 인천야구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 행사와 관련해서 '두산도 예전 OB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뛰었으면 좋았을텐데', '삼미는 현대의 전신팀인데 SK가 이런 행사를 해도 되느냐'는등 각자의 입장에 따라 여러가지 의견이 있었지만 대체로 호평을 받은 행사였다.

와이번스는 2002년의 유니폼 이벤트 성공의 여세를 몰아 2003년에도 새로운 유니폼 이벤트를 마련했다. 바로 팬들이 유니폼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 이 때문에 수많은 팬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유니폼을 선수들에게 입히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한 팬이 디자인한 유니폼이 선정되서 9월 13일과 1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그 유니폼을 입고 경기했다.

그 당시 와이번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중대한 고비에 있었는데 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한 첫 날, 초반 0:4로 뒤진 상황에서 4:4로 결국 동점을 만들어 연장에 들어간 후, 10회 조원우가 임창용을 상대로 끝내기홈런을 쳐내며 이후 '승리의 유니폼'이란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사실 이 두번의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이벤트 유니폼'이나 '얼트 유니폼'이 자리를 잡지 않나 기대해봤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도 자리잡지 못한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 이벤트 유니폼을 직접 제작한 김도현씨의 시구  

메이저리그 시청자들은 아시겠지만, 메이저리그는 홈,원정 단 두벌의 경기복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유니폼이 많은 팀들은 많게는 4종류의 유니폼이 있으며, 전통을 고수하는 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니폼이 세벌 이상이다. 그리고 이 유니폼 외에도 메이저리그에서는 기간을 정해 그 시기에는 메이저리그의 모든 팀들이 자신 팀의 예전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기도 하고, 그 기간 외에도 각 팀들은 종종 예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며 올드팬들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사실 2002년도 와이번스의 '삼미 유니폼 데이'도 그 해 초반에 있었던 박찬호선수의 팀인 텍사스 레인저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팀의 경기에서 두 팀이 예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는것을 보고 모티브를 따온 것이기도 하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도 유니폼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와이번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유니폼은 예전 '주유소 유니폼'과 다르게 팬들에게 대체로 호응을 받고 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아무쪼록 이 유니폼이 꾸준히 계속되어 양키즈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처럼 전통이 있는 유니폼이 되었으면 하고, 앞으로는 일시적인 이벤트 유니폼뿐만 아니라 '주말 홈경기 유니폼' 등의 유니폼을 만들어 팬들의 관심을 더욱 불러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사진출처- SK와이번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