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2.16 22:27 / 기사수정 2005.02.16 22:27
심판들에게 바란다
첫째, 역시 일관성을 지닌 명확한 판정이다. 오심과 보상판정, 그리고 매 경기 매 쿼터마다 기준이 달라지는 휘슬은 감독과 선수 모두의 원성을 사게 된다. 이에 대해 '지나친 항의 때문에 심판이 위축돼 휘슬 기준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소리도 있는데 이것은 마치 '닭이냐 달걀이냐'의 문제처럼 서로 맞물리는 부분이다.
슬램덩크를 보다보면 4번째 파울을 한 변덕규가 파울기준을 알기 위해 적극적으로 몸을 부딪친다. 그리고 휘슬이 불리지 않자 그걸 기준으로 플레이한다. 파울 기준이 수시로 흔들린다면 꿈도 못 꿔볼 일.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면은 느린 휘슬, 자신감 없는 판정이다. "심판은 코트의 연출가다"라고 메이저리그의 유명한 심판 론 루치아노는 말했다. 이 말은 야구보다 농구에 더 적합한 말이 아닐까 싶다.
농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그 흐름을 잡아주고 경기를 박진감 넘치게 진행하는 것은 심판의 역량이다. 예를 들어 '블록슛' 순간의 미묘한 몸 부딪침이나 공의 움직임을 제대로 봐줄 때에만 멋진 블록슛이 나올 수도 있고, 골탠딩을 블록슛으로 보거나 반대로 억울한 파울이 불리는 걸 면할 수 있다.
심판이 핸드체킹이나 바디체킹을 자주 놓치게 되면 경기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뛰어난 테크니션들 대신 몸빵으로 밀어붙이고 상습적으로 파울을 하는 선수들을 키우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결과적으로 리그는 기술적 퇴보가 이루어진다. 반대로 지나치게 신경질적으로 잡으면 프로다운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는 볼 수 없게 된다. 경기가 재미있어지는 것은 선수들의 경기력 만큼 심판의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출가는 원작에 손을 대선 안 된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부른다. 그 우연의 드라마에 심판이 임의로 끼어 들어서는 안된다. 선입견에 의한 휘슬이나 보상판정으로 인해 경기의 흐름이 뒤바뀌는 것은 선수나 감독들에게 가장 큰 불만이다. 심판이 자기 자신의 판정에 자신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판정에 대해 수시로 논란이 나오는 또 다른 하나는 이미 파울 상황이 지났을 때 휘슬이 불리는 것. 농구는 0.5초로도 시합의 국면이 바뀔 만큼 빠른 스포츠다. 더구나 프로선수들처럼 빠르고 기술이 뛰어날수록 그렇다. 그래서 경기 흐름을 망치지 않으려면 그만큼 빠른 판단과 빠른 휘슬이 필요하다.
더욱 아쉬운 점은 심판들의 연출력이다. 파울이라고 똑같은 파울이 아니다. 경기가 과열된다 싶으면 좀더 단호하고 큰 동작으로 파울을 선언하여 단호함을 보여준다거나, 반대로 선수들이 흥분해 있으면 다독거리며 진정시키는 동작을 취하고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진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지만 같은 '아'라도 큰 소리의 '아'와 작은 목소리의 '아' 역시 다르다. 바디랭귀지 역시 의사 소통에는 아주 중요하다. 우리 심판들에게는 쇼맨쉽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코트에서 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소신 있게 판정했다면 판정의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에 꺼릴 이유가 없다. 분명 거세게 항의하는 감독이나 선수와 맞서 얘기하는 것은 불편하고 피곤한 일이다. 그러나 그 부분은 분명, 심판의 역할이다.
분위기가 지나치게 고조되었을 때 일방적으로 테크니컬 파울을 주는 것보다 한번쯤 강한 주의를 주거나 상황을 정리해주고 나서 테크니컬 파울이 내려진다면 선수들이나 감독들 역시 감정이 덜 상하게 된다.
피곤하다는 식으로 무조건 피하지 말고, 항의가 나오면 명확하게 이러저러한 이유로 파울을 선언했다고 말해주는 역할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투덜거리는 푸념을 다 들어줄 필요는 없지만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 게을리 하는 것은 심판의 직무 유기다.
5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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