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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SK 박재상 "3번의 우승, 영광스러운 기억" (일문일답)

기사입력 2017.09.09 16:49


[엑스포츠뉴스 인천, 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 박재상이 17년 동안의 선수 생활을 뒤로 한 채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SK는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를 갖는다. 이날 은퇴를 발표한 박재상의 은퇴식이 열린다. 2001년 2차 11라운드 전체 67순위로 SK의 유니폼을 입은 박재상은 SK의 '왕조 시절'을 대표하는 선수로 통산 1087경기에 나와 807안타 65홈런 394타점 459득점 2할6푼2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다음은 은퇴식을 앞둔 박재상과의 일문일답.

-오늘 야구장으로 오는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별로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발표는 했는데 아직도 (은퇴가) 실감이 안난다. 주차장이 벌써 꽉 찼길래 '우와' 했는데 콘서트가 있다더라(웃음).

-시즌 중반에 은퇴를 발표했다.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2군 생활이 길어졌다. 기회가 점점 없어졌고, 후배들도 워낙 잘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SK에서 입단하고 쭉 뛰었기 때문에 여기서 마무리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많이 아쉬워하신다. 나도 선배들이 계실 때 자리를 잡아가며 뛰었지만, 후배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걸 보면서 비켜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2군에 있는 무의미한 시간보다 공부를 해서 제 2의 삶을 일찍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1~2년 정도 빨리 준비를 하는 게 나의 40~50대에 좋을 것 같아 결정을 했다.

-가장 품고 가고 싶은 기억은.
▲2군 생활 당시에는 전광판이 없었다. 그래서 2군 생활 하면서 목표가 1군에서 전광판에 1번타자로 내 이름이 제일 위에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처음 한 경기가 대구에서 삼성과의 경기였다. 임창용 선배가 선발투수였는데, 스타팅 1번으로 나갔다. 그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2007년 홈에서 우승할 때. 2008년과 2010년에도 우승을 했지만 홈에서는 2007년만 우승을 확정했다.

-은퇴식에 대한 생각은.
▲선수로서 은퇴식을 해주신다고 하니 영광이다. 팬들 앞에서 인사하고 마무리하는 것도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하나의 추억이고 영광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족들은 어떤 얘기를 했나.
▲부모님은 아쉬우셨겠지만 나의 결정을 따라주셨다. 아내도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아들한테도 '아빠가 오늘 야구선수 그만한다'고 하니, 파티하는 거냐고 하더라(웃음). 선수 안하고 선생님이 될 것 같다고 얘기해줬다.

-17년 동안 인천에서 뛰면서 팬들에게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는 아니었다. 2군에서 뛰면서 오래 했고, 1군에서도 뛰면서 경쟁도 해보고, 부상으로 재활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욕할 땐 욕도 먹고, 잘할 땐 칭찬도 받았다. 다 관심이 있어서니까 감사하다. 앞날을 위해 결정했지만 지난 날들이 생각이 나더라. 좋았던 추억들이 많았다. 기사 난 후에 댓글을 봤는데 다들 아쉬워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결정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한 팀에서만 뛰었다는 자부심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내가 입단할 때가 SK의 첫 드래프트였다. 그때부터 뛰면서 오래 있다보니 프런트 직원들도 10년 넘게 봐왔고, 코치님, 감독님들도 선수 때부터 같이 뛰었다. 다 좋았던 것 같다. 고3 때 인천에 처음 왔는데, 인천에서만 이렇게 있을 줄은 그때는 몰랐다. 야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인천에 계속 살았을 것 같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언젠가 잊혀지겠지만 우승의 주역, 꼭 필요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한국시리즈를 할 때마다 예전 시리즈 영상들이 나오는데, 그런 순간에 뛰었다는 게 나에게는 정말 영광이다. 우승 못하고 은퇴하는 선배들도 있는데, 난 3번이나 했다. 한 거에 비해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나 싶다(웃음). 후련하고, 홀가분하다. 앞으로의 삶이 기니까, 그것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도 있다.

-은퇴 후 코치가 될텐데, 어떤 코치로 다가가고 싶나.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멘탈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2군에 계속 있으면서 2군 선수들과 계속 생활 했던 게 좋은 공부가 된 것 같다. 어렸을 때 2군 생활 하는 거랑, 최고참으로서 했던 거까지, 올해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선수들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심리적, 멘탈적으로 많이 도와주고 싶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인천, 조은혜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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