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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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프로구단? 어디가 먼저야?

기사입력 2005.03.15 23:53 / 기사수정 2005.03.15 23:53

김용석 기자

흔히 말하길 축구만큼 내셔널리즘이 강한 스포츠도 없다고 한다. 1969년에는 축구경기가 계기가 돼 엘살바도르와 온드라스는 실제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94 미국 월드컵에서는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 선수의 자책골로 자국이 16강에 탈락하자 “콜롬비아 축구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술집에서 한 축구팬에 의해서 총으로 피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축구를 전 세계적으로 최고 스포츠로 만들어 놓은 월드컵만 봐도 세계인들의 축제라고 불릴 정도로 이제는 명실상부한 지구 최대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이유를 놓고 본다면 축구는 국가라는 내셔널리즘을 바탕으로 성장한 스포츠임에는 분명하다.
 




국가를 위해서? 구단을 위해서?

최근 축협과 FC서울간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22일부터 열리는 수원컵국제대회(청소년대표)에 서울의 소속인 백지훈, 김승용, 박주영 선수를 출전시키려는 축협과 그를 막으려는 FC서울의 힘겨루기가 치열한 것이다.

FC서울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미 국가대표에 김동진과 김치곤이 차출된 상태에서 3명의 선수를 또 다시 빼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어떠한 제재가 내려진다 해도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수들을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현재 포르투갈로 외국인 선수 영입 차 자리를 비운 이장수 감독도 출국 전 “절대 선수들을 보내지 말라. 이번 기회에 올바른 선수차출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구단 관계자들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에 반해 축협의 입장 또한 단호하다.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6월 개최)에 출전하기 전 주전선수들을 고르기 위한 마지막 평가전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3명의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FC서울구단과 축협은 서로에게 “좀더 멀리 볼 것”을 강조하며,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문제와 비슷하다. 프로축구가 팬들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국가대표의 좋은 성적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국대만을 위한 프로리그의 운영은 결국 K리그의 몰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팬들도 둘로 갈라섰다. 더 이상 리그만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팬들과, 국대를 위해서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팬들의 의견은 팽팽하다 못해 끊어질 정도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거에는 감히 국대 차출을 거부하는 구단도 없었고, 이에 동조하는 팬들도 없었다는 점이다. 국가대표차출은 선수 개인에게 있어서 거부할 수 없는 국가의 명령과도 같았으며, 또 이것은 엄청난 영광으로 받아들여졌던 것도 사실이다. 구단도 이런 분위기 때문인 듯 차출에 대한 거부를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축구판의 관행으로 인해 2002 월드컵 대한민국 팀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장기합숙’을 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4강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월드컵 4강 신화, 그 신화자체를 거부하는 축구팬은 아무도 없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자국팀이 16강 탈락한 적이 없다는 월드컵의 역사와 함께 일본과의 대결구도라는 점에서 축구인들과 축구팬들은 심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결국 이런 스트레스는 프로구단들의 무조건적인 ‘양보’를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최근 몇몇 프로팀들의 구단주와 감독, 축구팬들이 이런 고질적인 차출문제에 반대하며, 반기를 들고 나왔으며, 이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같다. “더 이상 양보만을 강요하지 말라. 우리도 권리를 찾겠다”라는 것이다.
참고로 유럽의 축구협회는 철저히 리그를 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A매치는 리그가 쉬는 날을 고려해 개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축구판에도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청소년 대표 박성화 감독은 “20일 프로경기엔 서울 소속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선수들을 풀어주겠다”는 대안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또한 프로구단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못한다. 이유는 선수들의 피로누적 때문이다. 이틀간격으로 열리는 수원컵 도중 잠시 프로리그를 위해 복귀하는 선수를 실제 경기에 어떻게 출전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 그 주장이다.


이번 논란의 원인은 축협의 K리그를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국제대회 신설이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한다. 축협은 수원컵이 끝난 후 반응이 좋을 경우 향후 부산컵이라는 국제대회를 또 다시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산컵 일정 또한 리그와 겹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이 서로의 ‘양보’만을 무조건적으로 바라는 힘겨루기 양상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런 상황의 피해자는 구단도 아니고 축협도 아닌 선수들 개개인이 될 수밖에 없다.


프로구단과 축협의 이번 논란을 시원하게 종식시킬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출처-FC서울 홈페이지>




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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