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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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토종 빅맨에 대한 단상(3) - 미래를 향한 희망

기사입력 2008.09.09 17:59 / 기사수정 2008.09.09 17:59

최영준 기자
지난 2007-2008시즌은 최근 어느 해보다 토종 빅맨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혜성같이 등장한 함지훈, 이동준의 활약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김일두, 송창무 등 백업 역할을 수행한 선수들 역시 꽤나 쏠쏠한 활약을 해줬습니다. 서장훈은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그간 부진했던 골밑 플레이가 어느 정도 살아난 모습이었고, MVP 김주성은 이전 시즌의 부상을 딛고 이젠 명실공히 최고 스타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이는 앞선 글에서도 누차 밝혔지만 2, 3쿼터 외국인 선수의 출장을 1명으로 제한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외국인 선수가 차지했던 20분의 출장 시간을 토종 빅맨에게 할당할 여유가 생긴 것이죠. 

그와 연계되어, 감독들이 점차 수비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 역시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처음으로 2, 3쿼터 외국인 선수 제한이 시행된 2006-2007시즌의 경우에는 토종 빅맨이 많이 기용되기보단 가드를 투입해서 빠른 농구를 추구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가드 중심의 빠른 농구는 상대적으로 덜 안정적이고, 더 공격적인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의 요인으로 들고 싶은 것은 외국인 선수의 기량 저하입니다. 자유 계약에서 드래프트제로 환원된 지난 시즌, 많은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고 기량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보다 토종 빅맨들에게 한 번 기회를 줘보기 시작했다는 점이죠. 실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울산 모비스 함지훈의 경우 (물론 본인의 뛰어난 실력이 뒷받침 되었지만) 그 실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초반부터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구단이 함지훈에게 많은 출장 시간을 줬기 때문입니다.



현재 그리고 미래

지난 두 편의 글에서 비교적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온 선수들의 이야기를 주로 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현재까지 보여준 활약을 바탕으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김주성 (원주 동부, 205cm / 95kg)
통산 6시즌 297경기 <16.62득점, 7.06리바운드, 2.37어시스트, 1.02스틸, 2.10블록>


명실공히 현재 KBL 최고의 스타라고 부를 수 있는 선수, 1인자 김주성입니다. 이미 지난 세 차례의 우승 경험과 화려한 수상 경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고, 데뷔 초 약점으로 지적받던 슈팅마저 완벽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등 여전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유연한 피벗 플레이와 정교한 중거리 슛, 게다가 훌륭한 패싱 능력까지 좋은 공격력을 가진 선수이지만 이 선수의 진짜 힘은 수비에 있습니다. 높이와 팔 길이,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한 넓은 수비 범위와 블록슛 능력에 시야와 센스를 바탕으로 보이는 것 그 이상을 커버해내는 최고 수비수입니다.

김주성의 강점을 찾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약점은 리바운드 능력인데, 물론 통산 7개의 리바운드가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과 김주성이란 선수의 레벨을 고려한다면 너무 적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전성기의 서장훈이 두자릿 수 리바운드를 꾸준히 잡아줬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아쉽습니다.

여러 해를 통해 보여지기에 역시 부족한 웨이트와 마른 몸으로 인해 힘에서 밀리면서 자리를 잡는 것에 조금 약점을 보이는 듯 합니다. 결국 운동 능력과 키만으로 리바운드를 잡으려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이 점은 지난 올림픽 예선에서 유난히도 잘 드러났다고 생각됩니다.

또 한 가지의 아쉬운 점은 스타성과 에이스 기질입니다. 김주성은 명실상부한 최고 기량의 선수인데, 그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못합니다. 또한 살 떨리는 승부처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은 종종 지적되어 왔습니다. 지난 시즌을 통해 어느 정도 그런 모습을 벗어버렸다고는 하나 소위 '킬러 본능'이라고 불리는 에이스로서의 기질은 다소 부족해보입니다.

그러나 김주성은 지난 올림픽 예선에서도 기대만큼은 못했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어느 정도 증명해냈고, 아직 만으로 20대의 나이인 그는 적어도 2~3년 간은 더 전성기를 누릴 수 있습니다. 위의 두 가지 지적한 사항을 빼고는 거의 모든 것을 다 갖춘 듯 보이는 그는 틀림없는 한국 농구의 현재이자 미래 그 자체입니다.




함지훈 (울산 모비스, 200cm / 103kg)
통산 1시즌 38경기 <16.08득점, 5.84리바운드, 3.24어시스트, 1.26스틸, 0.82블록>

지난 시즌 혜성처럼 떠오른 신예 함지훈은 부상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지만, 한 때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며 돌풍을 몰고 왔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모비스의 경기를 보는 유일한 이유'라는 표현까지 하실 정도로 그의 임팩트는 꽤나 강렬한 것이었죠.

비교적 괜찮은 신체 조건을 가졌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기본기가 탄탄히 갖춰져 있습니다. 힘에서 외국인 선수에게도 쉽게 밀리지는 않는 모습이고 버티는 수비를 하는 요령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더군요. 적당한 패싱 센스와 수비력을 두루 갖췄고 움직임도 꽤나 부드러운 편입니다.

걱정되는 점은 과연 이후에도 이만한 출장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외국인 선수 선발이 성공적이라면 필연적으로 함지훈의 출장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혹은 다른 포지션으로 밀려나게 되서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부디 모비스 구단이 좀 더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을 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이동준 (대구 오리온스, 198cm / 95kg)
통산 1시즌 53경기 <11.09득점, 5.15리바운드, 0.83어시스트, 0.51스틸, 0.92블록>

이동준의 경우는 함지훈만큼 확실히 출장 시간을 보장 받았다기보단 2, 3쿼터 출전 비중이 높았습니다. 아무래도 팀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잡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 또 모를 일이죠. 2, 3쿼터 용 빅맨으로는 아주 훌륭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혼혈이라 그런지 역시 운동 능력은 꽤 좋고, 웨이트에 비해서 파워도 상당해 보입니다. 단지 그것이 공격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페이스업을 통해 득점을 하는데, 수비에서는 좀 기술이 부족해서인지 요령을 몰라서인지 쉽게 뚫리는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공격을 할 때에도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100% 발휘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직 덜 다듬어진 원석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을 듯 합니다만, 적은 나이가 아님을 감안한다면 코칭 스태프도 이동준의 잠재력을 하루빨리 끌어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하승진 (전주 KCC, 223cm / 138kg)
기록 없음

한국 농구 사상 최장신, 최초의 NBA 진출 경험. 아직 어린 나이. 축복받은 선수 하승진의 이력입니다. 물론 하승진이 아직까지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전혀 없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참 위험한 일입니다. 많은 분들의 예상대로 엄청난 위력으로 KBL을 지배하게 될지, 혹은 의외로 약점을 노출하며 생각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부상이 없다는 전제 하에 그가 어느 정도의 활약을 해줄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 위험성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제일 큰 걱정은 역시 부상이네요. 하승진처럼 거대한 체격을 가진 선수는 반드시 부상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그런 만큼 더 완벽한 몸 관리가 요구됩니다. 더구나 별로 유연성이 좋아보이지는 않고, 지난 몇 번의 부상 경력은 조금쯤 염려가 됩니다. 정말 철저한 몸 관리로 건강한 모습을 유지해주길 바랍니다.



토종 빅맨, 그 미래를 말하다

세 편의 글에 걸쳐서 몇몇 선수들을 살펴봤습니다. 소개한 선수들 이외에도 좋은 기록을 남겼고, 혹은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 많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좀 더 많은 선수를 소개하지 못한 점, 굉장히 아쉽게 생각합니다. 

골밑은 농구의 근간입니다. 첫 번째 글의 시작 부분에서도 꺼낸 얘기입니다만,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제압한다'는 말은 괜히 유명해진 것이 아닙니다. '가드는 팬을 즐겁게 하고, 센터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는 말에서 센터가 감독을 즐겁게 하는 이유 역시 괜한 것이 아닙니다.

조만간 외국인 선수의 1명 기용 제한이 전 쿼터로 확대되면 우리 빅맨들의 설 자리는 점점 더 늘어갈 것입니다. 지금 2, 3쿼터에만 얼굴을 보이는 젊은 장신 선수들이 그 때는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많은 출장 시간을 보장받으며 경기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봅니다.

센터는 감독을 즐겁게 하지만, 팬들도 즐겁게 합니다. 소속 팀의 승리에 밑바탕이 되고, 나아가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그들은 농구를 보는 우리에게 진짜 즐거움을 안겨주는 뛰어난 선수들입니다.

밝은 곳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포인트가드, 슈터들을 사랑하는 만큼 잘 안보이는 곳에서 궂은 일을 하고, 팀 승리에 공헌하는 토종 빅맨들에게도 조금 더 조명과 관심이 보내졌으면 합니다.

그들이 한국 농구의 미래입니다.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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