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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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클 두산! 명승부 45선] ⑤

기사입력 2005.02.23 01:45 / 기사수정 2005.02.23 01:45

윤욱재 기자





21. 4점 내줬어? 그럼 5점 내지 뭐.


만약 감독인 당신에게 다음과 같은 상황이 주어졌다고 가정하자.

[동점으로 연장전 승부가 된 경기에서 연장 10회초 상대팀에게 4점을 내주었다. 10회말에 4점 이상 내지 않으면 이 경기를 지게 된다.]

이 상황이 실제상황이라면 대부분 짐 쌀 준비부터 했을지 모른다. 허나 미러클 베어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승리로 되돌려 가져갔다. 2001년 6월 13일 해태와의 시즌 7차전이 바로 그 증거이다.

6-6으로 팽팽하던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고 두산은 진필중을 올렸고 해태는 이미 오봉옥을 등판시킨 상태라 마운드에선 마무리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날 진필중이 이상했다. 첫 타자 김상훈에게 맥없이 2루타를 맞으면서 꼬이기 시작한 진필중은 다음타자 홍세완의 번트타구를 처리하려다 실책을 범하면서 '방화' 조짐이 보였다.

물론 타바레스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 병살을 기대했지만 타바레스가 전력으로 질주하며 1루에 세이프되면서 원아웃에 그치고 말았다. 타바레스는 김종국 타석 때 도루를 감행, 1사 주자 2,3루를 만들어 진필중을 한층 압박해갔다.

당시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던 김종국은 구위가 뚝 떨어진 진필중의 공을 좌중간 2루타로 꿰뚫었고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다음타자 장성호와 산토스가 연속으로 적시타를 때리면서 스코어는 어느새 4점 차로 벌어졌다.

10회초는 이렇게 종료되었지만 10회말 공격에 나서는 두산 입장으로선 영 부담스러운게 아니었다.

하지만 톱타자 정수근이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르는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장원진이 좌중간 2루타로 손쉽게 1점을 뽑자 해태 코칭스태프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믿었던 마무리 오봉옥도 구위가 떨어지자 즉각 교체를 명령한 김성한 감독은 다음타자 우즈를 의식해 언더핸드투수인 성영재를 투입시켰다.

물론 대부분 용병들에겐 '희귀종'인 언더핸드투수들을 상대하기가 껄끄러웠겠지만 우즈는 이미 적응이 끝난 상태였다. 시원하게 밀어쳐 우전안타로 연결한 우즈는 대주자 강봉규로 교체되었다.

여기서 심재학이 볼넷으로 출루, 무사 1,2루를 만들자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기 시작한다. 다음타자는 안경현. 일단 동점을 만들자는 취지 아래 두산 벤치는 번트를 지시한다. 보내기번트가 성공되면 1사 2,3루의 황금찬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두산 벤치가 곧바로 번트 사인을 철회했다. 일단 안경현을 믿기로 한 두산. 그것이 영원히 잊지 못할 역전극의 발판이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3구째 들어오는 한복판 슬라이더를 정확하게 걷어 올린 안경현. 외야석으로 넘어가는 힘찬 타구를 바라보며 두 팔을 번쩍 들었고 그것은 역전끝내기 3점홈런으로 이어졌다.

연장 10회에 4점을 주고 5점을 얻은 두산. 하지만 어째 최일언 투수코치의 얼굴만큼은 밝지 않았다. 불쇼를 저지른 마무리 진필중은 이 경기 이후 잠시동안 선발투수로 전환해야만 했다.



22. 송원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다


9회말 투아웃 만루, 스코어는 동점이다. 3루주자만 들어와도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 그런데 막상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이 날 1군에 갓 올라온 풋내기 선수였다. 바로 송원국이 그 주인공이었다.

광주일고 재학 시절 최희섭과 중심타선을 이루며 강타자로 이름날렸던 송원국은 98년 OB에 2차 1번 지명으로 계약금 1억 8천만원에 입단했다.

곧바로 참가한 동계훈련에서 미래의 주전을 꿈꾸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으나 팔꿈치를 다치는 바람에 기나긴 재활에 들어가야 했고 재활마저도 실패, 방황의 길로 접어들어야했다. 

그렇게 야구를 포기하려던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은인은 김인식 감독이었다. 김동주와 홍원기가 부상을 당하면서 내야 자원이 부족하자 송원국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

자신감있게 치라는 코칭스태프의 말을 새겨들은 송원국. SK의 상대투수 김원형의 몸쪽 직구를 눈 감고 쳤던 공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순간, 그는 신데렐라가 되어 있었다. 바로 프로 데뷔 첫 타석 초구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20여년이 흐른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멋진 데뷔 타석을 이끌어낸 송원국은 다음날 신문 1면에 날 만도 했지만 하필이면 다음날은 정기 휴간일이었다. 그래도 늦게나마 월요일자 신문에 얼굴을 알리면서 팬들도 송원국의 멋진 데뷔를 축하해주었다.

멋진 한방으로 1군 붙박이가 된 송원국은 다음경기에서도 대타로 출장, 깨끗한 2루타를 만들어냈고 훗날 끝내기안타까지 때리며 스타성을 갖춘 차세대 2루수로 각광받았다. 그리고 다음해 다시 한번 대타 만루홈런을 때리며 만루홈런=송원국이란 공식까지 만들어지게 된다. 이 경기는 추후 소개하기로 한다.



23~24. 다시 재현한 이틀연속 끝내기


[23. 끝내기 전문 송원국!]

빅터 콜과 케리 테일러의 용병 선발 맞대결. 두 선수 모두 썩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콜은 심정수에게 스리런을 맞고 KO됐고 테일러도 연타 폭격을 맞으면서 물러났다.

4-4로 팽팽하던 승부는 8회초 현대가 탐 퀸란의 적시타로 1점 달아나면서 앞서기 시작했다. 두산은 마무리로 복귀한 진필중을 등판시켜 급한 불을 끄게했다. 그러자 현대도 임시마무리 신철인을 올려 맞불을 놓았고 9회말 투아웃까지 잘 잡아놓은 상태였다.

투아웃 상황에 나온 심재학이 중전안타로 나갈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으나 김동주가 우전안타를 터뜨리는 순간, 우익수 심정수가 주자를 의식한 나머지 공을 뒤로 빠뜨려 주자가 홈을 밟았고 동점이 되자 잠실구장은 또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때 안경현의 좌전안타가 추가되면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두산은 홍성흔 대신 대타 송원국을 기용, 역전을 노렸다.

마침 안경현이 2루로 도루하면서 마운드에 서있던 신철인을 점점 압박해갔으며 결국 송원국의 우전안타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24. 수단을 가리지 않는 끝내기! 주자만 들어오면 만사 OK!]

미니시리즈가 이틀연속 나오는 것처럼 베어스도 끝내기 드라마를 이틀연속 방영했다. 동점으로 9회까지 온 양팀. 두산은 역시 필승카드 진필중으로 9회초를 마무리지었고 현대도 새롭게 영입한 오스카 엔리케스를 투입시켜 연장 승부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엔리케스를 방화범으로 몰고 간 주인공은 전날 끝내기안타의 주인공 송원국. 또 다시 9회말 대타로 들어선 송원국은 높은 직구를 놓치지 않았고 이 타구는 우전안타로 이어졌다. 주자 1,3루. 계속된 찬스에서 정수근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렸고 홍원기가 홈을 밟으면서 또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0-2를 3-2로 만든 역전극이었다.



⑥편에서 계속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adamyoon_ml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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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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