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11 07:26 / 기사수정 2008.09.11 07:26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역도는 지난달에 막을 내린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세계신기록을 연거푸 작성하며 가장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건 여자 무제한급의 장미란(25, 고양시청)과 남자 77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사재혁(23, 강원도청), 그리고 여자 53kg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윤진희(22, 한체대)등은 한국 역도의 우수성을 증명시켰습니다.
그리고 비록 메달 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부상투혼을 발휘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이배영(29, 경북개발공사)은 최고의 올림픽 스타 중, 한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힘과 기술을 적절히 조합시킨 한국 역도가 비로소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이번 올림픽을 통해 검증시켰습니다.
역도라는 종목을 막연하게 생각하면 그저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는 것쯤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힘이 센 사람이 유리한 종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바벨을 최대한 몸에 가까이 붙이면서 들어올리는 점과 좌우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기술 등이 필요한 게 바로 역도의 특성입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작은 거인' 전병관이 금메달을 획득하고 난 뒤, 한국 역도는 올림픽 무대에서 오랜 시간동안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메달의 도전에만 실패했을 뿐, 꾸준하게 세계정상권에 노크를 해왔었고 그 결실이 마침내 이번 올림픽에서 나타났습니다.
힘과 지구력, 그리고 바벨을 들어올릴 때 필요한 순발력과 유연성이 필요한 역도는 '수행(修行)의 스포츠'라 불려지고 있습니다. 늘 혼자서 바벨과 씨름을 해야 하는 종목인 역도는 마라톤 선수처럼 많은 인내와 고독을 수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스포츠는 상대방보다 자신과 직접 대면하면서 싸우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도는 그 중에서도 늘 자신과 가까이 대면하서면서 승부하는 특성이 강한 종목입니다. 바벨을 도구로 삼아서 궁극적으로 승부하는 상대는 언제나 ‘자기 자신’입니다.
이렇게 자기 자신과 승부하며 심리적인 면까지 컨트롤해내는 능력이 쌓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성숙하고 발전돼있는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이배영도 역도를 하다보면 자신의 감정을 삭이는 능력이 생긴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인성을 쌓는데도 역도가 안성맞춤이라는 이배영의 의견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역도선수들은 모두 인터뷰를 통해 조리 있는 말솜씨와 성숙한 사고 관을 내비쳤습니다. '역도 여제'인 장미란은 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 많은 방송매체를 통해 성숙하고 자기주관이 확실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배영 역시 소신 있고 깊이 있는 의사를 전달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무게를 들어올리기 위해 싸우는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근력을 쌓은 다음에 바벨을 들어올릴 때 가질 적절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 좌우의 밸런스를 조절합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흔들리지 않고자 끊임없이 집중력을 유지해나갑니다.
스포츠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성적이나 명예가 아닌 '자아의 발전'입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역도란 종목이 전해준 메시지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의 결과물이 아닌, 스포츠로 얻어지는 '인격의 산물'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에 연연하는 스포츠의 승리 지상주의 때문에 막상 현장으로 나가보면 삭막한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스포츠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땀을 흘리는 것은 실질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경기장이 존재한다면 그 무대의 가치는 떨어지고 맙니다.
장미란과 이배영 등의 역도선수들이 전해준 의미는 현 한국스포츠의 주소를 봤을 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습니다. 좋은 성적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훈련과 실전을 통해 자아를 찾고 완성하려는 '인격 수행'도 필히 따라야 될 항목입니다.
얼마 전, US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7, 스위스)도 테니스를 통해서 부와 명예만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테니스를 하면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가장 인간미가 넘치고 매너 좋은 선수인 그를 완성시켰습니다.
팬들에게 '대인배 김슨생'이라 불리는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도 빙판위에서 늘 고독하게 혼자서 해야 하는 종목인 피겨를 하면서 자기 자신과 싸워나갔습니다. 또한, 끈질기게 따라다닌 부상과 씨름하면서 얻은 것은 세계 최고의 자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자신이 비로소 한 인격체로 일어서는 인성을 쌓은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한국 역도는 계속 발전 중에 있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고양시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역도가 선전할 때에도 깊은 고독 속에서 오는 '수행의 스포츠'인 역도의 미덕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 장미란 (C) 장미란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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