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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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박지성, '역할 딜레마' 스스로 해결했다

기사입력 2008.10.16 11:10 / 기사수정 2008.10.16 11:10

안경남 기자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대표팀이 모처럼 화끈한 골 잔치를 펼쳤다.

지난 6월에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3차 예선 3-1 승리 이후 3경기에서 단 2득점에 그쳤던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을 포함해 7골을 터트리는 막강한 공격력을 뽐냈다.

지난달 열린 북한과의 최종예선 1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1-1 무승부에 그쳤던 대표팀은 이번 UAE와의 대결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한동안 고집해 오던 4-3-3 전술을 버리고 투톱 시스템을 가동했고, 올 시즌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쳐 온 정성훈과 김형범 등을 통해 대표팀에 또 다른 공격 옵션을 장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캡틴 박지성이었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김남일을 대신해 주장완장을 찬 박지성은 김남일과는 또 다른 리더십으로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주장으로서의 리더십 외에 이날 박지성은 자신의 명성에 걸 맞는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강력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트린 데 이어 추격골을 허용하며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통해 이근호의 추가골을 이끌어 냈다.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와는 다르게 박지성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주로 중앙에 배치됐다. 박지성의 왕성한 활동량을 통해 중원에 힘을 불어 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중앙 미드필더 박지성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했다.

측면 미드필더에 익숙해진 박지성은 맨유에서 배운 노하우를 대표팀에서 펼쳐보이지 못했고 무언가 겉도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대표팀과 맨유에서 보여준 움직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그동안 박지성이라는 걸출한 미드필더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그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이유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역할 딜레마' 때문이었다. 맨유에서 그 누구보다 이타적인 박지성은 볼을 잡은 뒤 항상 동료부터 찾았고 주연보다 조연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유럽 명문 클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이 대표팀의 중심 역할을 해 주길 바랬고 그 때문에 측면이 아닌 중앙에 그를 배치해 왔다. 그러나 중앙에 위치한 박지성의 시너지 효과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 UAE전을 앞두고 박지성의 좌측면 미드필더 기용에 대해 조금은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주장으로서 팀의 대승을 이끌었지만 측면 미드필더로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고 혹시나 맨유에서 보여준 이타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박지성은 소속팀과 대표팀의 역할 딜레마를 스스로 완벽히 해결해냈다. 측면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돌적인 움직임과 과감한 슈팅을 통해 조금은 이기적인 박지성의 모습을 보여줬고 오히려 중앙에 있을 때보다 더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약 2주간 주장완장을 차고 대표팀을 이끈 박지성은 이처럼 멀티 플레어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같은 포지션에서 다른 역할 능력까지 보여주며 자신이 왜 빅 클럽에서 뛰고 있는지를 증명해냈다.



안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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