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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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우직함이 만들어낸 신화

기사입력 2008.10.24 10:51 / 기사수정 2008.10.24 10:51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두산의 힘은 우직함이다. 어리석고 고지식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만큼 정직하다는 말도 되다. 미련스럽게 정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 시즌 두산은 선발 10승짜리 투수도 없이 126경기에서 70승을 올렸다. 우직하게 경기를 이끌어온 결과다. 선발이 무너지면 불펜으로 막으면 되고 실점이 많으면 더 많은 득점으로 되갚았기에 가능했다. 약점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장점으로 보완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적이었다.

팀 내 최다승은 11승의 이재우였다. 선발로서는 랜들이 9승을 올렸을 뿐이다. 이혜천이 7승, 김선우가 6승에 머물렀다. 김명제와 이승학도 각각 7승과 6승이었다.

그러나 선발에서 올리지 못한 승수는 불펜에서 챙겨줬다. 김상현과 임태훈이 6승씩을 지켰고 정재훈을 비롯한 6명의 투수가 9승을 지켜냈다. 지난해 리오스가 혼자서 22승을 따냈지만 올해는 서로 힘을 합해서 이뤄냈다.

약점을 보완하고 힘을 합친 결과 두산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를 유지했고 결국 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을 따돌리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곰의 우직함이 만들어낸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밤 두산은 빗속의 혈투를 승리로 마감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던 삼성을 1회초에 잘 막아내고 1회말에 삼성 선발 윤성환에게서 선취점을 뽑아냈던 것이 경기를 비교적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중압감이 삼성 투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던 탓도 있었지만 공-수-주 삼박자를 갖췄던 두산의 타자들의 파이팅이 더 돋보였다.

삼성은 선발 윤성환에 이어 7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반면 두산은 선발 이혜천에 이어 정재훈과 이재우 등 3명의 투수만이 나섰다. 2차전에서의 9명, 4차전의 5명에 비하면 5차전과 6차전은 비교적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가 비록 6차전까지 이어졌던 혈투였지만 한국시리즈에서 SK와의 일전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막판까지 투수를 총동원해야 했다면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톱타자 이종욱은 6게임 동안 15안타를 만들어냈다. 경기당 2.5개의 안타를 쳐낸 셈이다. 2번 타자 오재원도 11안타를 쳤고 리딩히터 김현수와 고영민, 채상병도 각각 8안타와 7안타씩을 쳤다. 김동주와 홍성흔 등 초반에 부진했던 중심타선이 살아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누구나 시련을 통해서 이전보다 더 성장하는 법이다. 두산은 삼성과의 혈투로 인해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시간을 잃었지만 그보다 값진 경험을 얻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 경험을 활용하면 SK와의 승부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수 있다. 곰의 우직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보완하라는 말이다.

이제 두산은 오는 일요일부터 정규리그 1위 팀 SK와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벌어지는 리턴매치인 셈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의 승차는 무려 13경기 차였지만 상대전적에서는 10승8패로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다.

올 시즌 최강의 전력을 보여줬던 SK와 지난해의 패배를 설욕하려는 두산. 그 둘의 대결에 벌써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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