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성장 속도가 자못 빠르다. 넥센 히어로즈 김성민(23)이 발전하는 모습으로 트레이드 당시 붙었던 물음표를 스스로 느낌표로 바꿔나가고 있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몇 안되는 순수 신인 중 한 명이었던 'SK 김성민'은 5월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넥센 김성민'은 통산 1승을 안고 후반기 첫 경기였던 18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하며 말그대로 넥센의 '스타팅'을 책임져야 했다. 맞대결 상대는 14연승을 이어가고 있던 헥터 노에시였고, KIA의 타격감은 각 팀 에이스들이 줄줄이 뭇매를 맞을 정도로 물이 올라있던 터라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이 됐다.
하지만 이날 김성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헥터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성민은 5⅓이닝을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뒤 2-1로 앞선 6회 승리요건을 갖추고 교체됐다. 비록 역전을 당하며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김성민에게는 의미가 있던 경기였다. 마운드를 내려갈 때는 포수 박동원이 "네가 헥터를 이겼다"고 말해 웃음지었고, 이튿날 장정석 감독은 "최고의 피칭을 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성민은 "또다른 개막전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선발로 믿고 올려주셨기 때문에 거기에 부응하고 싶었고, 잘 풀린 것 같아서 좋았다"고 후반기 첫 등판을 돌아봤다. 그는 "헥터의 연승을 깰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런데 1점 차에 워낙 강한 팀이다보니 이겨도 중간 싸움에서 승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냥 내 맡은 바 임무를 깔끔하게 하고 내려온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후반기를 기분 좋게 출발한 김성민은 4일 휴식 후 23일 kt전에서 다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1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호투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등판 역시 상대는 라이언 피어밴드라는 에이스였고, 이번에도 노 디시전이 됐다. 적지 않은 등판에도 패전 없이 승리 단 한 번, 김성민은 "패운도, 승운도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첫 승부터 첫 퀄리티스타트까지 착실하게 성장의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순수 신인이 그 해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고, 바뀐 팀에서 곧바로 1군 무대를 밟아 꾸준히 출장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트레이드 직후 김성민 본인조차 "보여준 게 없다"면서 트레이드에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하지만 김성민은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나가고 있다. 시즌 초 탄탄했던 선발진에 여기저기 구멍이 생긴 현재 넥센의 마운드에서, 김성민은 구원과 선발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며 어쩌면 예상보다 빨리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넉살 좋은 성격으로 팀 적응은 일찌감치 마쳤다. 인터뷰 내내 지나가는 동료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장난을 걸 정도로 서로를 살갑게 대했다. 경기적인 부분에서도 김성민은 "아무래도 SK와 넥센의 팀 스타일이 달라 새로 맞춰가려고 하다보니 만들어졌던 페이스가 무너졌던 게 없잖아 있었는데, 코치님들이 워낙 잘 설명해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조금씩 잡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시절 메이저리그 입단 추진과 불발, 일본 대학 진학으로 김성민 앞에는 늘 '우여곡절'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하지만 정작 김성민 본인은 "다들 멀리 돌아왔다고 하는데, 남들과 똑같이 대학 졸업하고 드래프트 참여한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 일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신경 쓰여서 운동 못할 것"이라고 덤덤히 얘기했다. 그는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게 나의 일인 것 같다"며 "매 경기를 청룡기 결승전 하듯이 던지고 있다"라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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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