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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의 막판 분전, '김시진 효과'?

기사입력 2008.10.06 11:17 / 기사수정 2008.10.06 11:17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히어로즈가 패넌트 레이스 최종전을 승리로 이끌며 대미를 장식했다. 선발투수 장원삼은 12승째를 올리며 SK 김원형 그리고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 등 롯데 3인방과 함께 다승부문 4위에 올랐다. 11승의 마일영을 제치고 팀 내 다승 선두를 기록했고 장원준(롯데)과 채병용(SK), 랜들(두산)에 이어 시즌 4번째로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되었다.

안타수는 SK가 11개로 히어로즈의 10개보다 앞섰으나 득점은 오히려 8대 4로 히어로즈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5번 타자 유격수 강정호는 4회 초에 2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조재호 대신 4회부터 타석에 들어선 오윤은 3루타(4회초)와 2루타(6회초)를 연거푸 날리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더불어 SK는 실책을 3개나 범하는 등 홈에서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아쉬움 속에 마쳐야 했다.

이날의 승리가 보다 의미있던 것은 향후 히어로즈의 진로와 관련 있었기 때문이다. 10월 2일 무기력하게 두산의 플레이오프 직행의 제물이 되었었던 히어로즈가 다음날에는 힘을 내기 시작하더니 4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접전을 펼쳤고 이날 선두 SK를 잡아낸 것이다. 전날까지 SK와의 올 시즌 상대전적은 4승 13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었다.

지난 10월 2일 히어로즈의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창단부터 함께했던 박노준 단장이 사임을 발표했고 구단주는 이광환 감독의 경질을 시사했다. 창단 초기부터 시작해서 시즌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불과 3경기만 남겨둔 시점까지도 몰상식적인 잡음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결국, 에이스 마일영도 초반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안타 5개와 볼넷 3개, 몸에 맞는 공 1개로 6실점(3자책)하고 말았다. 이날 야수들의 실책은 4개나 기록되었다. 히어로즈 스스로 자멸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를 이끌었던 김시진 감독이 후임 감독으로 내정되었다는 것이다. 히어로즈 홈페이지 게시판은 오랜만에 후끈 달아올랐다. 김시진 감독이 와도 별수 있겠느냐는 패배 분위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김시진 전감독을 환영하는 지지의 내용이었다. 다시금 예전 현대 유니콘스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으리라는 섣부른 기대까지도 있었다.

그날 히어로즈는 두산의 선발투스 김선우의 공을 난타하며 2회말에 4득점, 5회말에 4득점을 올렸다. 두산의 김선우는 5이닝 동안 히어로즈의 29타자에게 13안타로 8실점(4자책)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히어로즈의 선발투수 이현승은 두산의 37타자에게 안타 7개와 볼넷 3개로 2실점하며 생애 첫 완투승을 거두었다. 전준호는 2회에 3루타를 추가하면서 프로통산 100호째 3루타를 터트린 첫 번째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10월 4일 한화전에서도 팽팽한 무승부 승부 끝에 8회말 3점 홈런을 허용하며 승리를 내줬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SK와의 시즌 최종전에서는 승리를 거두었다. 불과 엊그제까지만 해도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던 팀이라고는 믿지 않을 정도의 경기 내용이었다.

올 시즌 히어로즈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광환 매직'이라는 말이 자주 눈에 띄었다. 팬들로서는 이길 수 있었던 경기도 감독으로 인해 맥이 끊어지고 비정상적인 선수 기용으로 팀을 패배로 이끌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다. 물론 이광환 감독은 자율야구로 명성이 높지만 자율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지금처럼 히어로즈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을 때는 선수들을 다독여주고 목표로 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히어로즈의 막판 선전은 어쩌면 '김시진 효과'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선수도 팬도 모두 히어로즈를 통해서 과거 현대 유니콘스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믿음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다. 서로서로 믿고 의지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내년에는 달라진 히어로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는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사진=히어로즈 구단 제공]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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