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2:58
스포츠

리버풀전 결장 박지성, 위기이자 기회

기사입력 2008.09.14 00:52 / 기사수정 2008.09.14 00:52

안경남 기자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당초 복귀전이 예상됐던 '산소탱크' 박지성(27)이 끝내 출전 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토트넘 핫스퍼에서 영입한 '백작'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최전방 원톱에 배치되며 이적 첫 경기 만에 데뷔전을 갖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13일 밤(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FA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에서 '라이벌' 리버풀에 1-2 역전패를 당했다. 그동안 리그에서 리버풀에 8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기록 중이던 맨유는 7년 만에 안필드에서 패배를 맞봤다.

2주 전 열린 제니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수퍼컵에 교체 출전하며 본격적인 시동을 건 박지성은 이날 출전이 예상됐으나 벤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채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라이언 긱스, 마이클 캐릭, 오웬 하그리브스 등 대다수의 선수들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출전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최전방 스리톱에 '카를로스 테베즈-베르바토프-웨인 루니'를 배치했고 벤치에는 긱스와 나니 그리고 대런 플레처를 대기시켰다.

비록 박지성이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긴 했으나 그를 대신해 벤치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역시 최근 부상과 남아공 월드컵 지역예선 출전으로 인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던 만큼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었다.

경기 전 언론과의 인터뷰를 갖은 퍼거슨 감독은 "오늘 스쿼드에 만족한다. 호날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며, 박지성과 게리 네빌에게는 휴식을 부여했다."며 박지성의 출전 제외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퍼거슨 감독의 말을 미뤄 볼 때 박지성의 몸 상태는 많이 좋아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오늘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현재 박지성 보다 더 좋은 몸 상태를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출전 가로막은 원톱 베르바토프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우려했던 대로 맨유의 새로운 원톱 베르바토프의 영입은 향후 박지성의 출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퍼거슨 감독은 베르바토프를 축으로 한 4-3-3 전술을 들고 경기에 임했다.

그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테베즈의 측면 이동이었다. 그동안 맨유의 최전방에 위치했던 테베즈는 좌측면으로 이동해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팀의 첫 득점을 성공시켰다. 아직 새로운 전술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은 아니었지만 테베즈는 최전방에서 혼자 고립됐을 때보다 더 자유롭게 보였다.

그토록 원하던 '백작'을 손에 넣은 퍼거슨 감독은 향후 이변이 없는 한 원톱 자리에 베르바토프를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테베즈와 루니는 자연스레 처진 스트라이커 내지는 측면으로 이동할 것이며, 이 둘은 측면 가세는 박지성에게 또 다른 경쟁을 배가 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퍼거슨 감독은 다양한 공격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아직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호날두마저 가세한다면 박지성에겐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마저 없어져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아픈 기억이 이제 매 주말마다 되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리버풀전 패배, 박지성에겐 기회다

하지만 아직 박지성에겐 기회가 남아 있다. 이날 박지성의 결장을 선택한 퍼거슨 감독은 리그에서 단 1패도 허락지 않았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에게 첫 패배를 당했다. 시작은 아주 좋았다. 토트넘이 아닌 맨유의 흰색 원정경기 저지를 입은 베르바토프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놀라운 마법을 선보이며 팀의 선제골에 기여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퍼거슨의 선택은 탁월해 보였고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박지성에 대한 걱정은 커져만 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골키퍼 반 데 사르와 웨슬리 브라운의 어이없는 실수로 실점을 허용한 맨유는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놀라운 활약을 펼칠 것만 같았던 테베즈-베르바토프-루니 스리톱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후반 교체 출전한 긱스와 나니 역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며 분위기를 반전하는데 실패했다. 긱스는 라이언 바벨의 역전골에 기여했고 나니는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보여준 뛰어난 활약 대신 여전히 겉도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리버풀과의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박지성에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팀이 승리하진 못했지만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여러 가지 부정적인 모습은 퍼거슨 감독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줄 것이며 이는 지난 시즌 후반기에 놀라운 활약을 선보인 박지성을 다시 찾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진=맨체스터유나이티드 구단 홈페이지]



안경남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