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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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호 골로서 자신을 증명해낸 구티

기사입력 2008.09.18 20:42 / 기사수정 2008.09.18 20:42

유형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유형섭 기자] 프리메라리가 2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 누만시아의 경기였다.

라울의 체력안배를 위해 라울은 선발출장 되지 않았고 구티가 주장완장을 찬 채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반 19분, 반 니스텔루이의 패스를 받은 구티가 슈팅을 날린다. 굴절되어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이른 실점의 만회골이자 4-3 승리의 시발점이 된 골.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으니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프리메라리가 5000호 골이다.

레알 마드리드하면 떠오르는 선수는 역시 라울이다. 20세기 후반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이며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사나이.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이에로는 자신의 기록을 무섭게 따라오는 ‘엘 니뇨’ 라울을 빗대어 ‘엘 페라리’라고 표현하였다. 어린 시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스팀이 해체되어 레알 마드리드로 올 수밖에 없던 꼬마는 그렇게 구단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고, 팀의 주장이 되었다.

그렇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위대한 주장에게 비치는 사이, 팀의 부주장은 상대적으로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호세 마리아 구티에레즈 ‘구티’는 라울보다 어린 나이인 일곱 살에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한 선배로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시스템과 청소년 대표팀을 차근차근히 밟아 올라왔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성장을 속도를 보인 라울에게 빛이 가려지기 일쑤였고 결국 라울보다 성인팀 데뷔도 1년이나 늦었다. 그렇게 레알 마드리드의 두 전설의 경쟁은 시작되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영입정책에서 공격진은 부동의 공격수 라울을 일단 주전으로 점찍은 후, 그의 곁에서 그와 함께할 파트너를 찾기 위한 영입이었다면 미드필더진은 그야말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 선수들의 영입이었다. 맥마나만, 솔라리, 피구, 지단, 베컴, 스네이데르와 반 더 바르트….

그리고 구티는 그 극심한 경쟁에서 항상 패배자이자 승리자였다. 주전에서 밀려 슈퍼서브였기도 했지만, 결국 잔류하는 것은 언제나 구티였다.

몸싸움도 뛰어나지 않고 뛰어난 드리블에 이은 돌파능력도 가지지 못한 공격형 지향 미드필더인 구티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그건 바로 그 누구도 비할 수 없는 천재적인 ‘센스’다.

맥마나만, 피구, 지단에게 치이며 살아온 구티는 세계최고인 그들을 보며 어찌하면 보다 안정적이게 볼을 키핑해야하는지 배웠고 어찌 패스하면 상대의 수비를 한방에 무너트릴지 감각을 연마했다. 그리고 그의 패스가 그의 왼발 끝을 떠나는 순간, 그는 어느샌가 레알 마드리드의 브레인으로 자리 잡혀있었다.

05/06시즌, 라울이 그의 축구인생 첫 장기부상을 당하면서 구티는 지속적으로 주장완장을 차게 되었고, 그는 드디어 팀의 표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미드필더 전 지역의 백업이 가능한 유스 출신의 다혈질 슈퍼서브에서 센스 만점의 슈퍼 패서 부주장으로.

다른 팀의 수많은 오퍼에도 불과하며 레알 마드리드만을 선택했던 그의 10년 만의 성과. 그리고 그는 지난 시즌 라리가 최다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라리가 최고의 브레인이 되었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세계를 대표하는 구단에서 구단의 역사에 남을 5000호 골을 기록한다는 것은 매우 역사적인 일이다. 또한, 그 역사적인 5000호 골을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 출신이자 부주장인 호세 마리아 구티가 기록했다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도 매우 좋아할 만한 일이었다.

들쭉날쭉한 기복과 다혈질의 성격으로 팬들을 애태우지만,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는 날에는 팬들에게 최고의 모습을 선보이는 구티. 당대 최고의 선수들에게 밀려 언제나 백업요원이었지만 특유의 천재성으로 인하여 뒤늦게 인정받았으며 자신을 제대로 평가하는데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구티.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지 않고 평생을 '마드리디스타'로 보내려 하는 그의 모습은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사진=호세 마리아 구티, 레알 마드리드 공식홈페이지]



유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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