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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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신인에게 혹사가 나쁜 5가지 이유

기사입력 2005.02.17 04:04 / 기사수정 2005.02.17 04:04

임건순 기자
올해도 좋은 고졸 투수 자원들이 여럿 입단했다. 두산에는 김명제와 서동환, 기아에는 윤석민과 곽정철이 입단했고 한화의 양훈, 현대의 이보근, 롯데의 이왕기와 조정훈 등이 입단했다. 병풍으로 투수가 유난히 기근인 상황에서 이들은 많은 기회를 얻게 되고 때에 따라서는 비중있는 역할까지 소화하게 될 것이다. 젊은 피들이 꽃을 피우고 뉴페이스들이 야구판에 신선한 바람을 불게 한다면 야구팬으로서는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칫 혹사나 무리한 등판 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가지게 된다.

해태의 문희수와 롯데의 염종석, 태평양의 박정현 등이 고졸 투수로서 일찍 두각을 나타내 많은 짐을 안고 있다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가 있었기에 그러한 걱정이 단순한 일만은 아니다. 그들이 잘 관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많은 팬들이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서 고졸 1, 2년차 투수들에게 혹사란 것이 왜 위험하고 또 왜 치명적인지 자세히 디벼보자.


1. 아마시절에 혹사와 무리를 겪었다는 점

아마야구에서 에이스라면 혹사는 거의 숙명에 가까운 일. 초고교급 투수치고 혹사를 당하지 않는 투수가 드물다. 저학년 때부터 무리하게 뛰어 몸이 곪아 들어오는 선수들이 많다. 당장의 정밀검사와 숨고르기가 필요한데 오히려 그런 선수들에게 바로 무리한 등판과 훈련을 시킨다면 당연히 몸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2. 처음으로 프로 입문해서 풀시즌 치룬다는 점 

정규시즌은 듬성듬성 대회가 있는 아마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길다. 경기 수 부터가 많고 잦은 원정은 물론, 터프한 상황에서 던져할 때도 많다. 처음으로 치루는 풀시즌과 수없는 터프한 상황에서의 투구. 신인투수들에게는 이것들이 굉장한 부담이 된다. 



3. 아직 뼈와 인대의 성장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

나이 먹은 투수보다 더 위험한 것이 아직 뼈와 인대의 성장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사를 당하면 더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대졸 신인 투수들은 아니겠지만 고졸 투수들은 아직 뼈와 근육 인대가 계속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이 있는 투수보다 더 가혹한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지난해 권혁과 송창식 선수의 키가 더 자랐다는 신문기사를 독자들은 읽었을 것이다.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는 선수들의 혹사. 성장판이 닫혀 있는 선수들의 혹사보다 훨씬 투수 몸을 상하게 한다. 



4. 신인투수는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리는 점

풀타임 1군 선수들이야 급할거 없으니 정규시즌을 염두해두고 장기레이스를 대비해서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지만 신인투수들은 다르다. 당연히 경쟁에서 이겨 감독눈에 들려고 하기 때문에 서둘러서 일찍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게 된다. 대부분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 때를 겨냥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향이 있다. 



5.신인투수는 힘 조절을 할 줄 모른다는 점

1군 경험 많은 투수들은 강약을 조절하고 숨을 고르면서 투구를 할 줄 알지만 신인투수는 힘 조절을 할 줄 모르고 매 투구마다 전력투구를 다한다. 그래서 같은 투구수와 이닝수라도 선배들에 비해 몸에 피로도가 더 크다.





지금까지 고졸로 입문한 투수에게 혹사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아 보았다. 한해 도미네이트하고 화려하게 불꽃을 태워보는것도 멋있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야구에서 중요한건 오랫동안 꾸준하게 잘하는 것이다. 그리고 팬들은, 선수가 언제 부상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 야구 보기를 원한다. 꾸준하게 잘하기 위해선, 그리고 팬들이 불안함 속에서 야구보지 않으려면 당연히 건강해야 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무리를 선수에게 강요되어서는 안된다. 

메이저나 일본처럼 우리도 고졸 선수들을 팜에서 몇 년간 공을 들여 차근차근 키워, 본시합에 올려야 하고 그것이 앞으로 정착되어야겠지만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투수자원 부족하고, 성적 나쁘면 바로 문책당하고, 병역 의무 때문에 군대 갔다 흐지부지 야구를 관두는 일도 빈번하고, 비싼 돈 주고 스카웃한 투수 바로 뽑아내야 하고 부려먹어야하는게 우리나라의 야구 실정이다. '실력만 된다면 고졸투수 1, 2년차에 쓸 수밖에 없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도를 지나치지는 말아야 한다.



하나의 상식과 관행으로 굳어져야

고졸투수를 바로 1군 실전에 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야구 사정이라지만 LG의 이동현, 한화의 송창식, SK 이승호의 사례처럼(멀리는 염종석, 문희수, 박정현까지) 극단적인 사례는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선발로서 00이닝 가까이 던지게 하거나 불펜, 선발 보직 없이 굴리거나, 불펜에서 매일 같이 연투를 강요한다거나 하는 일들은 근절되어야 한다. 선수들의 미래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구보는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언제 저 선수가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속에서의 야구관전. 이건 정말 아니다.

어느덧 프로야구 역사는 20년을 훌쩍 넘어섰다. 이제는 상식을 정착시키고 어른스러움을 고민할 때 어린 고졸투수들에게 무식하게 많은 짐을 지우지는 않는것이 이제는 당연한 상식과 관행이 되어야한다. 상식을 파괴하는 무식한 마운드 운용, 앞으로는 정말 근절되야하겠다.





임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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