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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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SBS, 12연승 신기록 현장 스케치!!

기사입력 2005.03.02 09:10 / 기사수정 2005.03.02 09:10

김용석 기자



'인산인해' 1일 안양과 부산의 농구경기를 보고 온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 단어다. 안양실내체육관 주변 일대의 교통은 경기 시작 한시간 전부터 극심한 정체현상에 빠져 들었다. 덕분에 이날 현장판매분 티켓과 입석티켓까지 완전 매진됐음은 물론이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수십배에 달하는 암표상들의 표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암표 마저 동이 나버리자 서둘러 집으로 귀가해 TV를 시청하려는 안양팬들의 모습은 가히 '안양농구 열풍' 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단테의 신드롬이 기타 종목의 팬들마저도 농구장으로 이끌었으니 안양 농구의 돌풍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말 다한 셈. 그 뜨거웠던 12연승 현장의 모습을 엑스포츠뉴스에 담아봤다.


1, 2쿼터의 승기를 안양으로 이끈 김성철


초반 기선제압의 선봉 김성철 선수

경기 초반은 안양SBS 김성철의 기세가 등등했다. 이날 김성철은 총 22득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을 1,2쿼터에 집중시키며, 이로써 초반기세를 안양쪽으로 돌리는데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단테존스의 날카로운 '노룩패스'가 김성철에게 이어지고 김성철의 3점슛이 림에 작렬하자 안양실내체육관이 폭팔할 듯 들썩였다. 김성철의 주특기인 훼이크 동작에 이은 슛은 깨끗하게 림을 통과해 안양의 연승은 존스 혼자만이 이룬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변하는 듯 했다. 


NBA급 플레이 단테존스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특정 선수가 공을 잡으면 어떤 플레이가 나올지 기대를 하게 되는 선수가 있다. KBL에서는 그런 기대를 단테존스(22점 20리바운드)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그는 올스타전에서나 볼 수 있는 노룩패스(같은 편마저 속아버릴 것 같은 패스를 받아서 득점으로 연결하는 것을 보면 안양의 조직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를 심심찮게 선보였으며, 그때마다 관중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또 수비에서의 덩크슛이라고 불리는 '블럭슛', 블럭슛도 평범하게 막는게 아니라 마치 배구에서 강한 스파이크를 하듯이 내리꽃아버리는 것을 보고 필자는 그 자리에서 혀를 내둘렀다. 또한, 비교적 단신인 그가 자신보다 신장이 큰 선수들이 박스아웃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탄력으로 공중에서 공을 나꿔채 리바운드 하는 모습은 "NBA에 몸담았던 선수는 다르구나" 라고 느끼게 하는데 충분했다.  더군다나 알면서도 못막는다는 페이더웨이 슛이 작렬할때면 그를 수비하는 선수의 표정은 '절망' 그 자체로 돌변했다.  




"실력만으로는 프로선수라 할 수 없지, 나에게는 쇼맨쉽도 있어"

안양SBS가 연속득점에 성공하고 점수차를 크게 벌려나가자 부산KTF에서 황급히 작전타임을 요청한다. 이때 존스선수는 관중석을 향해 두팔을 위로 올리며 모두 기립해서 열광하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한다. 이에 전관중석이 열광하며 기립하고, 단테존스는 두 주먹을 불끈쥐여 '오늘 기필코 이긴다'라는 의지를 내보인다. 

또한,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환호하면서 경기장 바로 앞 보도석에 앉아 있는 기자및 관계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백코트를 하는 장면, 특히 압권은 경기 중 반칙을 당한 존스가 부산 KTF 선수석으로 가서 부산의 수건으로 땀을 훔치는 장면에서 관중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트렸다. 정말 안양농구팬들이 존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만의 쇼맨쉽이었다.


부산KTF에는 현주엽과 애런맥기가 있었다

2쿼터가 끝난 뒤 점수차는 겉잡을 수 없이 벌어져 무려 25점차까지 나버리는 상황이었다.  안양관중들은 그때부터 '이겼다! 이겼다!' 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미 12연승 신기록 달성에 성공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다. 부산에는 현주엽(11점 3점슛 3개)과 애런맥기(27점)가 있었다. 존스는 이미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이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상대 중 하나가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부산KTF의 미나케와 맥기라고 밝힌바 있다. 그를 여실히 증명하듯 시종 맥기와 미나케는 더블팀 혹은 강한 몸싸움으로 단테존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또한, 후반 부산KTF의 극적인 추격전을 연출한 현주엽은 초장거리 버저비터를 포함해 3점슛 2개를 4쿼터에 꽃아넣어 맥없던 경기를 열광의 현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부산KTF, 미나케의 부진은 단테존스 탓?

결정적인 순간에 미나케의 5반칙 퇴장은 부산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버리는 순간이었다. 미나케(11점 6리바운드)는 이날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KBL에서는 그래도 한다는 외국인 선수 중 하나인데 존스 앞에서 너무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단테존스는 KBL에서 몸을 담고 있던 외국인 선수들의 시샘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선수다. 뒤늦게 합류한 주제에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시샘은 어쩌면 당연한 셈. 더군다나 KBL에서 정상급 플레이를 펼치던 외국인 선수들에게 그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산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미나케는 그를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1일 경기에서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와 공격에서 계속 맞상대할 수 밖어 그와의 기량차가 확연히 들어날 수 밖에 없었으며, 이런 자존심 싸움은 결국 2쿼터 중반 단테존스와 가벼운 말다툼까지 하는 장면을 연출하게 만들었다.  

이런 자존심을 건 싸움은 미나케 선수의 4쿼터 5반칙 퇴장으로 끝을 맺었다. 경기가 끝난 후 다른 선수들이 모두 라커룸으로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선수석에 남아 멍하게 코트를 응시하는 미나케 선수의 모습에서 이 경기를 반드시 이기고 또 존스 선수마저 뛰어넘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엿볼 수 있게 한 장면이었다.  


이기는 팀은 수비가 강하다

농구는 화려한 공격기술이 뛰어난 스포츠다. 그러나 잘나가는 팀을 보면 오펜스보다 디펜스를 더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늘 경기를 승리로 잡으면서 12연승을 달린 안양SBS의 수비는 가히 '철통'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대단했다. "저런 수비를 어떻게 뚫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와 강한 압박이 부산의 숨통을 조여왔으며, 이런 수비가 결국 슛미스와 에러 등을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12연승의 숨은 공로자는 바로 관중

안양농구팬들의 열정이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수비때는 일제히 '디펜스'를 외치며 안그래도 철통같은 안양수비에 기름칠을 해댔고, 상대편 선수가 자유투를 던질때면 어김없이 우~~라는 야유소리가 체육관에 메아리 쳤다. 안양의 선수들이 골을 성공시키면 일제히 기립해 환호성을 질러대는 통에 아직도 필자의 머리가 웅웅거리며 울릴 정도다.
입석까지 꽉꽉들어차 통로가 없어 화장실을 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 실내체육관은 말 그대로 안양 축제의 현장이었다.
 
93대88 안양의 12연승이 확정된 후 체육관을 나서는데 매표소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는 농구팬들이 보였다. 다음에 벌어질 원주TG와의 경기를 미리 예매하기 위한 줄이라는 것을 파악한 필자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안양농구팬들의 열정이 있는 이상 안양SBS의 연승을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안양SBS의 승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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