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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놈!놈!놈!] '칸'에 가려진 8년, 옌스 레만

기사입력 2008.10.08 10:36 / 기사수정 2008.10.08 10:36

박중현 기자

[유럽축구 놈!놈!놈!] 2회 - 비운의 No.2 골키퍼 편

'올리버 칸'에 가려진 8년의 시간, 옌스 레만



[엑스포츠뉴스=박중현 기자] 독일은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골키퍼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온 나라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올리버 칸은 물론이고 그 이전에도 제프 마이어, 안드레아스 쾨프케, 토니 슈마허, 보도 일그너 등,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 소리가 나올만한 골키퍼들이 역대 독일의 나치오날엘프의 수문장 역할을 해왔다.

그렇기에 많은 선수가 No.1의 자리에 가려져 No.2로서 오랜 생활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독일의 넘버원이라고 할 수 있는 로베르트 엔케의 경우도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30대가 되어서야 드디어 넘버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독일에는 앞으로 기대되는 골키퍼들도 많아 '역시 골키퍼 강국'이라는 면모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안드레아스 쾨프케는 후배인 보도 일그너의 벽에 가려져 그의 나이가 30대를 훌쩍 넘어섰을 때, 드디어 No.1의 자리를 벗어났고, 올리버 칸 역시, 보도 일그너와 안드레아스 쾨프케를 제치지 못하고 유로 2000이 되어서야 No.1 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여기에 소개할 이 선수 역시 오랜 세월을 올리버 칸의 뒤에서만 서 있었던 선수이다. 그 이름은 우리에게 아스날의 수문장이었던 선수로 익숙한 '옌스 레만'이다.

분데스리가에서의 활약

옌스 레만은 샬케에서 1988년에 데뷔를 하여 거의 10년간을 샬케를 위해 뛰었다. 그는 클럽에서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고 97년에는 UEFA컵에서 샬케를 우승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승부차기에서 이반 사모라노의 슛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독일 국가대표 멤버로 발탁되었지만, 당시 오랜 인고의 세월을 기다려 온 쾨프케와 올리칸의 뒤에 이어 세 번째 골키퍼로 활약할 수 있었다.

그는 98년 AC 밀란으로 이적 하였지만 그가 AC 밀란에서 자리가 없을 것이란걸 알고 난 후, 그는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독일로 돌아왔을 때 그 행선지는 다른 어느 클럽도 아닌 샬케의 지역 라이벌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였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역시 그는 훌륭한 활약을 펼치며 01/02 시즌 도르트문트가 우승을 하는데 큰 공헌을 한다.

옌스 레만은 이런 과정에서 독일 내에서 매우 주목받는 선수가 된다. 물론 그의 훌륭한 실력이 뒷받침이 되어 있었지만 그보다는 경기 내에서 눈에 튀는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에우베르를 쓰러트리고서도 마치 당당하다 듯이 에우베르와 맞짱(?)을 뜨던 모습은 여전히 눈에 생생하다.

드디어 얻게된 No.1

그는 도르트문트에서 1년 더 활약한 후, 2003년 도버 해협을 건너 런던땅에 도착하였고, 그는 새로운 클럽인 아스날에서 데이비드 시먼의 대체자로서 아스날의 03/04 시즌 무패 우승에 공헌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아스날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친 옌스 레만은 05/06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나 리그에서 매우 훌륭한 활약을 펼치며 아스날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이끄는데 1등 공신이 되었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드디어' 옌스 레만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올리버 칸을 밀어내고 자신의 독일 국가 대표팀 유니폼의 등에 1번이라는 숫자를 새길 수 있었다. 거의 8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 왔던 그에게 넘버원 골키퍼라는 자리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했던 것이 틀림없다.

흘러가는 시간

그는 2006 월드컵에서도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06 월드컵이 끝나고 옌스 레만은 점점 노쇠화로 기량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07/08 시즌에는 아스날에서조차 마누엘 알무니아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면서, 많은 설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독일 국가 대표팀에서도 아쉬운 모습들을 보여주며, 유로 2008 이전 많은 우려의 목소리들을 들었었다. 그러나 유로 2008 본선 무대에서 레만은 생각 외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것이 아스날에서의 상황을 바꾸어 놓지는 못했고, 결국 시즌이 끝나고 VfB 슈투트가르트와 계약하며 현재 슈투트가르트에서 넘버원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현재까지 슈투트가르트에서 레만의 활약은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스타일 상 여전히 '불안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은 순발력과 선방 능력으로 현재까지 키커 평균 평점으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등, 지난 시즌 불안했던 슈투트가르트의 골문을 어느 정도 지켜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를 막고 있던 크나큰 벽

옌스 레만은 클럽에서 많은 주전 자리를 차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골키퍼 '올리버 칸'의 뒷자리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 국가 대표팀의 팬들에게는 사실 레만은 올리버 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2인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올리버 칸은 독일 최고의 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훌륭한 수문장이었지만 옌스 레만은 그들을 쫓아가는 입장인 샬케와 도르트문트의 골키퍼였기 때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옌스 레만에게는 2002년의 클럽 우승은 매우 남다를지도 모른다.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을 이기고 우승을 한 것처럼, 옌스 레만도 올리버 칸을 누르고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2002년 월드컵에서는 결국 독일의 수문장 자리는 올리버 칸의 몫이었고, 올리버 칸이 괴물과도 같은 활약을 하는 모습을 그는 벤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이제 레만의 나이도 어느새 유럽 나이로 38세가 되었다. 심지어 우리나라 나이로 하면 40세가 될 정도로 많은 세월을 외로이 골문 앞을 지키면서 보내왔다. 앞으로 길어봐야 한 시즌이나 최대 두 시즌 정도를 더 뛸 수 있겠지만, 이 개성이 강한 골키퍼의 활약을 지금도 지켜볼 수 있는 것은 팬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주고 있음이 틀림없다.

[사진=옌스 레만 ⓒVfB 슈투트가르트 공식 홈페이지]



박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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