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자 한다. 기자는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일반 학생이다. 그동안 야구장에도 많이 가보고 또 많은 경기를 보았지만 왠지 모르게 학생 관중은 철저히 소외된 듯한 인상을 받았다. 분명한 것은 우리 야구가 청소년에게 건전한 여가선용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 관중 유치를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저히 외면당하는 학생들
- 학생석 요금 폐지로 경제적 부담 증가
- 청소년을 위한 이벤트 전무
현재 KBO는 입장료 책정을 구단 자율에 맡겨 놓은 상태다.
대부분 구단은 KBO가 책정했던 입장료를 계승했으나 서울에 프랜차이즈를 두고 있는 두산과 LG는 전체적인 인상과 더불어 학생석 요금제를 폐지했다.
이 때문에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과 문의전화를 통한 항의가 있었지만 무시됐다. 구단 프런트에 대항하기엔 발언권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구단이 내세운 이유는 이미 확정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확정을 짓기 전에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설문조사라도 할 수 없었을까? 아마 할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해봤자 결과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나오지 않음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석 요금이 사라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일반석 티켓을 사야했던 학생들로선 경제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열성팬을 자처하는 학생팬들은 자주 오기가 힘들었다. 거기에 패스트푸드점의 입점과 눈에 보이지 않는 바가지 요금으로 지갑 꺼내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배려 없는 야구장에 그 누가 가고 싶겠는가. 학생 관중은 미래의 자산이다. 어떻게서든지 미래의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몇몇 구단이 실시했던 방학기간 할인제도를 전 구단으로 확대하고 학생석 요금제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면당한 학생들, 멀티플렉스로 간다
- 첨단시설과 비교되는 야구장 외면 당연
- 포인트카드 할인제 도입의 필요성
이젠 확고한 자리를 잡은 멀티플렉스의 등장은 청소년의 놀이문화마저 바꿔놓았다.
누구나 그렇듯 같은 값이라면 더 재밌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당연한 심리다. 이 한마디는 곧 같은 가격으로 낙후되고 불편한 야구장을 가느니 깨끗하고 산뜻한 영화관을 가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멀티플렉스에선 문화생활은 물론 식사와 쇼핑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적은 시간 안에 모든 일을 해결하길 원하는 학생들에겐 안성맞춤이다.
물론 야구장에서도 식사는 가능하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류에 국한된 메뉴와 양과 질에 비해 비싸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도 학생팬들은 사 먹을 수밖에 없다. 되레 야구장에 대해 안 좋은 인상만 심어주고 있지 않나 걱정이 든다.
여기에 멀티플렉스가 앞서가는 이유는 또 있다. 영화관에선 포인트카드 할인제도를 도입해 부담없는 영화관람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관객을 제 발로 찾아오게 했다. 충분히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사실 야구장에서도 카드 할인은 있었지만 일반 신용카드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청소년은 혜택 대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마저도 지금 없어지고 있다.
솔직히 야구를 접하기도 어렵다
- TV 중계 축소와 스타 부재로 관심도 하락
- 바쁜 일정 때문에 야구를 접할 기회도 없어
- 오프라인과 온라인 혼용한 마케팅 마련 시급
아침 일찍부터 학교생활을 해야 하고 방과 후엔 학원에 가야한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하루를 마감해야 하는 고달픈 일정. 그래서 학생들은 틈새 시간을 활용한다. 그로 인해 짧은 시간에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PC방과 노래방 등을 선호하게 되었다.
잠시 집에서 쉬는 경우도 있는데 PC 게임이나 인터넷을 즐기고 TV를 시청하는 게 대부분이다. KBO는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인터넷을 통한 노출이다. 포털사이트에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제공하거나 직접적인 제휴를 맺어 이벤트 등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전에 KBO는 제대로된 홈페이지부터 갖춰야 한다. 현재 KBO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뉴스 업데이트도 느리고 야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길 구성이 갖춰져 있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손님 맞을 준비가 안 돼 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에서도 제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공중파 TV 중계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구단들도 학생들을 향해 미끼를 던지지 않고 있다.
한편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특정 학교와 자매결연을 한 사례가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오프시즌 때 학교로 찾아가서 사인회를 열고 일정의 입장 혜택도 주었다. 실제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한다. 또 이번 정규시즌에선 장학금 이벤트를 실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렇듯 관중 한 명이라도 더 모시려면 직접 다가가야 한다. 특히 소외 현상이 심각한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야구장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KBO와 구단 관계자들이 들어줄지 미지수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결코 헛되지 않음을 확신할 수 있다.
학창시절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자. 그리고 열정과 땀이 숨 쉬는 그라운드의 함성을 들려주자.
입시 전쟁에 지친 내 친구들이 야구장에서 작은 기쁨을 얻을 수 있길 바라며…….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adamyoon_mlb@hanmail.net)
사진 / 메가박스 (http://www.megabox.co.kr)
두산베어스 (http://www.doosanbears.com)
윤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