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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완성형' 김연아가 전해주는 것은 '기본기'

기사입력 2008.09.08 03:48 / 기사수정 2008.09.08 03:48

조영준 기자



Monday Sports Essay - 김연아는 이미 '트리플 악셀'보다 귀한 것들을 갖추었다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지난 5일(캐나다 시간 6일)은 먼 캐나다 토론토에서 새 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훈련에 여념이 없는 김연아(18, 군포 수리고)의 만 18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국민 여동생'이란 칭호를 가지고 있을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김연아의 생일을 맞아 본격적인 시즌에 대비하고 있는 김연아의 모습을 담은 소식들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김연아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질문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트리플 악셀'과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 대한 의견입니다. 어린시절부터 김연에게 향했던 이 질문들은 워낙 많았던 터라, 매우 식상한 주제인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트리플 악셀의 가치를 뛰어넘는 김연아만의 '명품 점프'

어느 스포츠건 최고의 기술로 여겨지는 테크닉이 큰 조명을 받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피겨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여자선수로서 가장 하기 어렵다는 고난이도의 점프기술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 회전수의 엣지 점프)의 구사여부는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킵니다.

김연아에게 유독 트리플 악셀 구사에 대한 질문이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가장 큰 이유는 국제대회에서 늘 1, 2위를 다투는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가 이 점프를 구사했기 때문입니다.

표현력과 연기, 그리고 스핀과 스파이럴 등,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마저 구사할 줄 알았다면 김연아 본인이나 팬들에게도 더 할 수 없이 좋은 선물이 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보다 더 귀중한 것을 이미 장착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바로 모든 점프를 정석대로 완벽하게 뛸 수 있는 장점이 김연아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피겨 선수들과 전문가들이 김연아의 우수한 점을 꼽을 때, 가장 첫 번째로 치는 것은 '점프'기술입니다. 이렇게 뛰어난 점프를 가지고 있는 선수가 김연아인데 단지 '트리플 악셀'이란 한 가지 기술의 유무로 김연아의 가치를 아직까지 논한다는 의견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야구를 예로 든다면 단타와 짧은 안타, 그리고 중거리 포와 번트까지 잘 대고 홈런도 치는 타자가 더욱 훌륭한 타자로 평가받습니다. 단지 겉보기에 화려한 홈런과 장타에만 의존하는 타자들은 나름대로 약점도 많고 기본기도 떨어지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김연아 역시 쉬운 점프부터 난이도가 있는 점프의 단계를 착실하게 밟아오며 지금의 점프기술을 연마해 왔습니다. 워낙 점프의 기본기가 탄탄하게 이루어져 있어 가장 쉬운 살코와 토룹, 그리고 룹과 난이도가 높은 플립과 러츠 점프까지 트리플 회전수를 꽉 채우고 정석적으로 구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트리플 악셀'이란 기술에 경외감을 나타낼지 모르지만 피겨를 제대로 아는 이들이라면 김연아가 이룩한 '교과서적인 트리플 5종 점프세트'에 더욱 찬사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난이도가 높은 한 가지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기초에 충실하게 모든 점프를 계단식으로 충실하게 익혀온 김연아는 현역 선수들 가운데 가장 탄력이 좋고 높이가 있으며 완벽한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현장에서 직접 뛰는 피겨 지도자들과 선수, 그리고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피겨선수들 중, 고참에 속하고 김연아와 한 때 라이벌 구도에 있었던 최지은(20, 고려대)은 많은 선수들의 점프를 봤지만 김연아의 점프가 가장 완벽하고 훌륭하다고 평가했었습니다. 또한,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챔피언인 아라카와 시즈카도 김연아의 점프는 물론, 표현력과 스케이팅 기술 등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완벽한 선수'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김연아도 물론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려는 노력을 거듭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연아에게 늘 따라다닌 부상의 악몽 때문에 그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최고의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기본기에 충실하게 임해왔던 점이 오늘날의 김연아를 완성시켰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습득보다 더 힘든 것은 자신의 장점을 유지시키는 일

피겨선수의 생명력과 수명은 다른 종목에 비해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만큼 정점에 선 자신의 기량을 오랫동안 유지시킨다는 점이 힘들다는 것을 뜻합니다. 5가지 점프 기술을 모두 트리플로 오래전에 완성시켰으며 스핀과 스파이럴, 그리고 스케이팅 기술과 표현력 등까지 모든 부분에서 균형 있게 완성을 추구해온 김연아는 그동안 자신이 습득한 모든 것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늘날의 김연아를 완성시키는데 최고의 일등공신이었던 어머니인 박미희씨는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에 억눌리지 않고 김연아만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해 승부를 건 것이 주효했다고 최근 써낸 저서의 한 대목에서 밝혔었습니다.

피겨선수들은 한 가지 점프를 완성하기 위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넘어지고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리고 이 점프가 완성이 되면 성공률을 높이고 보다 훌륭하게 가다듬기 위해서 피눈물 나는 노력을 거듭합니다.

점프를 완성한다는 것은 한두 번의 성공으로 다 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고, 회전수가 채우려고 땀과 눈물을 쏟습니다. 그리고 한층 높이와 탄력이 돋보이는 점프로 다듬기 위해 선수가 흘러내리는 땀은 빙판을 얼리게 됩니다.

신이 내린 축복이란 재능도 받았지만 김연아는 '완벽한 트리플 5종 점프'를 완성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훈련을 끝없이 반복하며 자신과 싸워왔습니다. 이토록 노력해온 김연아에게 아직도 '트리플 악셀'이란 한 가지 기술로 운운하는 점은 김연아는 물론 앞으로 성장할 유망주들을 생각할 때,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이제 많은 피겨 팬들은 김연아의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지만 본격적인 피겨시즌의 신호탄인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가 이미 시작됐으며 이번 주로 3차 대회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훈련하는 어린 유망주들을 지도하는 코치와 부모님들은 한결같이 '기본기에 충실하고 정석적으로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는 의견을 전해왔습니다.

피겨가 아닌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가장 난이도 높고 화려한 기술보다는 '기본기'의 가치가 훨씬 중요할 것입니다. 김연아는 이러한 진리를 그동안의 경기로 충실하게 증명해주었으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사진 = 남궁경상, 장준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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